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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의약계 ‘리베이트’ 수법 지능화…건강보험료 ‘넘봐’
  • 신정훈 기자
  • 등록 2012-07-16 14:22:13
  • 수정 2012-10-25 11: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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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행 ‘실거래가 상환제’ 허점 악용 …검찰, 수사 전면 확대키로

대형병원들과 의료기기 구매대행사가 납품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주고받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충격적인 것은 정부 합동수사반의 수사결과 의료기기 회사가 병원에 건넨 거액의 뇌물은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리베이트 수법도 지능화해 ‘실거래가 상환제’의 허점을 악용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관행처럼 변해가고 있는 리베이트 건강보험료 악용의 근절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한 상황이다.

16일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의료기기를 거래하면서 불법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구매대행 업체 2곳과 종합병원 9곳을 적발한 결과 인공관절 등 치료재료를 납품하며 종합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케어캠프 대표 이모(60)씨와 이지메디컴 영업본부장 진모(41)씨 등 의료기기 구매대행사 임원 4명을 의료기기법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지난 15일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반에 따르면 케어캠프 대표 이모씨는 2010년 11월부터 1년 동안 경희의료원, 강북삼성병원 등 6개 병원에 정보이용료 명목으로 약 17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이지메디컴 영업본부장 진모 씨(41)는 2010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건국대병원과 동국대병원 등 3개 병원에 2억4700여만원을 리베이트로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업체는 6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의료기기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1, 2위 업체다.

이들은 납품가를 보험 상한가까지 부풀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험급여를 신청한 뒤 실거래가와의 차익을 정보이용료 명목으로 매달 1000만∼5000만원씩 병원측에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업체와 병원은 정부의 ‘실거래가 상환제’의 허점을 악용했다. 이 제도는 병·의원, 약국 등 요양기관에 약제비를 상환할 때 상한금액 범위 안에서 요양기관이 실제 구입한 가격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 꼭 필요한 약이나 치료재료는 품목별로 정해둔 상한가만 넘지 않는다면 병원이 청구하는 대로 지급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한 병원은 좁은 혈관을 넓혀주는 의료기기인 ‘심혈관용 스텐트’를 구매대행사로부터 2503만 원에 구입한 뒤 건강보험공단에는 보험료 최대치인 2698만 원을 청구했다. 회계 정리를 위해 2698만 원을 대행사에 그대로 전달했다. 부풀려진 금액은 병원이 대행사로부터 ‘정보이용료’라는 항목을 적용해 되돌려 받았다. 의료기기 납품가격을 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보험 상한가'까지 부풀려 청구한 다음 실제 납품가와의 차액을 6대 4로 나눠 가진 것. 일반적인 리베이트보다 죄질이 훨씬 나쁘다. 검찰은 병원측이 부당하게 돌려받은 리베이트 전액을 추징하는 한편 6조원 규모의 의료기기 유통시장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지난해 4월에는 인천지역 한 대형 관절전문병원이 수술에 쓰는 의료기기 가격을 부풀리고 건강보험료까지 빼돌리는 방법으로 수백억원의 불법 이익을 남겨 검찰에 적발됐다. 이 병원이 쓴 방법은 신종 리베이트 수법이라고 볼만 하다. 이 병원은 수술기구를 실재 구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구입한 것처럼 꾸며 건강보험공단에 보험급여를 청구, 차액 300억원을 받아 챙겼다.

의료기기 외 제약회사의 리베이트는 병원측의 의약품 대량 구매와 특정 의약품 집중처방과 연관돼 제약사의 매출에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고 수법도 다양화 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의사와 약사 수백명에게 수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모 제약회사 대표 전모(49)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2009년 1월 서울 중구 모 내과의 사무장 유씨에게 자신의 회사 의약품을 써달라며 유씨 처남의 계좌로 200만원을 송금하는 등 지난 1월 중순까지 약 240차례에 걸쳐 6억원 상당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는 또 지난해 1월부터 1년여 동안 다른 병원 의사 송모(47)씨에게 회사명의로 리스한 고급 승용차를 제공하고 2000만원 상당의 리스료와 보험료를 대신 납부했다. 전씨는 송씨에게 1300만원에 달하는 차량 수리비와 견인료를 대납하기도 했다. 전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말까지 의사 및 약사 340여명에게 10억이 넘는 돈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패방지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 현재 제약업계 리베이트 규모는 약품 공급가의 10~25%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국내 제약사들의 판매관리비 비중은 35.6%로 제조업 평균(11.2%)의 3배에 달한다. 제약업계가 가격경쟁을 하지 않고 의사를 상대로 로비 경쟁을 벌여온 사실을 뒷받침하는 통계다.

의약품 리베이트의 가장 나쁜 점은, 리베이트로 약값이 부풀려진 만큼 그 부담이 환자 개개인과 건강보험 재정에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것이다. 작년 건강보험 지출 총액 43조7000억원 중 약제비는 12조8000억원으로 29.3%에 달했다. 2004년의 6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6년 만에 2배가 된 것이다.

일각에선 “병원의 리베이트는 건강보험료 인상 등 결국 국민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세금과 다름없는 건강보험료를 빼내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일은 더더욱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리베이트 수사를 의료계 전반으로 확대하고 실거래가를 엄격하게 확인하는 등 관련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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