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정밀의료의 효율적 도입을 위한 권고 사항
글로벌 전략 컨설팅 기업 L.E.K. 컨설팅이 발표한 ‘정밀의료 사례 연구 보고서(On the Cusp of a Cure)’에 따르면, 정밀의료가 본격 도입될 경우 향후 10년간 한국에서 약 60조원의 직접 경제 효과와 더불어 보건의료 전반에 걸친 사회·경제적 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밀의료는 기존의 획일적인 치료 방식과 달리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정보와 질병 특성에 기반해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질환에 대해 근본적인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다. 유전자 치료제, 표적 항체 치료제, 약물-기기 복합 치료제, 정밀진단 기술이 정밀의료의 대표적인 핵심 기술이다.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6인의 전문가 자문위원회와 함께 ‘전체 시스템 이익 모델링(whole system benefits modelling)’을 활용해 분석했다.
보고서는 2025~2035년에 △치료 접근성 향상과 임상시험 지원 차원에서 60조원 규모 투자 유치 △연구개발(R&D), 첨단 제조, 진단 분야에서 2만개 이상 고숙련 일자리 창출 △360조원의 간접 경제 효과 △전체 환자의 누적 환자 생존기간 32만5000년 연장 △2조2000억 원 규모 의료비 절감 등을 예상했다.
특히 암과 희귀질환처럼 치료 대안이 제한적인 영역에서 정밀의료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안정훈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는 “2022년 한 해에만 한국에서 23만 7000명이 암 진단을 받았고, 이 중 9만7000명 이상이 사망했다"며 " 전체 희귀 질환 환자의 70% 이상이 최적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밀의료는 이처럼 시급한 건강 문제에서 새로운 치료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서는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와 같은 세포·유전자 치료가 혈액암, 췌장암 등에서 의료비 절감과 치료 성과 향상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CAR-T 치료제는 환자의 면역 세포인 T세포를 변형시켜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치료법으로, 한국에서 가장 흔한 림프종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치료에 사용된다. 현재 DLBCL 환자들은 주로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받지만, 많은 환자가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한다.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전 대표인 폴 리(Paul Lee)는 “CAR-T 치료제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의 초기 치료에 사용될 경우 치료 성과는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정밀치료는 환자의 사회 복귀나 경제 활동 참여를 넘어 궁극적으로 완치 가능성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정밀의료 선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약가 및 급여 체계 개선 △유전체 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 및 인프라 확충 △정밀의료에 대한 의료진·환자 인식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L.E.K. 컨설팅 관계자는 “정밀의료는 환자 부담 경감과 의료비 절감은 물론 완치 가능성까지 제시하는 혁신”이라며 "정부·학계·산업계의 유기적 협력과 제도 개선을 통해 한국이 정밀의료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정훈 교수는 “데이터 인프라와 전문 인력, 산업계와의 협업이 필수”라며 “정밀의료의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