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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등록 2012-05-04 17:08:22
  • 수정 2019-09-02 17: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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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은 관계에 대한 불안,남성은 권위에 대한 도전에 민감

해마다 명절이면 남녀의 성격 차이를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아내가 명절을 앞두고 장을 보러갔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여보,오늘 명절 음식 준비하러 장 보러갔다가 정신 나간 남자가 깜박이도 안 넣고 확 들어오는 것 있지”
“그래, 안 다쳤어?”
“머리가 멍하고 몸은 아파, 크게 다친 데는 없지만…, 여보 그 남자 완전 미친거지.그 사람이 잘못한 거지”
“글쎄 쌍방과실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경찰이나 보험사 직원은 양쪽 과실률이 어떻게 된다고 하는데”
“짜증 나,여보는 무조건 내 편이어야지,과실률은 왜 물어”
“아니,그게 규정이 있으니깐 물어보는거지”
“50대 50이라고 해서 가뜩이나 속상한데 당신까지,흐흐흐”
“어 울어,미안해 잘못했어”
“뭘 또 금방 잘못했다는 거야,줏대 없는 인간”
“뭐 줏대가 없다고,너 나 무시하는 거야.진짜 보자 보자 하니깐…”
“너같이 속좁은 남자를 내가 왜 만났을까.내가 명절 준비한답시고 사고 당했는데…, 명절날엔 30명이나 손님이 오고 ….”
“여자한테 잘 해 줘봤자 소용없어,무시나 당하지.못나도 남편만 아는 여자가 최고지.나도 왜 널 만나서…”

흔한 부부싸움의 내용이다.기혼자들이라면 모두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하지만 이런 싸움들이 자꾸 반복되다보면 이혼의 사유도 될 수 있다.실제 남녀 갈등의 이유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과 달리 개별적 성격 차이가 아닌 남녀 성별에 따른 특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남자와 여자는 이목구비의 형태만 같을 뿐 심리적 특성에 있어서는 개와 고양이 이상으로 다른 종족인 듯 싶다.이 부부의 대화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기대했던 것은 무엇일까.‘나는 무조건 내 편’이라는 얘기일 것이다.남자가 여자의 말에 기분 상했던 것은 어떤 것일까? 가장이자 남성으로서의 존재에 대한 ‘무시’이다.인간은 본능적으로 외부 자극에 순간순간 반응하는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을 뇌에 넣어놓고 살지만 남녀의 스트레스 반응 차이는 매우 다르다.
여성은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여성은 ‘휴먼’ 또는 ‘정서적’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권력을 필요로 한다.반면 남성은 권위에 대한 도전에 민감하다.서열의 상층에 위치하려 애쓰며 1등이 되기 위해 네트워크를 이용한다.
이 부부싸움에서는 아내는 이미 이성적으로 교통사고 과실의 책임이 반반씩 있음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남편에겐 강렬한 정서적 네트워크의 결합을 원했던 것이다.남편이 “지금 차가 문제야,당신 괜찮아.이런 괘씸한 놈,당신을 다치게 하다니…”라고 감싸줬다면 부인은 아무런 문제 없이 정서적 행복감을 느꼈을 것이다.
문제는 여성의 이런 마음을 모르고 남자들은 컨설턴트적 자세로 무언가 합리적인 대안을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여기서부터 빗나가기 시작한다. 남성들은 합리적인 접근에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여성에게 답답함을 느끼고 여자가 강하게 내편을 들라고 어필해오면 일단 꼬리를 내렸다가 ‘줏대 없는 인간’ 과 같은 남자의 아킬레스 건을 건드리는 표현을 듣게 되면 분노가 치솟아 다시 거친 말로 반응하게 된다.남자들의 마음에는,적어도 아내 앞에서는 “너, 나 무시해…나 1등이란 말이야” 같은 권위의식이 있다.자신의 가치나 위신을 떨어뜨리고 깎아세우는 것은 아무리 아내라도,어쩌면 아내가 하는 말이니까 더욱 참을 수 없다.
한 고등학교 선배와 만나 남녀가 얼마나 다른 지에 이야기하게 됐다.선배는 필자의 얘기를 듣고 남녀의 심리차이만 알았더라도 고부갈등에 잘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웠다.선배는 부인 앞에서는 시어머니를 변호하고,어머니 앞에서는 부인을 변호해줬다고 한다.그러다보니 고부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부부관계도 갈수록 나빠졌다.남자들이 자꾸 빠지는 함정은 여성들이 ‘내 편’인 것을 확인하기 위해 비합리적으로 남자들에게 손을 내미는데 따스하게 잡아주면 되는데 그렇질 않고 팔짱을 낀 채 훈수를 두려고 한다는 것이다.마치 공정한 양쪽 입장을 잘 대변해주려 심판처럼,수학문제를 잘 풀어 1등을 칭찬을 받으려는 학생처럼,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는 유능한 컨설턴트처럼 고부 또는 부부갈등에 대응하는 게 남자들의 자세다.하지만 이렇게 하면 일은 점점 꼬여간다.그렇게 하지 말고 그저 여성이 내민 손을 푹 잡아주면 된다.여성들은 이미 자신들의 요구가 비합리적이 것을 알고 있는데 무슨 중재가 필요하겠는가.
명절이나 가정의 달(5월)에는 오히려 고부갈등이 노출되고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남녀라는 다른 종족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상대바의 특징을 이해하는 훈련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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