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중 약제비 비중을 암묵적으로 17% 이내로 유지하려던 독일 정부의 계획이 무너졌다. 신약 가격의 급등으로 약제비 지출이 늘어, 올해 초 그 비중은 18.3%까지 증가했다.
독일 공공건강보험 회사 중 하나인 DAK-Gesundheit가 최근 발간한 의약품 시장 개혁법 AMNOG(Arzneimittelmarkt-Neuordnungsgesetz) 보고서에 따르면 신약 가격의 급등으로 총 약제비 중 신약 관련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그 결과, 건보재정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8.3%에 달하며 억제 목표를 크게 초과했다.
이는 특허 만료 이전 신약의 약제비 지출이 올해 2~4월 3개월간 76억 유로(한화 약 11조 240억 원)로 2023년 대비 18% 증가하고, 2022년 대비해서는 37% 늘어난 데 기인했다. 즉, 고가의 신약이 약제비 지출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한, 올해 1~4월 월평균 신약의 약제비 지출액은 평균 25.4억 유로(한화 약 3조 6,840억 원)로, 2년 전인 2022년 같은 기간 18.6억 유로(한화 약 2조 6,980억 원) 대비 36.6% 증가했다.
이에 보고서는 독일 정부가 건강보험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2년 10월 도입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법(GKV-Finanzstabilisierungsgesetz, GKV-FinStG)의 효과는 신약 부문에 있어 매우 제한적이었으며, 약제비 억제에 한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재정 안정화법은 급여 계약 초기 자율 가격 운영 기간의 축소, 희귀약 경제성 평가 면제 매출 기준 하향, 복합-병용 약제 약가 20% 할인, 신약의 의료기술 평가 강화(Leitplanken) 등의 약제비 절감 정책이 골자다.
이 같은 신약 약제비의 증가 이유로 특허 만료 이전 신약의 약가는 연간 치료 비용 기준 2011~2023년 등재 급여 품목의 평균은 16만 9,000유로(한화 약 2억 4,540만 원), 2019~2023년 품목의 평균은 24억 9,000만 유로(한화 약 3조 6,120억 원)에서 2023년 급여 품목은 39억 4,000만 유로(한화 약 5조 7,180억 원)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특히 희귀의약품의 경우 2023년 급여 품목의 연간 치료 비용은 평균 55억 6,000만 유로(한화 약 8조 810억 원)로, 5년간 43%나 약제비 지출이 급증했다.
부수적으로 신약에 부여되는 리베이트 할인이 2022년 7%에서 2023년 12%로, 다시 올해 7%로 환원되면서 약제비 지출이 급증한 원인이 됐다.
반면, 재정 안정화법으로 인해 제약사와 협상 기간 증가 등이 우려됐으나 급여까지 걸리는 시간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유럽 승인 이후 124일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또한, 5개 품목(스페비고 등)이 엄격한 의료기술 평가로 급여 지연 또는 철회된 사례가 있었으나, 우려할 만한 지연은 없었다.
또한, 약제비 지출에 있어 비중이 적었던 원내 투약 약제비의 급증이 관찰됐다. 고가 신약의 원내 투약 약제비 증가의 대표적 사례로는 지난해 입원 환자 투약으로만 엠에스디의 키트루다(Keytruda), 길리어드의 CAR-T 세포치료제 예스카타(Yescarta), 희귀질환인 SMA 치료제 스핀라자(Spinraza)가 1억 유로(한화 약 1,500억 원) 이상의 지출이 발생했다.
보고서는 엄격한 의료기술 평가 등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법이 약제비 비용을 크게 줄이지 못했으며, 아직 적용된 사례가 없는 병용요법에 대한 20% 할인 정책도 제한적인 절감 효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효과적인 약제비 절감을 위한 추가 대책과 함께 출시 지연 등의 우려를 낮출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의 지속적인 개발과 평가,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독일 정부는 암묵적으로 건보재정에서 진료비와 약제비의 비중과 지출 균형을 유지하는 정책을 펼쳐왔으나, 최근 고가 약제의 지출 증가로 인해 재정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해석됐다.
독일의약품제조협회(Bundesverband der Arzneimittelhersteller/BAH)의 데이터에 따르면, AMNOG법 도입 이후 2021년까지 약제비와 진료비의 지출과 그 비중은 균형을 이루며 암묵적으로 비중이 17% 선을 넘지 않도록 관리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