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약품청(EMA)은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개발에 너무 긴 기간과 비용이 들어 저렴한 의약품 보급에 장애가 크다고 보고 이를 간소화하는 초안을 지난 1일(현지시각) 발표했다.
EMA는 이날 발표한 ‘바이오시밀러 임상 개발의 맞춤형 접근에 대한 반영문서 초안(draft reflection paper)’에서, 구조와 기능이 유사하고 약물이 몸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약동학(PK) 데이터가 충분하다면, 기존처럼 복잡한 비교 임상시험 없이도 허가가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이 문서는 EMA가 지난 20여 년간 축적한 바이오시밀러 평가 경험과 분석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꼭 필요한 임상시험만으로도 안전성과 효과를 보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반영했다. 특히 오리지널 의약품의 작용 방식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고, 구조와 기능이 충분히 비슷하다는 점이 입증되면 광범위한 임상 유효성 시험(Comparative Efficacy Study, CES)을 생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거의 동일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품질과 임상시험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EMA는 CES가 실제로는 유사성 입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보고, 앞으로는 품질과 PK 데이터를 중심으로 판단하겠다는 방향을 내비쳤다.
바이오시밀러는 암, 류마티스관절염, 염증성장질환 등 여러 질환 치료에 사용되며, 오리지널 의약품과 같은 수준의 효과와 안전성을 제공한다. 또 가격 경쟁을 통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일부 적응증의 환자 수가 적거나, 병용요법이 복잡해 임상시험 수행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특히 바이오시밀러의 평균 개발 기간이 7~10년에 이르는데다가 비교시험에 요구되는 많은 환자 수, 높은 레퍼런스 비교 약물(대조약, 오리지날 의약품) 구매 비용이 개발을 지연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EMA는 EU의 안전 기준을 유지하면서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의 개발 및 평가를 개선하고 EU 환자들에게 바이오시밀러의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유럽이 개발자들이 의약품을 개발하는 최적지임을 인식시키기 위해 이번 초안을 마련했다.
EMA는 이번 문서를 통해 구조와 기능이 충분히 비슷하고 PK 데이터까지 확보된다면, 이런 임상시험 없이도 허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약물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거나, 품질 특성과 실제 치료 효과 사이의 연결고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CES가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초안은 EMA가 2024년에 발표한 ‘맞춤형 임상 개발 개념문서(Concept Paper)’를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오는 9월 30일까지 현재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EMA는 이후 접수된 내용을 바탕으로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초안이 확정되면 유럽 내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승인 절차는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지침이 완성되면 2026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EMA는 “이번 초안은 개발사와 규제당국 모두에게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려는 게 목적”이라며 “분석 기술을 통해 구조적·기능적 유사성과 PK 데이터가 충분히 뒷받침된다면, 안전성과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개발 과정을 더 간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