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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간·조혈모세포 차례로 이식 … 소아희귀난치질환 과호산구증후군(HES) 치료 국내 첫 성공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6-01-26 09: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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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종양혈액과 교수팀, 면역억제제 투여 중단할 정도로 면역관용 유도

 

“이제는 약 없이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됐어요.”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소아희귀 난치성질환인 과호산구증후군(Hypereosinophilic Syndrome, HES)과 싸워온 유은서(여, 13세) 양이 엄마의 간과 조혈모세포를 차례로 이식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통해 면역억제제 없이 건강을 유지하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다.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오석희 소아청소년전문과, 남궁정만 소아외과 교수팀은 과호산구증후군으로 간경변증이 진행된 은서 양에게 엄마의 간과 반일치 조혈모세포를 순차적으로 이식한 결과, 면역억제제를 완전히 중단하고도 간 기능과 조혈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면역관용(Immune Tolerance)’ 유도에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과호산구증후군은 백혈구의 일종인 호산구가 혈액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주요 장기를 공격하는 질환이다. 은서 양은 호산구가 간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간세포가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과 간부전으로 이어져 간이식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성인 환자에게 간과 조혈모세포 순차이식을 통해 면역관용을 유도한 사례는 국내 일부 보고된 바 있지만, 성인보다 면역 체계가 까다롭고 이식 후 합병증 위험이 높은 소아 환자 특히 과호산구증후군과 같은 희귀 난치성 질환에서 성공한 사례는 국내 처음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성과로 평가받는다.

 

면역세포는 외부에서 들어온 장기를 ‘침입자’로 간주해 공격하는데, 이러한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이식 환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이번 치료는 간이식 후 동일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환자의 면역체계 자체를 재구성함으로써 난치성 질환의 근본적 치료와 면역관용 달성을 동시에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은서 양은 2017년 과호산구증후군을 진단받은 후 소장 천공으로 인한 장루조성술 등 여러 차례 수술을 겪으며 힘든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비정상적으로 증식한 호산구가 지속적으로 간을 공격해 간경변증으로 이어졌고, 2023년에는 식도정맥류 출혈, 2024년에는 복수 등 간부전 합병증이 발생해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호산구를 생성하는 골수의 이상이 병의 근본 원인이기 때문에 단순히 간을 이식하는 것만으로는 완치가 어려웠다. 이에 의료진은 2024년 8월 어머니의 간을 이식한 데 이어, 2025년 2월 동일 공여자인 어머니로부터 반일치 말초혈 조혈모세포(Haplo-PBSCT)를 이식했다.

 

이처럼 동일 공여자로부터 간과 조혈모세포를 순차적으로 이식한 것은 면역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어머니의 조혈모세포를 통해 새롭게 형성된 환자의 면역체계는 이미 이식된 어머니의 간을 ‘외부 장기’가 아닌 ‘자기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면역세포가 이식된 장기를 공격하지 않는 면역관용 상태가 되어 평생 먹어야 했던 면역억제제를 완전히 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은서 양의 어머니 박 모 씨(가명)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 전후에는 금식해야 하기 때문에 은서가 친구들과 마음껏 간식을 먹지 못할 때 특히 마음이 아팠다. 이제는 약 없이 언제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면서 뛰어놀 수 있게 되어 꿈만 같다. 은서에게 건강한 미래를 선물해 주신 의료진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은서 양은 2025년 10월 면역억제제 복용을 완전히 중단했으며, 최근 시행한 간 조직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확인했다. 특히 ‘완전 공여자 키메리즘’(환자 체내에 공여자의 세포가 자리 잡은 비율)이 확인됐는데, ‘완전’ 상태는 은서 양의 혈액세포가 100% 어머니의 세포로 대체돼 더 이상 비정상적인 호산구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왼쪽부터), 오석희 소아청소년전문과, 남궁정만 소아외과 교수

김혜리 교수는 “간·조혈모세포 순차 이식을 통해 희귀 난치성 질환의 근본적인 치료와 이식 후 면역관용 유도를 동시에 달성한 이번 사례가 비슷한 고통을 겪는 환아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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