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이 붓거나 피가 날 때 치과를 가기 전에 먼저 고려하는 게 잇몸약이다. 대중광고의 효과 덕분일까. 나름대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다. 동국제약의 ‘인사돌’, 명인제약의 ‘이가탄’이 맞수로서 라이벌 경쟁을 벌이고 있고 종근당은 인사돌의 카피약이라고 할 수 있는 ‘이튼큐’를 내놓고 상승 무드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덕에 약용치약류로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잇몸약은 치은염, 치조골의 고름 등 치주질환에 쓰이는 약이다. 치주질환은 크게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나눌 수 있다. 치은은 잇몸의 다른말이며 치은염은 잇몸에 염증이 생긴 단계를 말한다. 이 염증은 세균이나 음식물찌꺼기 등으로 초래되는 치아에 붙어있는 플라크(plaque) 때문에 생긴다. 칫솔질을 열심히 하고 치실을 사용해도 정기적인 스케일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플라크가 제거되지 못하고 쌓여서 문제가 된다.이런 플라크가 쌓여 생긴 치석은 염증을 유발한다. 이 염증을 제 때 치료하지 않아 증상이 악화되면 잇몸 뿐 아니라 치아 주변의 치주인대, 인접조직까지 손상되는데 이 단계를 치주염으로 본다.
치주질환은 처음엔 치아 주위 잇몸이 붉어지고 붓거나 피가 나는 정도의 치은염에서 시작돼 더 심해지면 구취가 나고 치아가 흔들리고 고름이 나는 등의 치주염으로 악화된다.
고질적인 잇몸병이 생긴 환자들은 치과에서 근본적인 치료를 받는 게 좋겠지만 진료를 보러 갈 시간이 없다든가, 치과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거나, 높은 치과 치료비용 때문에 망설이다 먼저 선택하는 게 잇몸약 구입이다.
잇몸약의 대표적인 품목은 동국제약의 ‘인사돌’과 명인제약의 ‘이가탄’이다. 두 회사의 치열한 광고 각축전에도 매출 측면에서는 인사돌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동국제약의 매출(2010년 기준)은 1404억원 규모로 그 중 인사돌은 300억~400원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명인제약은 매출(2010년 기준)이 997억원 규모로 이가탄은 20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 둘을 뒤를 쫓고 있는 바르는 잇몸약으로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파로돈탁스’가 있다. 최근 종근당에서도 인사돌과 같은 성분의 치주질환제 ‘이튼’을 출시해 잇몸약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사돌 VS 이가탄
지난 33년간 잇몸약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대한민국 대표 잇몸약인 인사돌과 업계2위인 이가탄은 성분부터가 서로 다르다. 인사돌의 주성분은 옥수수(Zea mays)의 불검화정량추출물로 프랑스 라로슈나바론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생약 성분의 비항생물질이다. 이를 동국제약이 1978년 국내 처음으로 들여와 1987년부터 자체 생산해오고 있다.
동국제약은 지난 30년간 꾸준한 마케팅과 홍보를 통해 인사돌을 국민 잇몸약으로 키우는데 성공했다. 인사돌은 생약성분이기 때문에 화학성분으로 만들어진 이가탄에 비해 부작용 우려가 적다고 내세운다. 옥수수에 함유돼 있는 베타-시토스테롤 성분은 콜레스테롤과 구조가 유사한데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옥수수 불검화 정량추출물은 잇몸의 조골세포를 활성화시켜 치조골을 재생해주는 역할을 한다. 인체에서 단백질형성에 관여하는 물질인 조골세포의 소포체를 활성화시켜 골생성을 촉진함으로써 치조골을 치밀하고 튼튼하게 해 준다는 게 동국제약의 설명이다. 잇몸의 출혈을 감소시키거나 제거시키고 잇몸의 탄력성과 색조를 개선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밖에 항산화, 항염증, 면역증진 효과 등을 주장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인사돌의 약효를 입증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별도의 임상을 진행하기도 했다.영국 헌팅턴연구소를 비롯해 서울대, 연세대, 경희대 등 주요 대학병원 임상을 통해 치주질환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2008년부터는 치과에서 시행하는 스케일링과 같은 물리적 치주치료와 함께 인사돌을 복용하는 약물치료를 병용할 경우 더 높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국내 치과의사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과학적 또는 임상적 연구결과로 볼때 인사돌은 실제적으로 치료에 큰 효과가 없으며 어디까지나 보조약일 뿐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일부 극렬한 치과의사는 인사돌을 일컬어 항생제나 비타민C보다도 못하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가탄은 아직 임상결과가 대외적으로 보고되지 않은 단순한 합성의약품(염화리소짐+카르바조크롬+비타민E+비타민C)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염화리소짐은 소염효소제로서 염증을 가라앉히고 일부 조직재생을 돕는 역할을 한다. 카르바조크롬은 지혈 및 혈관수축제로서 잇몸 출혈을 방지한다. 비타민E는 항산화 및 조직강화작용, 비타민C는 항산화 및 지혈작용을 한다. 단일 생약성분인 인사돌과 달리 이가탄은 원래부터 개별 물질특허가 없는 성분의 조합에 불과한 한계를 안고 있다.
두 제제의 차이를 비교하면 붓고 피나는 치은염에는 이가탄, 내부 깊은 곳까지 진행돼 이가 흔들리는 치주염에는 인사돌을 쓰는 것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이가탄은 효과가 빠르고 증상을 가시적으로 개선하는 대신 인사돌에 비한다면 근본적인 치료에서 더 동떨어져 있다.
