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송영욱 류마티스내과·강재승 해부학 교수팀은 체내 포도당 대사 과정에서 중요한 효소 역할을 하는 ‘에놀레이즈(enolase)’가 류마티스 관절염의 새로운 원인 물질이라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활막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국내 인구의 약 1%에 가까운 사람이 걸린다. 외부로부터 인체를 지키는 면역계의 이상으로 오히려 자신의 인체를 공격하는 자가면역현상이 주요 발병 기전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까지도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35명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와 14명의 퇴행성 관절염 환자 및 35명의 건강한 사람의 혈액과 무릎 관절액에서 면역세포를 분리한 후 면역세포 표면에서 에놀레이즈의 발현 정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혈액에는 95% 이상의 면역세포에서 에놀레이즈를 발현하고 있는 반면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혈액에서는 3% 미만의 면역세포에서만 에놀레이즈를 발현하는 것을 확인했다. 건강인의 혈액에서는 에놀레이즈를 발현하는 면역세포가 없었다. 특히 관절염과 직접 연관이 있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무릎 관절액에서는 95% 이상의 면역세포에서 에놀레이즈가 높게 발현됐다.
에놀레이즈 연구로 새로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개발 가능성 제시
정상 면역세포는 건강한 상태에서는 우리 몸이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면역반응을 유발하지 않는다. 그러나 관절염처럼 국소적인 염증 반응이 동반되는 질환에서는 과량의 ‘염증반응 매개인자’가 생성돼 염증 부위에서 극심한 통증과 고열을 유발한다. 이에 연구팀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혈액과 무릎 관절액에서 에놀레이즈를 비정상적으로 많이 발현하는 면역세포만을 분리한 후 퇴행성 관절염 환자 및 정상인으로부터 분리한 정상적인 면역세포와의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로부터 분리한 면역세포에서만 염증 부위에서 극심한 통증과 고열을 동반하는 ‘염증반응 매개 인자’가 현저하게 많이 생성됨을 확인했다.
강재승 교수는 이에 대해 “에놀레이즈를 비정상적으로 많이 발현하는 면역세포가 체내에 많이 존재할 경우 에놀레이즈를 통한 면역세포의 활성도가 매우 높아지고 ‘염증반응 매개 인자’가 많이 생성돼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생 빈도가 현저하게 높아짐을 의미한다.”고 설명하였다.
송영욱 교수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혈액 검사만으로 에놀레이즈 수치를 측정하여 관절염 발병을 예측하고 치료 후의 예후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검사법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며 “에놀레이즈 활성 조절과 관련한 연구를 통하여 류마티스 관절염을 완치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시약 또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학병원과 서울대 의대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기초-임상 학제간 연구지원사업’과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면역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국면역학회 공식 학술지인 면역학저널(Journal of Immunology) 최신호(7월호)에 게재됐다.
사진=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송영욱 교수(좌),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강재승 교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