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잠잠하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COVID-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2월 1주 정점 이후 감소했으나, 최근 4주 동안 주간 신규 입원환자 수가 5.1배 증가했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7월 첫째주(91명), 둘째주(148명), 셋째주(225명), 넷째주(465명)이었다. 특히 65세 이상 환자가 전체 입원환자 수(1만1069명)의 64.9%(7179명)를 차지했고, 50~64세가 18.5%(2052명), 19~49세가 10.2%(1130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질병청은 "바이러스 검출률도 최근 4주간 17.2%p 상승(6월 4주 7.4%→ 7월 3주 24.6%)했고, 변이바이러스의 경우 'KP.3'의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모니터링 변이로 지정해 감시 중인 ‘KP.3’의 검출률은 6월 12.1%이던 것이 7월에 39.8%로 증가했다. 이 변이는 ‘JN.1’ 변이 대비 S 단백질에 3개의 추가 변이를 지니고 있어 면역회피능의 소폭 증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청은 “국내보다 일찍 KP.3가 유행했던 미국, 영국, 일본에서도 코로나 발생이 증가 추세지만, 전반적 상황은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KP.3 변이는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유형으로 아직도 대세는 2022년부터 유행한 오미크론 변이다.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길게 2년 가까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주류로 버티면서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우려처럼 약국에서 판매되는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 판매도 늘어나는 추세다. 약국 현장 데이터 분석 서비스 케어인사이트에 따르면 7월 21일부터 27일 동안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 판매량은 전주 대비 43.8% 증가했다.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의 개당 소비자가격은 4000~6000원 수준으로 환자가 직접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팬데믹이 절정이던 시점에 비해서는 수요가 줄었지만 최근 코로나19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면서 다시 매기가 살아났다.
서울의 한 가정의학과 A 원장은 “여름감기인지 코로나19인지 알 수 없지만 기침, 가래, 목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났다”며 “증상이 심각해 검사를 하면 코로나19인 환자가 제법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감염내과 B 교수도 “진료받는 노인 환자 중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가 최근 부쩍 증가했고, 입원 중인 환자 중에서도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많아졌다”고 우려했다.
코로나 치료제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국내에서 정식 허가된 코로나 치료제는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정’, 한국MSD ‘라게브리오캡슐’, 길리어드사이언스 ‘베클루리주’. 셀트리온 ‘렉키로나주’ 등이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5월 1일부터 무료 지원해주던 코로나19 치료제 약값을 환자에게 청구하고 있다. 본인부담률이 5%로 팍스로비드(5일치/30정), 라게브리오(5일치/40캡슐), 베클루리주 (중증 5일치/6vial, 경·중등증 3일치/4vial)를 처방받을 경우 환자 당 5만원가량을 본인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지난해 이전의 정부 비축분에 대해 굳이 약값을 받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정부 비축분이 떨어지면 본인부담률을 20% 정도로 올릴 계획인데 이럴 경우에는 5만원가량의 본인부담금이 20만원대로 상승할 전망이다. 이럴 경우 빈곤층이나 경제력이 떨어지는 노인이 투약을 기피하게 돼 중증 또는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라게브리오(몰누피라비르)나 비클루리(뎀데시비르)에 대해서는 약효에 대한 불신이 커서 환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만한 상황이다. 어쨌든 여름 대유행을 앞두고 보건 당국은 7월 팍스로비드 공급분을 6월의 100배 이상인 7만6000만명분으로 늘렸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19는 2022년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이후 풍토병(Endemic)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은 확진자 수를 집계하지 않지만 다양한 감시체계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5번의 대유행이 지나갔고, 6번째 대유행이 올해 8~9월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유행은 KP. 3라는 변이가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번 유행은 약 2개월 이상 지속되고 건강한 성인과 청소년, 소아들에서의 위험은 지난 5번의 유행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는 60세 이상에서 중요한 사망의 위험요인이라 고위험군이 집중된 의료기관과 요양기관에 피해가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체 입원 및 외래 환자의 전체 호흡기 바이러스 가운데 코로나19의 분리율이 가장 높다”며 “작년에 JN-1이 국내 유입되면서 여름 유행이 시작됐고 올해도 KP.3가 들어오면서 유행이 진행돼 백신접종 6개월 경과 후 또는 감염후 면역이 떨어지는 시기가 일치하면서 계속 매년 여름마다 유행이 시작하는 패턴이 생기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작년에 65세 이상의 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률은 55% 정도로 추산되는데 올해는 크게 저조하다”며 “더욱이 올해부터 65세 미만은 유료접종이 될 전망이어서 전반적인 접종률이 확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 교수는 기침, 발열 등의 호흡기 감염 증상이 있을 때는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자제하고 편안히 휴식을 취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의료기관과 요양기관을 방문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주변에 예방 접종이나 마지막 감염으로부터 경과된 시간이 긴(6~12개월 이상) 어르신이 있다면 백신 접종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코로나 여름 대유행에 대비해 10월 중 코로나 19 신규 백신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올해도 작년처럼 여름에 유행이 시작해 10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3년 후 코로나19가 소멸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갈 공산이 커서 정부가 관심을 놓고 있으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 마스크 착용, 손씻기, 기침 에티켓 지키기 등을 다시 챙겨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