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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착증으로 인한 성폭력과 화학적 거세의 효과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2-09-10 15:21:14
  • 수정 2012-09-13 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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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범죄 우려자에 대한 정신치료, 포르노 근절, 국민감정에 맞는 법집행이 성폭력 줄이는 억제력

아동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면서 ‘전자발찌’론 안되고 ‘화학적 거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묻지마 성폭행은 범인의 인격장애, 포르노중독·섹스중독 등 이른바 중독성 정신질환, 남성이란 생물학적 성 정체성의 적절한 제어 실패, 한국사회의 병폐 등이 누적된 산물이기 때문에 정신의학적·심리적·사회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그 처방도 신중하게 도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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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거세의 의약학적 효과 … 남성호르몬 줄여 성욕 억제

화학적 거세는 성선자극호르몬(Gn: gonadotropin)의 분비를 억제하는 초산 류프롤리드(leuprolide acetatech, 상품명 루크린 또는 루프론, Lucrin, Lupron)을 인체에 투여해 성충동을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고환을 제거하는 ‘물리적 거세’와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뇌내 시상하부에서는 황체형성호르몬방출 호르몬(LHRH)이 생성되고, LHRH는 뇌하수체 전엽에서 황체호르몬(LH)을 만들게 한다. LH는 혈관을 타고 내려가 고환 속의 간세포(間細胞, 라이디히 세포)를 자극해 테스토스테론을 분비를 돕는다. 루프론은 LHRH 분비를 억제시키는 약물로 LHRH→LH→테스토스테론 분비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 결국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을 줄어들게 만든다. 테스토스테론이 성욕을 일으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루크린은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 약물로 사용된다.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중 황체호르몬(LH: luteinizing hormone, 황체형성호르몬), 난포자극호르몬(FSH:follicle stimulating hormone), 프로락틴(prolactin, 유즙분비호르몬 또는 황체자극호르몬) 등은 성선(고환과 난소)에 작용해 생식기능을 돕기 때문에 성선자극호르몬(Gn: gonadotropin)으로 불린다.
루크린은 1985년 당시 다케다애보트제약(TAP)가 전립선암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약이다. 전립선암의 세포가 성장하려면 테스토스테론이 필요한데 루프론은 이 호르몬의 생성을 감소시킴으로써 암의 추가적 성장과 확산을 예방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주로 상당히 진행된 상태의 전립선암이나 수술을 할 수 없는 전립선암의 치료약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같은 원리를 이용해 화학적 거세를 위한 약물로 쓰이고 있다. 성범죄자의 재범 방지를 위하여 성충동 억제 약물치료 즉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는 나라는 미국 10개주, 덴마크, 스웨덴, 캐나다 등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지에서는 주로 루프론을 사용하고 있다.
이 약 외에도 초산 고세렐린(goserelin acetate, 상품명 졸라덱스, 아스트라제네카, 전립선암치료제), 초산 사이프로테론(cyproterone acetate, 상품명 안드로쿨, 바이엘코리아, 전립선암치료제, CPA), 여성호르몬의 일종인 MPA(Medroxy Progesteron Acetate) 등이 화학적 거세에 쓰인다.
이들 약물의 투여를 멈추면 테스토스테론이 다시 분비돼 성욕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반복 투약해야만 효과를 지속시킬 수 있다. 투약 초기에는 오히려 일시적으로 성적 충동이 강해지는 부작용이 따른다. 장기간 투약할 경우 혈당·혈압 상승, 간기능 이상, 골다공증, 고열, 두통, 우울증 등의 증세가 발생할 수 있다.

‘성폭행 재범 예방 효과 크다’ VS ‘인권을 침해하고, 범죄자 건강 나빠질 수 있다’

화학적 거세는 1996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처음 도입했다. 다른 지역도 잇따라 이 제도를 시행했다. 미국 오리건주의 경우 성폭력 가석방자 중 2000~2004년에 거세요법에 응한 사람 79명은 성폭력 범죄를 다시 저지르지 않았다. 이에 비해 거세요법을 거부한 사람은 55명 중 10명(18.2%)가 성폭력범죄를 또 저질렀다.
한국에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자 2010년 6월 29일 국회에서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일명 화학적 거세법이 통과됐다. 루크린이 성충동 약물치료제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2011년 7월 이 법이 시행되면서 지난 5월말 첫 대상자가 나왔다.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네차례나 성폭력을 저지른 박모씨(45)에게 성충독 약물치료 3년을 명령했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화학적 거세 대상자는 △16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19세 이상의 성도착증 환자 △재범 위험성이 있는 성폭행 범죄자 △2회 이상 아동 대상 성범죄자 등이다. 지난 9월 4일에는 법무부가 화학적 거세 대상을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자에서 19세 미만으로 넓히는 법률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범죄 예방효과, 만만치 않은 투약비용과 부작용, 인권침해 문제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를 100% 차단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 성욕이 줄긴 하지만 성행위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성범죄자들은 통제할 수 없는 성욕 외에도 폭력적인 성향을 함께 갖고 있다. 김경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화학적 거세가 성충동을 상당 부분 억제하지만 성범죄자들의 근본적인 폭력성이나 성적 환상까지 줄이기는 어렵다”며 “약물치료가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 골다공증·혈당상승 등 내분비이상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화학적 거세에 앞서 성범죄자들의 행동과 의식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전문적인 정신심리치료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견해다.
인권 침해 소지와 관련, 2010년 화학적 거세 법률이 제정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본인 동의가 없는 한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는 것은 인권 침해소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성폭행의 중독성 … 폭력성 포르노부터 근절해야 