종근당도 최근 옥수수불검화정량 추출물 단일 성분 제제인 ‘이튼큐’를 출시했다. 치주인대의 재생을 도와 치아가 비정상적으로 흔들리는 것을 막아주고 치조골을 재건시켜 잇몸 속 기초를 튼튼하게 해주는 제품이다. 장기 복용해도 부작용이 없는 생약 성분으로 만들어졌으며 잇몸 속 염증반응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시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임플란트 및 브리지와 같은 치과 시술 전에 이 제품을 복용하면 허물어진 치주인대와 치조골이 재건돼 수술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내세우고 있다. 틀니 착용시에는 틀니가 안정적으로 자리잡도록 도움을 주고 치아교정 후에는 유지관리 효과를 증대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대부분 인사돌의 약효를 그대로 모방해 전파하는 마케팅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리드덴타캡슐’은 이가탄 성분 중 카르바조크롬 대신 동클로로필린 나트륨 함유한 제품이다. 동클로로필린은 냄새 유발물질을 생성시키는 효소의 활성을 감소시키고 체내 악취 유발물질(주로 단백질)과 선택적으로 결합해 배설시킴으로써 구취와 불쾌한 체취를 제거하는 효과를 낸다. 위장관계에 작용해 원인에 상관없이 체내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구취 및 체취를 감소시킬 수 있다. 역시 근본적인 치주질환 치료와는 거리가 있다.
인사돌 VS 이가탄
파로돈탁스 VS 잇치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부광약품으로부터 판권을 인수해 시판하고 있는 ‘파로돈탁스’는 잇몸에 직접 적용하는 3가지 생약 복합 성분의 잇몸치료제다. 잇몸질환의 원인이 되는 세균에 항균작용을 나타내는 카모마일, 라타니아, 미르(몰약) 등 3가지 생약 성분이 함유돼 있다. 카모마일은 항염·항균작용, 라타니아는 지혈·항부종 작용, 몰약은 조직수복·강화 효과가 있다. 보통 치약과는 달리 잇몸질환의 예방 및 치료작용을 인정받아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받았다. 생약 성분들은 염증을 가라앉히고 잇몸조직을 탄탄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먹는 잇몸약은 약을 시간을 놓치지 않고 챙겨먹어야 하고 소염 성분의 경우 위장장애의 염려가 있지만 파로돈탁스는 치약 타입이어서 양치질 하듯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고 위장장애가 없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연마제가 들어 있지 않아서 치약을 따로 써야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동화약품의 ‘잇치’는 치약 성분(연마제)가 함유돼 별도로 양치하는 번거로움 없이 꾸준히 이를 닦으면서 사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파로돈탁스와 마찬가지로 3가지 천연 생약성분인 카모마일, 라타니아, 몰약 등이 함유돼 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잇몸병은 만성질환이므로 한 번 발병하면 악화되지 않도록 장기적으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며 “여성의 경우 생리, 임신, 출산 등 여성호르몬 분비가 늘어나는 시기에 잇몸 부종이 생기기 쉽고, 방어세포들의 기능이 떨어져 적은 양의 치태나 치석으로도 염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잇치 사용이 권장된다”고 말했다.
잇치는 부드러운 거품, 상쾌한 향, 산뜻한 투 톤 컬러가 기존 잇몸약에서 느낄 수 있는 거부감을 없앴다. 1일 2회, 3분간 양치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파로돈탁스 VS 잇치
잇몸약 Q&A
1. 이가탄과 인사돌의 복용 대상군은 어떻게 다를까?
이가탄은 부종과 출혈을 동반한 잇몸병에 효과적이다. 부종이 있으나 출혈은 없고 잇몸염증에 의한 구취가 심하다면 리드덴타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부종 출혈 염증이 없고 이가 흔들린다면 인사돌이 추천된다.
2. 이가 흔들릴때 어떤 잇몸약을 복용할까?
이가탄은 이가 흔들리는 자체에 대한 작용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인사돌이나 칼맥스테롤(칼슘,마그네슘,식물성 스테롤)처럼 치조골에 작용하는 성분은 미미하다. 이가탄의 제제 조성 포인트가 잇몸의 염증이나 출혈을 줄여주는데 있다. 만약 염증, 출혈에 이가 흔들리는 게 동반됐다면 이가탄과 인사돌 혹은 칼맥스테롤을 함께 복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출혈과 염증을 제어하면서 치조골 보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가탄은 초기 잇몸 염증 외에는 주약의 보조약 개념으로 많이 쓰고 있다.
3. 잇몸에 피가나도 잇몸약을 복용해야 할까?
잇몸에 피가 날 경우 종합비타민 제제를 권장한다. 근래 일이 힘들었다거나 영양 섭취가 부족해서 출혈이 나는 경우에는 잇몸약보다 비타민C 함량이 500㎎ 이상 되는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게 비용 대비 효과면에서 이익이다. 비타민C는 지혈작용과 함께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비타민B군은 피로회복 및 신진대사 촉진에 도움이 된다.다만 잇몸이 붓고 구취가 심하다면 잇몸 쪽에 문제가 생긴 것이므로 다른 잇몸약을 찾는다.
4. 갑자기 잇몸이 붓고 아프다면?
약국에서 이가탄이나 리드덴타 등 잇몸 소염영양제를 10정 단위, 소포장으로 구입해 소염진통제와 함께 쓰면 증상 경감에 도움을받을 수 있다. 인사돌 성분으로 20정 포장도 출시된 것이 있지만 이 제제는 단기보다는 장기적 복용이 필요해 소포장은 큰 의미가 없다.
도움말=권경란 민들레약국 약사(서울 신도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