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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EU바이오기술법 제정안 발표, 내년에 제정 … 미국은 ‘생물보안법’ 발효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5-12-23 10: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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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은 돈 풀고 인프라 육성, 규제 혁신 … 미국은 ‘중국 영향 차단’에 총력
  • 유럽, 낮아진 임상연구 비중 회복에 총력 … 임상 인프라는 신약개발의 기초

미국과 중국에 비해 바이오 경쟁력이 밀리는 유법이 역량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지난 16일 EU바이오기술법(EU Biotech Act) 제정안을 발표했다. EC는 EU의회 및 EU이사회를 거쳐 내년 3분기에 ‘EU바이오기술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EU가 추진하는 ‘EU바이오기술법’은 한마디로 규제를 완화고, 돈은 풀며,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연구개발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에 집중돼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게 임상연구 활성화다. 제정안은 다국가 임상시험의 경우, 추가 정보 요청이 필요 없는 경우 종단(end-to-end) 간 승인 기간이 75일에서 47일로, 정보 요청이 있을 경우 106일에서 76일로 단축키로 했다. 

 

또 임상시험 후원자(제약사)로부터 추가 정보 요청이 없을 경우 중대한 수정 평가 기간이 64일에서 33일로, 요청이 있을 경우 96일에서 47일로 단축된다. 절차 진행 속도를 높이고 ‘규제 샌드박스’(아이들이 모래 놀이터네서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기존 규제를 일시 면제하거나 유예)와 같은 혁신적 기업의 요구에 맞춘 프레임워크는 절차적 일정과 규제 부담을 줄여 궁극적으로 기업의 비용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임상시험은 혁신적 첨단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 수백만 명이 임상시험에 참여함으로써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EU에서는 약 6500건의 임상시험(진행 중 기준)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 약 20%는 희귀질환 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임상시험 수행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길고 복잡한 승인 절차, 제한된 자본 접근, 최적이 아닌 인프라, 숙련된 인력 부족이 위기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23개 EU 회원국이 참여하는 ‘FAST EU’를 통해 내년 1월부터 새로운 승인 절차를 시범 운영한다. 이를 통해 회원국 간 다국가 임상시험 간소화, 비정형적인 임상시험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샌드박스 도입, 복합 임상시험에 대한 단일 승인 절차 도입 등이 추진된다.

 

지금까지 유럽은 규제는 까다롭지만 데이터 신뢰도가 높아 후기 임상과 허가용 임상에 적합한 시장으로 평가돼 왔다. 여기에 EU가 내년부터 규제를 간소화하면서 데이터·AI 활용과 공공 투자까지 강화할 경우, 유럽은 더 이상 ‘느린 대신 안전한 시장’이 아니라 ‘빠르고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유럽 진입 기회가 넓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유럽 기업간 경쟁 가열로 높아진 경쟁력에 의해 상대적으로 열위에 빠질 위험도 있다. 

 

EU는 역내 바이오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자금 접근성을 확대하고, 바이오기술의 EU내 자본 접근을 촉진할 수 있도록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EC는 2026년과 2027년에 유럽투

투자은행(EIB) 그룹과 협력해 최대 100억유로의 투자를 동원하는 EIB의 ‘바이오기술 EU이니셔티브’를 보완하는 보건 바이오기술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첨단치료의약품우수센터, 바이오의약품 제조를 위한 시험 및 교육 환경, 데이터 품질 가속, 생물방어(생물학적 무기 또는 생물환경 변화에 대응) 역량 프로젝트 등 영향력 있는 바이오기술 개발을 실현해 EU의 산업 역량을 강화하고 혁신을 지원할 계획이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생산과 같은 전략적 분야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보건 및 수의 바이오기술 분야에서의 특허권 확대를 통해 주요 EU 혁신에 대해 보상할 계획이다. 

 

유럽 건강데이터 공간을 구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테스트 환경을 구축하며, 데이터 공유를 촉진하고, 중소기업, 스타트업 및 스케일업의 고성능 기술 활용을 지원함으로써 바이오기술 분야에서 인공지능, 데이터, 디지털 솔루션 활용을 촉진할 계획이다. 

 

바이오기술 제품의 시장 출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규제 절차를 간소화하고 가속화할 계획이다. 예를 들 국제조화 요구사항과 규제 샌드박스 활용을 통해 기업들이 혁신적인 솔루션, 규제 절차 및 기술을 실험하고 시험할 수 있는 통제된 환경을 제공할 방침이다. 

 

EU의 바이오기술법 제정 추진은 현재 바이오기술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에서 비롯됐다. 유럽 기업들은 경쟁력이 부족하고, 혁신을 제품으로 전환하고 시장에 출시하고 도달하는 과정에서 장벽과 복잡성에 직면하고 있다. 

