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OECD가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34개 회원국 중 26위를 차지했다. 공동체 생활과 노동·여가시간을 고려한 일과 삶의 균형 항목에서는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은 연간 2256시간으로 OECD 평균 1739시간을 훨씬 웃돌았다. 우리나라는 영국 독일사람보다 연간 500~700시간을, 근면하다는 일본사람보다도 400시간을 더 일한다.
그러니 월요일 아침마다 지각하고, 일에 손이 잡히지 않는 게 당연하다. 산업재해도 월요일 오전에 가장 많이 빈발한다는 통계가 있다.‘월요일에 관한 10가지 놀라운 사실(10 Amazing Facts About Mondays)’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영국의 연구자료를 보면 월요일은 실제로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이 불과 3시간 30분밖에 안되는 비생산적인 날이다. 우리보다도 근로시간이 훨씬 적은 영국조차 월요병이 이 정도로 심각할 정도니 월요병은 가히 만국공통병이라 할 수 있다.
월요일은 자살이 가장 많은 요일이기도 하다. 영국 통계에 따르면 자살 남성의 16%, 자살 여성의 17%가 월요일에 자살했다. 13%인 주말 자살률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다. 심지어 월요일엔 심장병 발병 빈도도 높다. 영국의학저널(BMJ)은 월요일에는 심장마비 빈도수가 다른 요일에 비해 20%나 증가한다고 했다. 일터로 돌아오는 월요일이 되면 월요병 스트레스로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공개된 ‘월요병의 10가지 진실’ 중 첫번째 관점은 바로 표정이다. 영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남부 지역 사람들이 오전 11시6분이 돼야 처음으로 웃는다. 중동부 지역의 사람들은 11시33분이다.또 월요일에는 절반 가까운 직장인들이 지각을 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늘이 월요일이라는 사실에 12분 정도 불평을 늘어놓는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은 아침마다 자주 배를 움켜쥐고 동동 구른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등교거부증’, 부모와 떨어지기 싫다는 ‘분리불안증’‘, 그리고 마음이 지배하는대로 몸도 같이 아픈 ‘꾀병’ 또는 심신증(phycho-somatic disorder)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등교거부증은 월요일에 더 심하다. 잘 달래서 학교에 보내야지 안쓰러워 쉬라고 하면 빈도가 잦아져 성적도 떨어지고 의지도 약해져 커서 낙오자가 되기 쉽다. 보통 나이를 먹으면 점차 나아지지만 커서도 학년 초엔 비슷한 일을 겪는다.
어른이라고 별반 다를 것은 없다. 월요일이 싫은 건 마찬가지다. 간절히 원하던 직장에 취업했으나 어느 정도 회사에 적응해보니 ‘내가 지금 뭐하는 건가’ 하는 공허감을 느끼는 사람이거나, 실연을 당했거나, 독수리 같은 상사와 갈등하거나, 이기적이고 인정머리 없는 동료가 싫어진다면 아침에 눈뜨는 것조차 두렵다.
윗사람 역시 월요일은 부담스럽다. 한주 동안 어떻게 버틸지 생각하면 머리가 무겁다. 대다수 회사에서 월요일 아침에 여는 주간 경영회의는 저승 문턱에 들어서는 분위기다. 그나마 경기가 좋아 회사가 잘 돌아가면 좀 낫지만 경영실적이 나빠질 기미가 보이면 살벌한 회의 분위기가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다.
여러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를 보면 약 60~80%가 월요병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침체기에는 좀 높아지고, 활황기에는 낮아지는 특성을 보인다. 지금 만약 1990년대처럼 주6일 근무제로 돌아간다면 월요병은 더 심각해질 것 같지만 반드시 그럴까. 월요병은 꼭 평일에 과로해서만 생기는 게 아닌 것 같다. 과도한 근로시간이나 직무스트레스를 떠나 그냥 찾아온다고 보는 게 맞다.
금요일이 오면 누구나 쾌활해지고 상냥해지며 월요병은 싹 사라진다. 권위적이고 사무적인 공무원들도 금요일 만큼은 민원인에게 가장 친절하게 대한다는 조사도 있다. 월요병이 생기는 근본적 원인은 주말 동안 이틀간의 자유를 누리가 다시 자신을 구속해야 하는 ‘사회적 시차’ 때문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분석한다.
월요병을 이기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니 참으로 각양각색이고 아전인수격이다. 영국의 설문조사 결과 월요일에 겪는 불쾌한 기분을 달래는 방법 1위로 TV시청을 꼽았다. 2위가 성관계, 3위는 온라인쇼핑, 4위 초콜릿 구입이나 화장, 5위는 휴일계획 세우기로 나타났다. TV시청이야 가장 값싸고 쉬운 방법이지만 수동적인 방법이다. 성관계는 마땅한 파트너가 있어야 할 것이고, 쇼핑은 불필요한 과소비를 낳는다. 휴일계획 세우기는 왠지 현실도피적이고 업무를 등한시하는 사람 같아 보인다.
