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암검진 내시경 인증의 교육 자격을 기존 내과에서 외과와 가정의학과로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대한내과의사회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6년간 시행된 대장내시경 시범사업 결과를 내놓자 이를 환영하며 국가암검진 대장암 관련 기존 분변검사를 대장내시경 검사로 대체해야 한다고 표명했다.
소화기내시경학회는 13일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소화기 내시경은 내시경 기구를 정확하게 조작하여 원하는 부분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조절 술기와 검사 중 질병이 존재하는지 면밀하게 관찰하는 진단 술기로 나뉘는데, 조절 술기는 어느 정도의 내시경 경험을 거치게 되면 일정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있지만 안정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고 진단을 내리기 위해선 높은 숙련도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소화기 내시경은 비교적 안전한 검사로 분류되지만 출혈이나 천공과 같이 환자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합병증의 가능성이 엄연히 존재한다. 또 환자의 편의와 검사의 정확도 향상을 위한 진정(수면) 과정이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에 저산소증, 호흡 부전과 같은 진정 관련 합병증의 위험성은 늘 내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국내 소화기 내시경 의사들의 수준이 높은 이유는 내시경을 시행하는 대다수의 의사가 대학병원과 같은 인증된 상급 수련 기관에서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이상의 긴 수련 과정을 거치고 양질의 교육을 받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어떠한 인증도 받지 않은 사설 기관, 이른바 ‘학원’ 같은 곳에서 고작 4주에서 8주의 짧은 기간 동안 간략하게 내시경을 교육하고 공인되지 않은 자체 인증서를 발급하고 내시경 세부전문의라는 제도를 모르고 수검을 받는 있어 국민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심각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폭로했다.
예컨대 지난 7월 문을 연 의학교육 플랫폼 ‘메디하우스’는 8월말 ‘의사들을 위한 위내시경·초음파 검사 실무교육’을 시작했다. 실무교육은 메디하우스가 ‘수련병원’으로 지정한 세종국민건강의원에서 진행된다. 세종국민건강의원 대표원장이 메디하우스를 창업했다. 교육은 세종국민건강의원 소속 내과 전문의들이 맡는다는 게 메디하우스 측 설명이다.
메디하우스는 수강생 모집 블로그에서 “초음파를 배우고 싶은 방사선사부터 전문의까지 누구나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최신 초음파 기기를 사용해 갑상선·유방·상복부·경동맥·비뇨기(남성생식기)·하지정맥류·심장·여성생식기 초음파 과목별 개인 맞춤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고 했다.
메디하우스 관계자는 지난 14일 “내과 전문의들이 이론과 실습 교육을 진행하고 수강생에 대한 평가서를 제출한다. 여기서 80점 이상 받아야 이수증을 받을 수 있다”며 “내시경 전문의 자격증이 아닌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그는 “사업 초기 단계여서 같은 건물에 있는 세종국민건강의원에서 내과 전문의들이 참여해 교육을 시작했지만, 내년에는 수련병원을 더 확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학회는 검증된 교육과정과 풍부한 경험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내시경을 이용한 진단이 가능할 것이라며 사설 플랫폼 퇴출을 사실상 요구했다.
학회는 18일 보도자료에서 국가암검진 내시경 분야의 평가 결과 2018년 암검진 수검자 1000명당 위암 발견자 수는 1.31명이었고, 정상 수검자 중 0.08% 가 위암 양성으로 오진됐고, 위암이 없다고 판정받은 수검자에서 1년 이내 위암 발생이 확인된 환자 수는 1000명당 1.24건이었다고 밝혔다.
대장내시경 분야에서는 수검자 1000명 당 22.9명에서 대장암이 발견되었고, 정상 수검자 중 0.57%가 대장암 양성으로 오진됐으, 대장암이 없다고 판정받은 수검자에서 1년 이내 대장암이 발생한 환자 수는 1000명당 8.38 건이었다. 내시경 질 관리 및 국가암검진 평가 사업의 결과에 따라 검사의 정확도는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국가암검진 위내시경 및 대장내시경의 질관리 향상이 필요하다고 학회는 강조했다.
학회는 우수내시경실 인증 제도를 만들어 2012년부터 시행했다. 소화기내시경을 시행하는 의료 인력 및 내시경실이 일정 기준 이상의 조건을 충족해야 인증이 나오고 내시경검사실 입구에 동판이 걸려진다. 인력, 시설 및 장비, 검사 과정, 성과, 소독 및 감염 관리, 진정 등 6개 영역으로 나누어 90개 이상의 필수항목을 모두 통과하는 경우에 인증을 통과할 수 있으며, 3년 주기로 재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학회는 올해의 경우 서울 소재의 한 대학병원이 재인증 조건에 있어서 90여 항목에서 1항목이 미흡하여 재인증평가를 신청하지 못하고 내년에 재인증에 도전할 정도로 엄격하고 우수내시경실 인증 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전한 내시경 검사를 위해 엄격한 소독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고수준 소독제 사용을 비롯해 내시경 재처리 과정에서 세척 소독 관리대장과 소독제 유효농도 측정 기록지를 작성케하고 있다고 예시했다.
한편 학회는 18일 공표된 대장내시경 시범사업 결과를 반기며 대장내시경검진을 국가암검진 사업에 도입할 타당성이 생겼다고 환영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 관련 학회 전문가가 참석해 이날 서울 정동 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성과 발표 심포지엄에서는 2019~2024년까지 시범사업 지역(고양시, 김포시, 파주시)내 거주하는 만 50~74세 남녀 총 2만6004명을 대상으로 모두 60여 의료기관과 118명의 대장내시경 인증의가 참여한 시범사업 결과가 발표됐다.
서민아 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부 부장은 “시범사업에서 선종 검출률이 44.3%로, 다른 나라의 유사 연구 대비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며 “중대한 합병증인 천공 발생률은 0.01%로 낮게 나타나 대장내시경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이태희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질관리위원회 이사(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선종 발견율, 장정결 상태, 내시경 회수시간, 맹장 도달률 등 대장내시경 질 관리를 위한 주요 지표를 설명하며, “대장내시경을 1차 검진으로 도입할 때 철저한 질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보영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시범사업을 통해 대장내시경 검진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것은 큰 진전”이라며 “이번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대장암 국가검진 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이번 심포지엄이 대장내시경 시범사업의 결과를 널리 알리고, 국가암검진으로서 대장내시경 검진의 효과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는 “이번 대장내시경 시범사업에서 유럽이나 미국에서 제시한 대장 선종 발견율을 크게 초과하는 높은 발견율 (정확한 진단)과 매우 낮은 합병증 발생률(안전한 대장내시경)을 보인 것은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인증하는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가 양질의 대장내시경 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입증하는 고무적인 결과”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시경 사업을 전국민으로 확대할 경우, 전국적인 규모에서 선종 발견율을 측정하고 이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인적·물적 자원과 경제적 재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또 시범사업에서 양호한 장 정결도를 보인 비율이 95%에 달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암 검진에서는 건강에 취약한 사람이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장정결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과 사망 사례를 예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는 고비용이며 가장 침습적인 검진인 만큼 국민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가장 우수한 검진의인 소화기내시경 전문의로부터 검사를 받게 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18일 현재 보건복지부는 국가암검진 내시경 인증의 교육 자격 확대 방안에 대해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확대 필요성을 더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