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케다제약은 3세대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인 ‘아이클루시그정’(Iclusig, 성분명 포나티닙, ponatinib, 국내서는 한국오츠카 판매)이 항암 화학요법제와의 병용요법으로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급성림프구성백혈병(Ph+ ALL)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19일(미국 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로써 아이클루시그는 미국에서 새로 진단된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성인 환자를 위해 승인된 최초이자 유일한 표적치료제가 됐다. 아이클루시크는 CML과 Ph+ ALL에서 발현되는 비정상적인 티로신 키나제인의 일종인 BCR::ABL1과 그 변이를 표적하는 3세대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다.
이번 적응증은 유도요법 종료 시점의 미세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 음성 완전관해(CR)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온 3상 PhALLCON 임상시험 자료를 근거로 가속승인됐다. 이 임상은 신규 진단된 Ph+ ALL 성인 환자 24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첫 글로벌 3상으로서, 1세대 TKI인 노바티스의 ‘글리벡필름코팅정’(성분명 이매티닙, Imatinib)과의 직접비교를 통해 효과를 입증했다.
임상에서 환자들은 아이클루시그+저강도 화학요법 또는 이매티닙+저강도 화학요법으로 치료받았다. 각각 2대 1의 비율(164명, 81명)로 피험자들이 무작위 배정됐다. 이 때 화학요법으 경우 유도요법을 3주기 시행한 뒤 공고요법을 6주기 실시하고, 유지요법을 11주기 지속했다.
1차 평가지표인 미세잔존질환 음성 완전관해는 FDA와 협의해 설정한 심도 깊은 분자학적 및 임상적 반응(deep molecular and clinical response)을 반영하는 복합 평가지표로 Ph+ ALL 환자의 장기적인 예후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다.
아이클루시그를 투여받은 환자군은 유도요법 종료(3주기 치료 완료) 시점에 미세잔존질환 음성 완전관해 비율이 두 배 이상 높은 것(각각 30%. 12%)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아이클루시그는 이매티닙 대비 우월성을 입증했다. 12주차에 이 비율은 34%대 17%로 산출됐다.
아이클루시그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이매티닙과 유사했고 새로운 안전성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앞서 FDA는 아이클루시그 가속승인 신청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했고 실시간항암제심사(RTOR) 프로그램을 통해 평가했다.
다케다 항암제 부문 최고의학책임자인 아우니 파라잘라(Awny Farajallah)는 “아이클루시그 적응증 확대는 매우 흥미로운 이정표로 미국에서 새로 진단된 Ph+ ALL 성인 환자에게 1차 치료제로서 아이클루시그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며 “이런 환자의 치료에서 큰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아이클루시그의 잠재력을 FDA가 인정해 짜릿하다. 이 희귀하고 공격적인 AML 환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아이클루시그는 2012년 4월 14일 다른 키나제 억제제로 치료되지 않는 Ph+ ALL 또는 ‘만성기·가속기·급성기’(chronic, accelerated, blast)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치료제(두루뭉술한 2차 치료제)로 가속승인됐다. 2016년에는 Ph+ ALL 또는 CML 치료제로서 정식승인을 얻어 승격됐다.
이와 관련 FDA는 2013년 9월에 화이자의 2세대 TKI 제제인 ‘보술리프정’ (BOSULIF 성분명 보수티닙 bosutinib)을, 2012년 10월에 테바의 신리보(Synribo (omacetaxine mepesuccinate)를 ‘가속기·급성기’를 포괄하는 만성골수성 백혈병(CML) 치료제로 승인한 바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탈론테라퓨틱스(Talon Therapeutics Inc)가 개발한 ‘마리퀴보’(Marqibo, 성분명 vincristine sulfate liposome injection)는 2012년 8월에 필라델피아 염색체 음성 ALL 치료제로 승인됐다.
아이클루시그는 2020년 12월 18일,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에 내성이 있거나 불내성을 보이는 T315I 양성을 포함한 ‘만성기’ 만성골수성백혈병(CML) 및 Ph+ ALL 치료제로 FDA 적응증을 추가 승인받았다. 기존 적응증에 비해 T315I 양성이 명시됐고, 기존 적응증이 가속기 및 급성기 CML에 치중한 것에 비해 만성기에 초점을 맞췄으며, 3차 치료제로서 구체적으로 명시된 게 차별화되고 상세하게 가다듬어진 적응증이다. T315I는 Ph+에 대해 불응성을 보이는 기존 항암제들이 발현하는 대표적인 표적이다.
정리하면 아이클루시그의 기존 적응증은 단독요법제(2차 이상)로서 △Ph+ ALL △T315I 양성 Ph+ ALL 환자 △최소 두 가지 키나제 억제제에 내성이 있거나 다른 키나제 억제제로 치료되지 않는 가속기 또는 급성기 CML 환자 △T315I 양성 포함 Ph+ 양성 만성기 CML 등이 있고, 이번에 병용요법제(1차) 로 Ph+ ALL이 추가됐다. 새로 진단된 만성기 CML 치료제(1차약)로는 아직 허가되지 않았다.
인클루시그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아리아드파마슈티컬스(ARIAD Pharmaceuticals)가 개발했다. 다케다는 2017년에 아리아드를 인수했다. 국내에서는 오츠카제약이 2017년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 공급 중이다. 앞서 2014년 원개발사인 아리아드가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판권을 오츠카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다케다는 이번 승인으로 2017년 합병 이후 T315I 양성 CML 및 Ph+ ALL(3차 치료제, 단독요법)과 Ph+ ALL(1차 치료제, 병용요법)을 추가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편 다케다가 아리아드 인수를 통해 확보한 또 다른 후보약물이었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역형성림프종인산화효소(Anaplastic Lymphoma Kinase,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알룬브릭정’(ALUNBRIG 성분명 브리가티닙, brigatinib)은 국내에서 다케다가 판매하고 있다. 이 약은 2017년 4월 28일 FDA 승인을 얻었으며 2020년 4월 1차 치료제로 승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