어떤 골프광은 주말에 골프를 쳐야 월요병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넓은 그린에서 뜻맞는 사람들과 골프공을 날리면 스트레스 확 사라져 월요병이 쳐들어올 틈새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골프장에 내버리는 시간과 돈, 약간의 육체적 피로는 낭비적인 측면이 분명 있다. 더욱이 골프에 빠지면 자기계발과 사색, 인생구상의 시간은 언제 갖겠는가. 또 패션회사들은 주말에 유행을 리드하는 톡톡 튀는 패션복을 사뒀다가 월요일 아침 출근할 때 입으면 월요병이 사라질 것이라며 소비를 부추기도 한다.
월요병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은 주말을 이용한 수면시간의 적절한 확보와 수면의 질 높이기다. 평소 야근, 회식, 접대 등으로 지친 직장인들은 주말에 1∼2시간 정도 늦잠을 자서 수면 빚을 갚는 게 좋다. 월요병을 예방하려면 주말 낮에 수면·각성리듬을 깨뜨리는 긴 낮잠을 자는 것보다 주말 아침에 1∼2시간 늦잠 자는 게 현명하다. 그렇다고 늦잠이 너무 늘어져 정오에 가까운 시간에 일어난다면 시(時)테크에 실패한 것이다.
일요일밤에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어 아침에 깨어 가볍게 조깅이나 산책,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점에서 일요일 밤에 방영하는 ‘개그콘서트’,‘7080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은 방송시간을 한두시간 앞당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너무 재미있거나, 과거에 젖어들게 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감정이 올라와 수면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 주말에 갖는 취미생활로는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거나, 육체적 피로가 심하지 않는 것을 택해 규칙적으로 즐기는 게 적절하다.
월요병을 이기는 핵심은 무엇보다 일의 가치를 인식하고 작은 것이나마 조금씩 이뤄가는데서 기쁨을 누리는데 있다고 본다. 미국의 기자이자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미국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비틴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한 분야에 적어도 1만시간을 투자해야 달인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꾸준히 연습하고, 자신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레비틴은 하루에 3시간씩, 일주일에 20시간을 10년간 어느 분야에 쏟아붓으면 1만 시간이 돼 어느덧 달인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시간을 앞당기고 싶다면 하루 3시간만으로 충분하겠는가. 일이 취미가 되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자신을 불태워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일을 지겹도록 반복해 끝을 본 사람들이다.
월요병도 이기고 성공에도 이르는 또하나의 길은 자신이 부정적 감정에 지배당해 어두운 생각이나 슬픔, 좌절에 휩쓸리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다. 긍정에너지를 유도해야 한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걸림돌은 자신과 갈등하는 상사다. 마음에 없는 아부를 해서라도 걸림돌을 치우던지, 실력을 키워 맞설 날을 기다리든지 해야 한다. 최소한으로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 여러 보완장치를 달아야 한다. 월요병보다 무섭다는 게 직장상사가 주말이나 휴가때 걸어오는 전화다. 그 전화를 껄끄럽지 않게 받을 수 있도록 참아내는 내공을 쌓는 게 사회인으로서 불가피하게 키워야할 덕목이다.
아울러 경영인이라면 하루 중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이 3시간 30분에 불과하다는 월요일의 낮은 노동생산성을 어떻게 올려야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사업해본 사람은 안다. 월요병을 앓을 겨를이 어디있느냐고. 모든 직원들이 월요병에 시달리지 않도록, 일을 취미처럼 잘 할 수 있도록 리드하는 일은 경영학·심리학·처세학에 잘 정리돼 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사기진작, 솔선수범, 인간적 면모 보여주기, 신뢰쌓기, 신상필벌 등 이론만으로는 쓸데 없고 하나라도 실천해 가장 자신에 맞는 것을 조합해내야 할 것 같다.
월요병 진단 체크리스트(출처 oddee.com)
-일요일 저녁에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한다.
-일요일 저녁이면 몸살 기운이 돈다.
-월요일을 떠올릴 때마다 심장박동수가 증가한다.
-스트레스를 풀고 월요일을 맞는 경우가 드물다.
-일요일 저녁은 밥맛이 없고 혼자 신세 타령을 한다.
-월요일은 1주일 중 가장 힘든 날이다.
-월요일 오전에는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월요일은 하루 종일 바쁘고 시간이 부족하다.
-특히 월요일 아침에는 기분이 안 좋을 때가 많다.
-이미 월요일부터 금요일이 되길 기다린다.
-갑자기 몸이 아파 쓰러지길 기도할 때가 있다.
△3개 이상: 초기 △5개 이상: 중기 △7개 이상: 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