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엠피리코(Empirico)로부터 고도 선택적 계열 최초 및 잠재적 계열 최고 소간섭 RNA(siRNA) 치료제 후보물질 ‘EMP-12’의 글로벌 독점권을 확보했다고 2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의 일종인 ‘EMP-012’는 새로운 치료 표적에 대응하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 및 각종 염증성 호흡기질환 치료제로 1상 단계서 개발되고 있다.
계약에 따라 1상까지는 엠피리코가 임상 개발을 주도하고, 이후 단계서부터 인허가, 발매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맡기로 했다.
EMP-012는 기존의 치료제와 상이한 염증경로를 표적으로 작용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2형 염증, 흡연, 또는 병발질환 등과 무관한(agnostic)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형 염증의 특징을 나타내지 않는, 비(非) 2형 염증 가운데 치료대안 선택의 폭이 제한적인 세부 환자 유형에 적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염증은 면역학적 반응 패턴에 따라 1형, 2형, 3형으로 나뉜다. 1형은 바이러스나 특정 박테리아와 같은 세포 내 병원균 또는 암세포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면역기전이 과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염증이다. 2형은 기생충(주로 선충) 감염, 알레르기물질, 독소로부터 인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염증이다.
1형 염증은 Th1 세포, CD8+ T세포, 대식세포 활성화를 나타내며 인터페론 감마 및 TNF-알파와 같은 사이토카인을 생성한다. 이에 TNF 억제제가 유용하다. 류마티스관절염, 크론병, 건선, 건선성관절염 등이 대표적인 질환이다.
반면 2형 염증은 Th2 세포, 호산구, 호염기구, 비만세포의 활성화와 관련 있으며 IL-4, IL-5, IL-13과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생성한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가 잘 듣는 성향을 보인다. 알레르기성질환(피부 알레르기, 알레르기성 천식), 아토피피부염 등이 대표적 질환이다.
3형 염증은 세포 바깥의 세균, 진균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면역 기전이 과활성화되어 발생한다. 건선, 건선성 관절염, 여드름, 주사(안면홍조) 등의 발병과 연관돼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위), 엠피리고 로고
양사의 제휴는 여전히 의료수요가 높은 이같은 비 2형 염증의 COPD 환자를 겨냥하고 있다. COPD는 2050년에 이르면 환자 수가 전세계적으로 6억명 안팎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COPD로 인해 의료 시스템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약 4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질적인 COPD 증상의 특성상 전체 스펙트럼에 걸친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기 위한 새로운 치료방법이 요망되고 있다. 특히 기존 생물학적제제의 사용이 적합하지 않거나,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거나 악화되고, 입원에 이른 환자들의 경우 새로운 치료제의 출현이 절실하다.
EMP-012의 향상된 역가와 긴 투여 간격은 엠피리코가 독자 보유한 siRNA 화학 노하우에서 비롯된다. 장기지속형 생물학적제제들을 포함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개발 중인 COPD 프로그램을 전략적으로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EMP-012가 단독요법 또는 GSK의 COPD 관련 포트폴리오와의 병용요법으로 선택될 수 있다.
카이반 카반디(Kaivan Khavandi) GSK 글로벌 호흡기‧면역계‧염증 연구‧개발 대표는 “이번 합의는 새로운 표적들을 진전시키고, 자료를 통해 뒷받침하고, 증상의 기저 촉발인자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COPD에 대한 치료를 변화시키려는 우리의 야심이 반영될 것”이라며 “예상하고 있는 EMP-012의 장기지속형 특성과 상이한 염증 경로 표적은 GSK의 COPD와 관련한 다양한 양식(modalities)의 파이프라인을 보완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siRNA 치료제와 같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는 차별화된 역량을 갖고 있어 기존 저분자 치료제들이나 생물학적제제들의 사용이 부적합한 치료 표적들의 상당 부분에 대응할 수 있다.
엠피리코의 오므리 고테스먼(Omri Gottesman) 대표는 “이번 협약은 엠피리코가 독자 보유한 표적 발굴 및 siRNA 플랫폼이 내포하고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방증한다”며 “GSK의 글로벌 시장 영역과 COPD 분야에서 보유한 심도 깊은 전문성이 EMP-012 개발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엠피리코는 수년간 아이오니스파마슈티컬스(Ionis Pharmaceuticals), 앱셀레라(Abcellera) 등 siRNA 전문기업과 연구협력을 지속해왔다.
계약에 따라 엠피리코는 8500만달러의 선불계약금, 개발‧인허가‧발매 관련 성공 마일스톤으로 최대 6억6000만달러를 받게 된다. 합계 7억4500만달러를 챙길 수 있다. 시판 후 순매출액 대비 로열티를 별도로 지급받는다.
GSK는 올해 5월, IL-5 항체인 ‘누칼라’(Nucala, 성분명 mepolizumab)가 성인 COPD 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누칼라는 앞서 중증 호산구성 천식, 비강용종 동반 부비동염, 고호산구증후군(Hypereosinophilic Syndrome, HES) 등의 적응증을 갖고 있었다.
아울러 GSK는 지난 7월 중국 장쑤헝루이제약(항서제약, Hengrui Pharma)으로부터 PDE3/4 억제제 계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 후보물질 ‘HRS-9821’을 포함한 최대 12개의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하는 12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당시 헝루이는 “HRS-9821이 가장 광범위한 COPD 환자를 치료하려는 GSK의 야망을 뒷받침한다”고 밝힌 바 있다,
GSK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소간섭 RNA 치료제) 파이프라인은 아이오니스파마슈티컬스와의 협력으로 개발된 B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 베피로비르센(bepirovirsen)이 2건의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관련 지방간 치료제는 애로우헤드파마슈티컬스 (Arrowhead Pharmaceuticals)와 협력하고 있다. 이밖에 웨이브라이프사이언스(Wave Life Sciences)로부터 인수한 다양한 자산, 엘시바이오테크놀로지스(Elsie Biotechnologies)로부터 확보한 비독점적 라이선스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