 

바이오기술 분야는 연구 중심적이며 빠르게 변화한다. 번영을 위해서는 상당하고 지속적인 공공 및 민간 투자, 유리한 규제 환경, 적절한 생태계, 선진 인프라, 안정적인 공급망,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EU는 바이오기술의 기초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비교적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으나 제품화나 개선된 산업 공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EU는 바이오기술이 EU의 경제, 지속가능성,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EU는 바이오 제조, 특히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 주자이다. 이는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고숙련 일자리를 창출하며, 제조 및 연구개발에 대한 추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은 심화되고 있으며, 공급망은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다. 

 

이는 EU가 선도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궁극적으로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는데 전례없는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바이오는 경쟁은 치열하고 속도가 빠르다. 다른 지역에 제품을 더 빠르고 쉽게 출시할 수 있는 기업만이 혁신, 투자, 성장 및 고용 창출을 이룰 수 있다. 

 

그 일레로 EU에서 수행되는 임상시험의 비중은 지난 10년 동안 25%에서 19%로 감소했다. 미국은 EU보다 초기 임상시험 단계 벤처캐피털 거래가 세 배나 많았고, 후기 단계 거래도 세

배나 많았다. 지난 6년 동안 상장된 67개 바이오기술 기업 중 66개가 유럽 증시가 아닌 미국 나스닥을 목표로 삼았다. EU 차원의 개입이 없다면 EU의 경쟁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맥락에서 EU는 혁신을 이끌 스타트업, 스케일업 기업, 유망 중소기업을 지원하며 바이

오기술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이점을 활용하는 측면에서 경쟁국에 뒤처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경우 제3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경쟁력이 처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유럽의 틈새에서 비교적 빠른 임상시험 수행 능력과 우수한 제조 인프라를 강점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EU바이오기술법’이 본격 시행될 경우, 유럽은 임상 승인 속도, 자본 접근성, 규제 유연성 측면에서 한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거나 오히려 앞설 가능성이 크다.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자본과 인재의 이동이다. EU는 대규모 투자 동원과 특허 보상 강화를 통해 혁신 기업과 연구자를 자국 내에 붙잡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글로벌 자본과 기술 인력이 한국을 ‘정거장’으로만 인식할 위험을 키운다. 임상연구나 상업화를 다시 유럽 내에서 진척시키려는 유럽의 의지가 실현되면 한국 바이오산업은 다시 부가가치가 낮은 하부를 담당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미국은 생물보안법이 상하원을 통과하고 2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마쳤다. 미국은 이 법을 통해 ‘안보’의 이름으로 바이오 공급망을 재편하고 중국을 견제할 방침이다. 바이오 역량을 자국 안에 묶어두겠다는 게 이 법의 핵심이다. 

 

미국이 바이오를 반도체와 같은 전략 자산으로 간주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기초 및 임상 연구개발부터 위탁생산(CDMO), 생물 및 임상 데이터, 의약품 원료까지 자국에서 생산 및 유통되도록 하고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국가’ 중심으로 바이오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상당한 희생을 무릅쓰고라서도 효율보다 안보, 가격보다 정치적 판단을 앞세우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수십년 동안 세계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을 통해 ‘자유 경쟁’ 시장 질서를 추구해왔지만 미국은 향후 ‘국가 전략 경쟁’의 차원에서 자국의 국익 수호를 위해 중국과 연계된 바이오 기업을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고 친미 성향의 국가와만 교류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시장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반면 이번 EU바이오기술법은 이와 정반대로 유럽 내 규제를 풀고 자본을 투입해 권역내 바이오 기업을 키우고, 임상시험과 상업화를 EU 안에서 완결시키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이는 미국과 중국에 기술과 인재가 유출돼 온 기존 구조를 되돌리려는 시도다. 다시 말해, 미국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전략’이라면, EU는 ‘나가지 않게 붙잡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이 두 흐름이 동시에 작동할 경우, 한국 바이오산업이 처한 환경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생물보안법으로 중국 기업들이 밀려난 자리를 한국의 CDMO와 소재·부품 기업들이 대체할 수 있다. 한국은 제조 신뢰도와 품질 측면에서 미국과 유럽 모두가 선호하는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위협이 더 크다. 미국은 ‘동맹국’이라 해도 핵심 기술과 데이터는 자국 내에 두려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고, EU는 규제 완화와 투자 확대를 통해 글로벌 기업과 인재를 직접 끌어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명확한 전략 없이 머뭇거릴 경우, 한국의 자본과 인재는 해외로 유출되고, 임상·허가·상업화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완결되고 제조 인프라만 겨우 담당하다가 나중에는 이마저도 붕괴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K-바이오는 여전히 유연하지 못한 규제, 크지 않은 자본력, 일천한 기초기술로 도약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바이오를 미래 성장산업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당장의 국가 경쟁력으로 중시하고 될성부른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인재와 자금, 인프라 등의 유출 방지에 신경 쓰면서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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