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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검체검사 위탁검사관리료 폐지안에 개원가 반발 … 쟁점과 합리적 방안은?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5-11-04 08: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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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행 규정은 검사료의 110%를 위탁기관에 지불하면 10%는 관리료로 챙기고, 100%는 수탁기관에 지불 정산
  • 관행상 위탁기관이 검사료의 50~60%를 마진으로 챙겨 … 개원가 “관리료는 의료행위의 일부, 없어지면 필수의료 저해”
  • 복지부 “불공정거래, 진단검사 남발, 검사의 질적 저하, 건강보험재정 지출 증가 개선 위해 제도 개편 불가피”

최근 정부가 검체검사(혈액 소변 대변 조직 등) 위수탁 제도의 불공정거래, 진단검사 남발, 검사의 질적 저하, 건강보험재정 지출 증가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 의지를 비추자 개원의를 중심으로 의사사회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행 보건복지부 및 건강보험공단 규정에 따르면 현재 위탁기관(의료기관)이 환자에게 검사료 110%를 청구하면 공단이 이를 환자 본인부담금을 제외하고 전액 위탁의료기관에 지급하고 있다. 110%의 지급액을 받은 위탁의료기관은 수탁기관(대형 랩, 진단검사 전문 의료기관)에 100%를 지급하고 나머지 10%는 위탁검사관리료(위탁수수료)로 챙기고 있다.

 

정부는 현행 검사료 100% 외에 위탁기관에 지급되는 위탁검사관리료 10%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관장하는 검체검사수탁인증관리위원회(위원장 공구 한양대 의대 교수)는 2025년 7월 31일 1차 회의, 10월 29일 2차 회의를 열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차제에 위탁검사관리료를 없애자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현행 복지부 고시에는 위탁기관에 위탁검사관리료, 수탁기관에 검사료를 분리 지급키로 돼 있다. 하지만 관행상 또는 건강보험공단 및 심사평가원의 전산시스템상 위탁기관에서 위탁검사관리료와 수탁기관 검사료 일괄(110%) 지급받은 후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이 상호 정산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관행으로 인해 위탁의료기관은 어떻게든 검사항목과 횟수를 늘리려 하고, 공단에서 일괄 지급받은 검사료(110%)에서 100%를 수탁기관에 지급하는 과정에서 적게는 10~30%, 많게는 50~70%를 할인해 수탁검사기관에 지급해왔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수탁기관의 과당경쟁, 재위탁(재하청), 검체검사 끼워팔기 등의 문제도 있다. 닭이냐 달걀이냐 문제처럼 누가 먼저 비리부정의 온상을 제공했는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복지부는 지난 2차 회의에서 보상 중첩 문제가 제기되는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하고, 검사료(100%) 내에서 위탁기관 및 수탁기관 간 배분 비율을 설정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방안은 11월 중 개최될 3차 회의에서 심층 논의되고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의료계가 복지부 방침에 전면 반기를 들었다. 위탁검사관리료는 의사가 환자와 진단 및 상담하고 검체를 채취하며 이 과정에서 감염관리를 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단순히 ‘통관 수수료’가 아니라는 것이다. 위탁검사 의뢰는 의료행위의 일부로, 만약 관리료가 사라지면 의사가 무보수로 노동하는 셈이고, 병원 경영의 입장에선 수입 감소로 큰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산부인과의 경우 임신 초기 산모는 일반 혈액 및 혈액형 검사, 염증 및 항체 검사, 소변 검사, 자궁경부암 검사 등 대규모 기초 검사를 받게 된다. 임신 중기엔 태아 기형아 선별검사와 임신성 당뇨병 검사 등 핵심적인 검사가 시행된다. 임신 말기엔 혈액 및 간 기능 검사가 이뤄지고, 출산 후에도 산모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기초 검사가 필요하다.

 

이런 검사는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유지하고, 임신·분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조기 발견하기 위한 필수적인 진료 행위다. 하지만 위탁검사관리료가 사라진다면, 여기서 발생하는 수입 감소가 임신 기간 내내 누적돼 심각한 경영 악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다.

 

게다가 이런 수입 감소가 위탁관리료 10%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데 개원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만약 비공식으로 관행적 할인율인 50%~70% 받아왔다면, 여기에 해당하는 수입 전액이 추가로 증발하게 된다.

 

만약 산모 1명을 분만까지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위탁검사 총액이 2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병원의 총손실액은 관리료 증발분 2만원에 할인 마진 10만~14만원을 더해 총 12만~16만원이 날아가는 셈이다. 이를 연간 출생아 수인 24만~25만명에 대입하면 분만에서만 288억~400억 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할 수 있다. 

