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은 덴마크 질랜드파마(Zealand Pharma)와 공동 개발 중인 글루카곤(GCG)/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이중 작용제인 서보두타이드(survodutide, 개발코드명 BI 456906)가 대사기능장애 관련 지방간염(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 MASH) 2상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최대 83.0%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고 2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반면 위약 대조군은 18.2%에 그쳐 64.8%p의 현격한 격차를 보였다.
서보두타이드는 임상에서 48주 후 섬유화 F1 단계, F2 단계, F3 단계(각각 경증, 중등도, 진행성 반흔)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MASH 개선이 생검을 통해 입증돼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아울러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한 간 섬유화의 개선을 포함한 모든 2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베링거는 설명했다. 이번 임상시험의 전반적인 자료는 올 상반기에 학술대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서보두타이드는 GCG)/GLP-1 이중작용제 계열 최고의 MASH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MASH는 심혈관계, 신장계, 대사계에 이상이 생겨 간질환을 일으키는 복합적 질환이다.
이번 임상시험은 이중맹검법, 위약대조 방식으로 피험자에게 서보두타이드 2.4mg, 4.8mg, 6.0mg 등 3가지 용량이 투여됐다. 모든 용량에서 MASH가 개선됐다. 6.0mg 고용량 투여군에서 예상치 못했던 안전성 또는 내약성 문제는 관찰되지 않았다.
FDA는 2021년 6월 2일 서보두타이드를 MASH(당시에는 간섬유증(F1/F2/F3기)을 동반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관련 ‘패스트트랙’ 심사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유럽 의약품청(EMA)은 서보두타이드를 섬유증 동반 MASH 관련 ‘PRIME 프로그램’(우선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서보두타이드는 과다체중자 및 비만 환자 등을 대상으로 5건의 3상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SYNCHRONIZE-1’ 임상에는 병발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SYNCHRONIZE-2’ 임상에는 2형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거나 동반한 환자가 각각 피험자로 참여하고 있다. ‘SYNCHRONIZE-CVOT’ 임상에는 심혈관계질환 또는 만성 신장병을 앓고 있거나, 심혈관계질환 위험요인들을 동반한 환자들이 피험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SYNCHRONIZE-JP’, 중국 비만 환자가 참여한 ‘SYNCHRONIZE-CN’ 임상시험이 각각 진행되고 있다.
서보두타이드의 글루카곤 작용제 부문 기능은 에너지 소비량을 늘리고, 섬유화 증상의 개선에 기여하면서 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베링거는 밝혔다. 또 GLP-1 작용제 부문은 식욕을 감퇴시켜 포만감과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MASH 관련 2상 임상을 총괄한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의대 아룬 산얄(Arun Sanyal) 생리학‧분자병리학 교수는 “섬유증 동반 MASH 관련 2상에서 이처럼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한 결과가 도출된 것에 대단히 고무돼 있다”며 “이번 자료를 보면 서보두타이드가 크게 충족되지 못한 의료수요가 있는 이 질환의 선도적인 치료제서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휴먼파마 부문 카린 브루이용(Carinne Brouillon) 대표는 “이번 임상 결과는 서보두타이드가 계열 최고의 MASH 치료제가 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며 “간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글루카곤 수용체 촉진 활성에 힘입어 서보두타이드가 진정한 차별화를 이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심혈관계, 신장계, 대사계 질환들의 영향을 받고 있는 10억명 이상의 환자들을 위해 이처럼 잠재력 높은 MASH 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도록 서보두타이드 개발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서보두타이드는 이미 비만과 관련해서 3상이 시작됐고, 다른 관련질환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MASH는 간 섬유화로 이어질 수 있는 간 내부의 염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진행성 질환으로 심혈관계, 신장계, 대사계의 이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발된다. 전세계 1억1500만명 이상의 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간 내부의 중증 조직반흔(간경변)은 말기 간질환과 간암 위험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데다 간 이식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대안이 될 수 있다. 2030년에 이르면 MASH가 간 이식수술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의료체계에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표적치료제들이 부족한 데다 허가를 취득한 치료제는 아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