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알리소 비에호(Aliso Viejo)의 안과질환 치료제 전문기업인 글라우코스(Glaukos Corporation)는 13세 이상의 원추각막(keratoconus) 치료제 ‘에피옥사’(Epioxa) 및 ‘에피옥사 HD’ 점안액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승인을 받았다고 2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에피옥사는 리보플라빈 5 인산염 점안액(riboflavin 5’-phosphate ophthalmic solution) 0.177%다. 반면 에피옥사HD(고농도)는 0.239%다. 성분보다는 제형 기술이 이 약의 핵심으로 보인다.
이들 신약은 원추각막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각막 콜라겐 교차결합술(Corneal cross-linking, CXL)에 보조제로 사용되는, 사상 최초의 국소 안약 치료제로 허가됐다. CXL은 리보플라빈(비타민 B2) 점안액과 자외선(UV)을 사용하여 각막의 콜라겐 섬유 사이에 새로운 결합을 생성토록 유도해, 진행성 원추각막 등의 질환에서 각막을 강화하는 시술이다. 각막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추가적인 돌출과 시력 저하를 막거나 늦출 수 있으며, 각막 이식의 필요성을 예방할 수도 있다.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외래 시술이며, 일반적으로 마취제 점안, 리보플라빈 도포, 자외선 조사, O2n System(산소농도를 높이는 특허기술 장비), Boost Goggle(자외선으로부터 안구 보호 고글) 등이 필요하다.
원추각막은 각막이 점차 얇아지면서 원뿔 모양으로 돌출되는 비 염증성 안과질환의 일종이다. 30대를 중심으로 젊은층에서 가장 많이 발병한다. 전체 원추각막 환자들의 90% 정도가 안구 양쪽에서 증상이 나타나고, 원추각막 증상을 치료하지 않은 환자들의 20% 정도가 결국 각막 이식수술에 이르고 있다.
에피옥사는 리보플라빈 성분으로, 일종의 광증강제(photoenhancer)다. 각막 콜라겐 교차결합술 시술 사 산소 농도가 높은 환경에서 순차적으로 투여하고 자외선을 조사하면 콜라겐 교차결합을 촉진할 수 있다.
리보플라빈은 산소 농도를 직접 높이는 게 아니라 광증강제(광과민제)로서 자외선 에너지를 흡수해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이라는 반응성이 높은 산소 분자가 만들어지도롤 유도한다. 활성산소종은 주변의 콜라겐 섬유와 반응해 새로운 공유결합(교차결합)을 형성한다. 이로써 각막 표면이 단단해져 원추각막을 개선할 수 있다. 
FDA는 총 400명 이상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2건의 전향적, 무작위 배정, 다의료기관, 이중맹검 방식으로 설계된 3상 임상시험에서 도출된 결과를 근거로 에피옥사를 승인했다. 두 임상시험에서 사전에 설정한 1차 유효성 지표를 충족했다. 12개월 차에 최대각막곡률(maximum corneal curvature, Kmax)이 기저 시점 대비 얼마나 변화했느냐를 평가했다. 위약 대비 에피옥사는 1.0 디옵터 이상의 시력 개선을 보였다. 호의적인 내약성 및 안전성 프로필도 입증됐다.
글라우코스는 내년 1분기 중에 에피옥사를 시판할 예정이다. 에옥사는 원추각막 치료에서 변혁적인(transformative)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CXL과 달리 안구 전면의 가장 바깥층을 구성하는 각막상피를 절제할 필요가 없는 무절개(incision-free)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피의 절제로 인한 통증을 피할 수 있고, 시술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으며, 회복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치료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배경이 된다.
토마스 번스(Thomas Burns) 글라우코스 대표는 “이번 FDA 승인으로 에피옥사가 원추각막의 새로운 표준요법으로 확립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각막 상피의 절개를 필요로 하지 않는 최초의 국소용 약물요법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피옥사가 환자의 절개로 인한 통증을 없애고. 시술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회복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며, 시력을 보존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각막학회(the Cornea Society, CS)의 배리 리(Barry Lee) 회장은 “원추각막은 진단과 치료가 모두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질환”이라면서 “운좋게 진단된 원추각막 환자들도 현재 표준요법에 따라 각막의 최상층을 구성하는 상피를 절제해야 하고, 이로 인한 통증과 외과적 시술로 인한 회복 소요시간 지연이 치료대안 선택의 주요한 장애”라고 말했다. 이어 “상피 절제를 필요로 하지 않는 무절개 치료대안으로 허가된 에피옥사가 주요한 우려사항들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글라우코스는 첫 번째 각막 교차결합 치료제 ‘포트렉사 비스커스’(Photrexa Viscous, 리보플라빈 인산염 소듐에 몇 가지 불활성화제 추가, 점성제인 20% 덱스트란 포함) 및 ‘포트렉사’(리보플라빈 인산염 소듐)를 내놓은 바 있다. 2016년 ‘희귀의약품’으로 FDA의 허가를 취득하면서 최초이자 유일한 원추각막 치료용 각막 교차결합 치료제로 자리잡았다. 지만 이들 약은 각막 상피의 절제가 필요했다.
글라우코스는 각막 교차결합 치료제들의 효능 및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300건 이상의 문헌자료를 의학 학술지에 게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