성폭행은 중독성 정신질환이다. 도박중독, 방화광, 절도광(도벽증), 간헐적 폭발성 장애(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고 참지 못하고 폭언·폭력을 일삼으나 곧 후회하는 행동), 폭식증, 게임중독, 인터넷중독과 마찬가지로 특정 대상에 광적으로 몰입하는 정신질환이다.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사회·직업·가정에서의 자기 책임을 이행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심각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주며 자신의 인생도 파탄에 빠지게 되는 일종의 ‘충동장애’이다.
뇌내 포도당 대사 상태를 뇌 영상사진으로 찍어보면 인터넷중독자나 마약중독자의 뇌는 충동억제와 합리적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안와전두엽피질, 미상핵, 섬이랑 등의 포도당 대사가 원활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정상인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쾌감에 집착하며 중독적 성향을 갖기 쉽다.
중독성 정신질환은 부모로부터의 유전, 성장과정에서 깊은 심리적 상처, 도파민·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등 뇌내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모험을 즐기려는 유전자의 존재, 모험을 회피하려는 유전자의 결여 등과 관련 있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특정 행위에 광적으로 몰입하는 것도 중독이다. 성폭행까지 감행하려는 섹스중독은 알코올중독, 도박중독과 마찬가지로 의존성과 금단증상을 나타낸다.
성폭행은 또한 성도착증이란 정신과적 질환(질병코드 F65)의 하나다. 아동에 대한 성폭행을 야기하는 아동성애증(소아성애증)을 비롯해 노출증, 관음증, 여성물건애(페티시즘, fetishism, 수집벽, 주물숭배,呪物崇拜) 등이 포함된다.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은 대부분 어린아이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아동성애증을 갖고 있다. 아동성애증을 야기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아동 성폭행을 묘사한 포르노 때문이다.
2010년 미국 조지아주 그위닛대학(Gwinnett college) 연구진에 연구결과 포르노를 집중적으로 본 남성의 뇌는 술이나 마약을 먹은 사람의 뇌와 비슷한 상태로 변했다. 하지만 포르노중독에 대한 진단명 및 진단기준 확립은 미진하다.
1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아성애증, 노출증, 여성물건애, 가학·피학증 등 ‘성도착증’으로 분류된 10가지 질환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156명으로 전년(125명)보다 25%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춘기 전후의 소년ㆍ소녀에 대한 성적편애를 가진 아동성애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7명에 불과했다. 일명 ‘바바리맨’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노출증 환자는 32명, 나체나 성행위를 엿보는데 집착하는 관음증 환자는 23명, 속옷이나 스타킹 등 여성들의 물건에 집착하는 페티시즘 환자는 22명이었다. 하지만 이런 수치는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진단에 나선 게 아니라 물의를 일으킨 뒤 강제적 또는 수동적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제로는 환자 숫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이라는 게 의료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마약중독은 마약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 나라에서, 게임중독은 게임하기 편한 나라에서 일어나기 쉽다. 포르노 음란물의 유통 근절이 성도착증에 의한 성폭행을 막는 지름길 중 하나다. 어린이 성추행, 강간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가 비일비재한 것도 문제다.반복적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무기 또는 장기징역을 통해 사회와 격리하는 게 필요하다. 국민의 법 감정에 맞게 흉악 성범죄에 대한 사형 집행도 요구된다. 하지만 한국은 사형제도가 없거나 사실상 집행하지 않은 유럽 등 서구선진국과의 인권분쟁 및 통상마찰을 우려해  1997년 12월 말 23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이래 15년째 집행하지 않고 있다.
안영실 아주대병원 핵의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성폭행 당한 여성의 소뇌 양측에서는 당 대사 활동이 일반인보다 크게 늘어난 반면 해마에서는 뇌혈류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뇌 양측이 과다하게 각성돼 심장두근거림·불면증·깜짝놀람 등의 증세가 심해지고, 성폭행 피해를 잊고 싶어서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의 기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성폭행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를 불러일으켜 장기적인 뇌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후유증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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