 

경기도의사회, 대한외과의사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등은 “1차 의료기관이 검사를 포기할 경우 과소진료가 우려되고, 이로 인해 상급의료기관을 방문한다면 환자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필수의료 인프라가 사실상 붕괴된 마당에 1차 의료 인프라마저 무너진다면 국민에게 큰 피해가 갈 것”이라며 “복지부는 일방적 ‘관치’를 중단하고 의료계와 협의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경기도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가 검체 위탁 수수료를 불법 리베이트 성격으로 간주하며 수동적으로 대응한다"며 "위탁관리 수수료는 시장경제원리에 따른 합법적 비용이며, 검체 채취 및 설명 등 진료 과정에 따른 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의협이 의료계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질타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위탁관리수수료 폐지안에 대해 마치 의사가 불법리베이트를 받고 있음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위수탁 의료기관 간 시장 원리에 따른 거래에 대해 문제를 삼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지난 10월 초(추정) 출입 기자와의 간담회에서 “위탁관리료 10% 폐지에 대한 정부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며 “이번 제도 개선을 두고 정부가 건강보험재정 감소 효과를 노린다는 시각도 있는데, 현재 110% 지급하던 것을 100%로 낮추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재정 감소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검체검사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그동안 관행이라는 명목 하에 일부 수탁기관이 위탁기관과 불공정 계약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런 내용이 복지부에 고발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서도 시장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불공정 거래에 대한 처벌 조항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국장은 “결과적으로 위탁관리료 폐지, 분리 청구 등으로 개선방안을 잡았다”며 “보험수가 상대가치개편이 2년마다 진행되고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인데, 검체검사 대부분 평균적으로 보상이 꽤 높다고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해서는 수가를 인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마도 (고난도 또는 필수검사 항목이 많은) 대학병원들에서 수가 인하가 많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만약 위탁관리료 폐지 및 분리 청구 방식이 도입되면 의원급 의료기관, 특히 출산 감소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 연간 수백억 원 규모의 경영 손실이 발생하여 폐업이나 분만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 분리 청구 방식으로 인해 환자의 이중 결제(검사료를 수탁기관 및 위탁기관에 분리 납부),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증가, 위탁기관의 채혈 및 검체관리 등에 대한 행정 부담등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2023년 도출된 정부 자체 용역 결과에서도 검체검사수가를 일률적으로 분리해 청구하거나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과도한 수탁기관의 검사비용 할인 경쟁 구조와 위수탁 제도의 구조적 개편 없이 정부안을 강행한다면 오히려 검체 오류 위험을 높여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이번 개편은 여러 법·행정적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수탁기관은 의료기관이 아니어서 국민건강보험에서 비용을 지급하는 것은 상위법인 건강검진기본법과 상충한다”며 “하지만 정부는 법 개정 없이 고시로만 이를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분리 청구 도입 시 이중 결제로 환자 불편이 커지고, 관련 민원은 고스란히 일선 병·의원의 몫”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동안 검체 검사 수입으로 근근이 버텨왔던 산부인과에 마진 10%만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비급여 검사 수익은 직격탄을 맞고, 이 수입원마저 없어지면 분만을 포기하는 병원이 급증할 것은 자명하다”며 “검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되면 필수 의료를 살리기는커녕, 분만 환경이 더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에서 “검사 질 관리 강화를 위해 수탁기관 인증기준 개선, 질 가산 평가 강화, 재수탁 제한, 검체 변경 등 환자 안전사고 예방·관리 및 제재방안 등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선에 대해, 수탁기관협회는 현재 검사료 할인이 과도한 상황으로, 시장질서로 바로잡기는 불가능하며, 이를 제한하는 강제력 있는 고시 규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며 보건복지부 입장을 반기고 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병리학회, 대한핵의학회는 검체검사는 명백한 의료행위로서, 할인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은 부적절하며, 분리청구·지급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개선방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진단검사학회는 추후 검체수거·운송비용에 대한 보상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병리학회는 병리검사 특성을 감안하여 배분 비율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대한병리학회는 “병리과 전공의 지원이 날로 감소하고 있다”며 “검체 위수탁 과정에서 검체가 바뀌어 환자에게 치명적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차제에 위수탁 과정의 구조적 개편과 보완이 필요하며 기존 관행을 유지하는 방향이 아니라 병리과 검체검사가 근거중심 현대의학의 근간으로 유지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탁기관의 불공정 관행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체검수 건수가 그리 많은 치과계를 대표한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위탁기관의 환자진료 과정에서의 위험도와 위탁검사관리료 폐지 등에 대한 현장의 수용성을 고려하여 제도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다소 중립적인 입장이다. 

 

정부나 의료계는 재수탁은 제한할 필요성은 있으나, 검사현장의 현실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허용이 필요하다는 데 거의 일치하는 모습이다. 

 

공구 위원장은 “검체검사 위수탁은 국민의 건강권 차원에서 투명성· 공정성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으며, 검사의 질관리 향상과 함께 위수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와 직접 관련 없는 비용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인식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장은 “안전한 환자 진료를 위해 건강보험 위수탁 검사의 공정한 보상체계 이행과 질 향상 제도 강화가 시급하며, 분리청구·지급방안 등은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의료현장의 혼선이 없도록 사전 준비를 충실히 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학병원은 이번 제도 개편안과 관련, 별 연관성이 없다. 대부분 대형 자동화 분석기로 자체 해결하고 프리미엄 건강검진이나 희귀질환 특수검진으로 고마진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진단검사의 마진은 검사의 난도, 위탁 및 수탁기관과의 이면 계약 사항에 따라 달라지지만 통상 50~60%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제도 개편안은 결국 개인의원이나 중소병원의 부당한 마진을 줄이고 검사 자체를 줄여 환자의 불필요한 검사를 피하게 하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도 기여하는 혁신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부인과처럼 저이윤 필수의료 진료과목에선 억울함이 클 수 있겠지만 진단검사 시장의 투명화라는 대의명분에 저항할 길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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