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전유물이던 성형외과 문을 여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사연을 보면 다들 구구절절하다. 웬만큼 잘 생긴 미모인데도 코가 낮다거나 얼굴이 넓다거나 이마가 좁다거나 등등 더 나은 미모를 원하기 때문에 성형외과를 찾는다. 이 때문에 코 높이기 수술, 콧구멍 작게 하는 수술, 콧날 좁히는 수술, 얼굴을 작게 하면서 턱을 깎는 수술, 쌍꺼풀 수술 등이 남자에게도 점차 널리 시행되는 추세다.
지난 수세기 동안 대부분의 아름다움의 기준은 여성에게만 편중되어 왔다. 하지만 여성의 활발한 사회적 진출과 경제력 향상으로 이루어진 남녀의 사회적 지위 평등화는 여성들에게는 아름다움을 추구할 기회와 의무감을 더 많이 부여했을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미를 추구하라는 모종의 책임감을 안겨준게 분명하다. 이제 아름다움을 가꾼다는 것은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자신을 관리하는 당연한 과제가 돼버렸다.
물론 남자들의 성형수술은 오로지 아름다움만을 추구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취업이나 대입 면접시험을 앞두고 인상과 관상을 좋게 하기 위해 여드름 흉터를 제거하나 이마나 미간을 넓히는 수술을 받는 불가항력적 사유를 가진 사람도 있다.
요즘 여성들이 선호하는 남성의 외모는 얼굴이 작고 코가 오뚝하고 콧날이 좁고 길며 턱은 부드럽고 눈은 크고 맑은 것이라고 한다. 옛날의 전형적인 남성상이라면 눈은 다소 날카롭다 할 정도로 짝 째진 눈이며 약간은 박력있게 각진 얼굴이다. 굳이 얘기하자면 우리 어머니 세대(1930~1940년대생)는 고 박정희 대통령 형태의 생김새를 남자다움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짝 째진 눈은 날카롭고 매정해 보이지만 사실은 정통 몽골리안의 고유한 특징이다. 쌍꺼풀은 우성이므로 쌍꺼풀과 외꺼풀이 결혼하면 쌍꺼풀인 자식이 태어난다. 몽고주름이라해서 몽골사람과 한국인, 만주사람의 눈은 눈의 안쪽 윗꺼풀이 아래를 살짝 덮고 있다. 이는 몽골 사막지대의 황사가 눈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거나 또는 원래 인류의 모습이 퇴화하지 않아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요즘은 앞트임(내안각 절개술)이라고 해서 많은 여자들 뿐만이 아니라 남자들도 몽고주름을 쭉 찢어 눈을 크고 시원하고 부드럽게 만든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외국배우들은 눈 내측의 눈물샘이 보일 정도로 눈이 시원한 게 몽고주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갖 색상의 머리염색, 식단과 생활의 서구화로 달라진 얼굴형에 몽고주름까지 없애버리니 이러다간 우리 민족의 외모의 정체성까지 흔들리는 게 아닌지 염려된다.
남자의 턱이 여자보다 각진 이유는 운동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턱을 악무는 시간이나 강도가 높아질수록 각진 얼굴이 되기 쉽다. 농구나 배구를 하는 여자 운동선수를 보면 이들의 얼굴도 여느 여성보다 더 각진 것도 같은 이유다.
남자에게 다소 각진 얼굴은 강인하고 남자답다는 이미지를 준다. 그러나 요즘은 그게 아니라고 한다. 무식하고 촌스럽게 보인다는 것이다. 여성화된 또는 중성화된 미모가 여성에게 관심을 끌고 이는 같은 남자들간에도 공감대를 형성해간다고 한다. 따라서 부드러운 남성의 미모는 옛날 같으면 계집애 같다고 핀잔을 받을 거리였지만 요즘은 오히려 시샘의 대상이 된다.
똑같은 부위를 똑같은 방법으로 수술한다해도 성형외과 의사들은 남녀차를 조금씩 둔다고 한다. 여자들은 코끝이 약간 들린 듯한 ‘버선발’ 모양을 선호하지만, 남자들은 끝까지 곧게 뻗어야 하는 것이다. 이마를 돋우어 주는 성형 수술도 여자들과 남자들의 모양이 조금 틀리다고 한다. 여자들은 입체감 있고 애띤 인상을 주기 위해 볼록하고 동그스름한 이마를 원하지만 남자들은 이보다 좀더 평평한 모양새의 이마를 원한다는 것이다.
남자성형은 복근만들기 등 성형외과 학계에서도 점차 중요한 테마로 다뤄질 전망이다. 갈수록 정체성이 사라지고 퓨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음식도, 의복도, 언어도, 학문도, 의식도…. 남성과 여성의 외모 중에서 좋은 것만 취하려는 세태가 남성성형 붐을 일으키려하고 있으니 남자다움을 갖추기 위해 40여년씩이나 노력해온 필자 같은 세대에겐 서글픔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