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앤드존슨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21년 승인을 받은 리브리반트(Rybrevant)의 매출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매출이 공개할 만큼 많지 않아서다. 리브리반트보다 뒤늦게 FDA 승인을 받은 이중항체 아우인 테크베일리(Tecvayli)나 CAR-T 세포 치료제 '카빅티(cavykty)의 공개된 올해 상반기 매출은 각각 2억 6800만 달러, 3억 4300만 달러 등이다.
리브리반트의 매출은 여전히 기타 항암제 매출 3억 9900만 달러 매출에 포함돼 있다. 가속 승인된 딜레마도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두 품목도 가속 승인을 받은 것은 매한가지다.
다만 이 같은 초반 극도의 부진이 계속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올해 4월 EGFR 엑손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요법으로 전진 배치에 성공했고 이번 주 안에 오매불망 기다리던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병용 요법으로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 1차 요법에 대한 FDA 승인이 임박했다.
이번 주 안에 승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추가적으로 피하주사제형 개발로 편의성도 높여나갈 계획이다.
이제 지금까지의 리브리반트의 초반 슬럼프의 원인을 잠깐만 분석해보자.
FDA 승인은 21년 5월로, 화학 요법 중 또는 이후 진행된 EGFR 엑손 20 삽입 돌연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성 폐암(NSCLC) 성인 환자 치료로 가속 승인을 받았다. 유럽 승인도 같은 해 12월이다.
연구 분석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EGFR 엑손 20 변이 환자 수는 전체 비소세포폐암의 0.1~4%, EGFR 변이 양성의 1~12% 정도다. 환자 수가 적은 적응증, 2차 요법 가속 승인은 매출이 낮은 데 대한 기본적인 원인이다.
다만 이는 부진을 설명하는 이유를 모두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화학 요법제 이외 유일한 항체 치료제로 신통치 않았던 성적의 주된 이유는 주요국에서 급여권 진입의 실패했기 때문이고 이는 높은 가격이 원인이다.
미국 시장 이외 EU에서 가장 큰 초기 성과는 프랑스에서 22년 4월 1년간의 조기 접근 허가(AAP)를 통해 보장성을 확보한 것과 그 기간이 1년 추가 연장됐다는 게 전부다.
반면 유럽의 최대 시장인 독일에서 22년 제시된 급여 약가가 충분한 혁신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급여 협상을 포기하고 존슨앤드존슨은 독일 시장에서 아예 철수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에서 첫 급여 협상은 모두 실패했다.
원 개발사인 젠맙 역시 로열티 수익이 다른 품목보다 적다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고, 젠맙이 소재한 덴마크에서도 급여권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 선진국으로 넓혀봐도 캐나다 정도가 EGFR 엑손 20 변이 2차 요법에 대해 지난해 급여 등재한 것을 제외하면, 약가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한 샅바 싸움으로 보기엔 급여권 진입 속도가 매우 더디다.
공개된 비급여 미국 약가 기준 리브리반트는 350 mg/7 mL 바이알(주사액)당 WAC 기준 $2,986.43, 단순 산식을 통해 몸무게에 따라 로딩 용량이 필요한 첫해 투약 비용은 3~4억 원 정도다.
여기에 렉라자가 병용 요법으로 미국 시장에서 출시될 경우 약가를 비교할 수 있는 경쟁약물 타그리소를 기반으로 하면 연간 약가는 2억 원대 중반으로 예상된다. 두 약물의 병용 요법은 연간 5~7억 원 수준에 이른다.
물론 높은 미국 약가가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국내 기준으로 타그리소와 렉라자의 1차 요법 관련 약가는 6천만 원대. 연간 예상 환자 수는 1천여 명대다.
존슨앤드존슨의 행보를 볼 때,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병용 요법은 기존 대비 최소 두 배 이상 치료 비용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급여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경쟁 약물인 타그리소가 화학 요법과 병용으로, 즉 저렴한 옵션을 제시하며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 비소세포암 1차 요법으로 FDA 승인을 받은 터라 더더욱 그렇다.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타그리소와 화학 요법의 임상 데이터의 가치가 다르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한정된 재원을 갖는 급여 환경에서 현실적인 고민이 존재한다.
렉라자는 단독 요법으로 또는 화학 요법 병용으로 FDA 승인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예정이다. 존슨앤드존슨은 리브리반트와 짝을 이룬 임상시험 이외 렉라자 단독 임상 개발에는 매우 인색한 모습이다. 상당히 긴 기간동안 리브리반트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렉라자가 리브리반트와 짝을 이뤄 미국 시장에서 리베이트 구조에 기대어 높은 약가를 이유로 상당한 매출 성과를 낼 가능성은 크다. 다만 미국시장에 국한되 이야기고 앞에서 살펴본 이유로 과감학 약가를 안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글로벌 시장에서 고른 성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산 신약 1호이자 국산 첫 항암제인 SK의 선플라주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산 항암제가 탄생하기까지 23년이 걸렸다.
그 주인공은 FDA 최초 승인 항생제 팩티브의 산실인 LG화학의 신세포암 치료제 포티브다가 귀화 신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22년 아베오 온콜로지를 인수하면서 확보한 항암제로, 귀화를 통해 최초이자 유일한 FDA 승인 국산 항암제다.
유한양행이 개발하고 존슨앤드존슨에 기술 수출돼 8월 용병으로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서는 렉라자가 용병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이 임박했다.
또 다른 귀화 신분인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은 5월 한 차례 FDA 도전 실패 이후 재승인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제 용병과 귀화 품목을 시작으로 종양 치료제 시장에서 글로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점이다. 크나큰 성과에도 찬사를 보내지만, 첫발을 내딛는 시점에 좀 더 냉철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다음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렉라자의 존슨앤드존슨 기술 수출이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글로벌 전 지역의 판권을 제공하는 계약 이외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직접 진출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고려될 수 있지 않을까? 제2, 제3의 렉라자가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을 하는 데 토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