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성 족부질환을 경험한 환자 중 3분의 1 이상이 족부손상 이전에 ‘저린감’등 당뇨병성 신경병증 증상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성 족부절단을 예방하기 위해 이같은 예고 증상을 인지하고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당뇨병으로 발에 ‘저린감’ ‘화끈거림’ ‘무감각’ 증상 있으면 족부질환 의심해야
대한당뇨병학회가 제2회 ‘파란양말 캠페인’의 일환으로 12개 병원의 당뇨병 환자 535명을 대상으로 ‘발 상태 점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 중 184명, 전체 인원의 약 34%가 족부손상이나 궤양이 생기기 전에 발에 ‘저릿저릿함’, ‘화끈거림’, ‘무감각함’과 같은 대표적인 당뇨병성 신경병증 증상을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고혈당으로 인해 신경이 손상받았거나, 비정상적인 기능하는 당뇨병 합병증의 하나다. 발과 발가락의 신경이 손상되는 과정에서 전기충격이 오듯 찌릿찌릿한 또는 화끈거리거나 따끔거리는 느낌 등 감각이상을 나타난다.
신경병증이 있으면 피부감각이 둔해져 발에 상처가 생기고, 상처가 궤양으로 악화될 때까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족부질환 경험자 중 실제로 신경병증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은 더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에게 이 같은 신경병증 증상이 나타나면 ‘족부질환 예고증상’으로 간주하고 족부질환 예방과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조사 결과 당뇨병성 신경병증 증상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있다고 대답한 환자는 전체 환자의 108명이었지만 대표적인 신경병증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환자는 그 보다 두 배 가량 많은 202명이었다. 발에 생긴 이상한 변화나 증상을 묻는 질문에 92명이 ‘저림’증상이 있다고 답했고, 다음으로 49명이 ‘통증’, 43명이 ‘화끈거림’, 18명이 ‘감각이상’ 등을 호소했다.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는 발을 살펴보는 것이 족부절단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살펴보고 무엇을 체크해야 하는지 등 방법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 환자 10명 중 8명은 ‘대충은 알고 있으나 확신이 없거나’,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에 걸리면 발에 상처나 염증이 생기기 쉽고, 염증의 진행속도가 빨라져 심각한 족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발바닥, 뒤꿈치, 발가락끝의 살이 패여 들어가는 궤양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발가락끝이나 발가락, 뒤꿈치가 까맣게 썩어가는 괴저는 심한 경우 점점 퍼져 발목이나 무릎을 절단하기도 한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족부절단의 절반이 당뇨병 환자에게 발생했다.
이성수 학회 홍보간사(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발 또는 다리에 나타나는 저린감은 당뇨병성 신경병증 초기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으로 이를 혈액순환 저하나 단순한 저림증으로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며 “발저림 등 당뇨병성 신경병증 증상, 발에 생긴 크고 작은 상처, 발 상태의 변화(부종, 홍반, 갈라짐) 등을 ‘족부절단 위험신호’로 보고 환자들에게 이런 증상이 발견되면 방치하거나 자가치료하지 말고 즉시 주치의와 상담할 것”을 당부했다.
김성래 학회 홍보이사(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발 관리에 대한 무관심은 가장 결정적인 족부질환의 발병 요인”이라며 “적절한 관심을 기울이면 대부분 당뇨병성 족부질환은 예방 또는 조기치료가 가능해 당뇨병을 오래 앓은 환자일수록 음식과 혈당조절 못지않게 발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환자 발견수칙’에 따라 매일 한 번씩 발 상태를 점검하고 발 위생과 보호에 유의하면 당뇨병으로 인한 족부절단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