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머크(MSD)는 경구용 난치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인 PCSK9(proprotein convertase subtilisin/kexin type 9) 억제제 계열 신약후보물질인 엔리시타이드 데카노에이트(enlicitide decanoate, 개발코드명 MK-0616)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한 3상 ‘CORALreef Lipids’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2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신약승인신청 절차를 논의키로 했다.
이 신약후보는 3상에서 모든 1차 및 주요 2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엔리시타이드 치료는 24주 차에 저밀도지단백 결합 콜레스테롤(LDL-C) 수치를 위약 대비 통계적,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감소시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아울러 비-고밀도 지단백 결합 콜레스테롤(non-HDL-C), 아포지질단백질 B(ApoB), 지질단백질(a)[Lp(a)]를 포함한 모든 주요 2차 평가지표도 위약 대비 통계적,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감소 효과를 보였다.
치료군 간에 중대한 이상반응을 포함한 이상반응 발생률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상반응으로 인한 중단율은 낮았고 치료군 간에 유사한 수준이었다.
CORALreef Lipids는 중강도 또는 고강도 스타틴 치료에도 불구하고(스타틴 불내성) LDL-C 수치가 높고 주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사건 병력이 있거나 위험이 높은 광범위한 참가자를 대상으로 엔리시타이드를 평가한 최대 규모(피험자 2760명)의 3상 임상시험이다.
MSD는 지난 6월에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CORALreef HeFH’ 3상, 고지혈증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엔리시타이드를 다른 약물과 비교 평가한 ‘CORALreef AddOn’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MSD는 이런 연구결과를 전 세계 규제당국과 공유할 계획이며. 향후 학회에서 상세한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엔리시타이드 데카노에이트 분자구조식(출처 위키피디아)
엔리시타이드는 현재 승인된 단일클론항체 주사형 PCSK9 억제제와 동일한 생물학적 기전을 통해 LDL-C를 낮추도록 설계된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알약 형태의 PCSK9 억제제다. PCSK9에 결합해 PCSK9와 LDL 수용체 간의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새로운 저분자 거대고리 펩타이드 약물이다. PCSK9 억제제는 LDL 수용체를 분해시키는 PCSK9의 활성을 차단, 간세포 표면의 LDL 수용체 수를 증가시켜 혈류에서 더 많은 LDL 분자를 간으로 흡수해 혈중 LDL-C를 낮추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지금까지 허가된 PCSK9 억제제는 3종이다. 암젠(Amgen)의 PCSK9 저해제(Proprotein convertase subtilison/kexin 9 inhibitors) ‘레파타’(Repatha, 성분명 에볼로쿠맙 Evolocumab)와 같은 계열의 사노피-리제네론의 ‘프랄런트’(Praluent 성분명 알리로쿠맙, alirocumab)가 2015년에 동시에 승인됐다. 노바티스가 개발한 소간섭 RNA(siRNA) 기반 콜레스테롤 저하제 ‘렉비오’(Leqvio 성분명 인클리시란 inclisiran)는 2021년 12월에 허가받았다.
머크리서치 래버러토리의 딘 리(Dean Y. Li) 대표는 “이 연구는 엔리시타이드의 임상적으로 의미 있고 통계적으로 유의한 LDL-C 감소 효과를 입증한 세 번째 3상 임상”이라며 “주사형 PCSK9 억제제의 등장으로 LDL-C 조절과 죽상경화성 심혈관사건 위험 감소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엔리시타이드는 항체와 유사한 효능을 제공하도록 설계됐고 3상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고 통계적으로 유의한 LDL-C 감소 효과를 입증한 최초의 경구용 PCSK9 억제제”라며 “엔리시타이드가 승인될 경우 LDL 수치 관리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이 있으며 환자들에게 치료 목표 달성을 위한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것”고 강조했다.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 심장내과 부교수인 앤 마리 나바르(Ann Marie Navar) 박사는 “이번 임상 데이터는 LDL 콜레스테롤과 ApoB 및 Lp(a)를 포함한 주요 동맥경화성 지질을 낮추는 엔리시타이드의 안전성 및 유효성 프로파일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더욱 강화한다”며 “엔리시타이드는 더 많은 환자들이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지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고 궁극적으로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위험을 감소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MSD가 진행 중인 또다른 임상 ‘CORALreef Outcomes’(TIMI 77)는 최소 중강도 또는 고강도 스타틴을 포함한 안정적인 지질 저하 치료를 받고 있고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성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작위, 위약대조, 이중맹검 연구다. 심혈관질환 위험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임상 1차 완료 예상 시기는 2029년 11월이다.
CORALreef Lipids, CORALreef HeFH, CORALreef Outcomes 등 3건의 광범위한 글로벌 3상 연구에는 약 1만7000명의 피험자가 참여한다.
엔리시타이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 세계 최초의 경구약이 되면서 연간 최대 50억달러의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독일의 투자은행인 베렌버그(Berenberg)는 2023년에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