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는 항암제와 면역성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조건부 활성화’ 다중 특이적 생물학적제제의 발굴‧개발을 진행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텐타릭스바이오테라퓨틱스(Tentarix Biotherapeutics)와 다년간 제휴계약을 체결했다고 22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로써 애브비는 이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텐타릭스가 독자 보유한 ‘텐타클스’(Tentacles)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텐타클스는 질병 유발경로를 조절할 수 있는 면역세포들을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기타 면역세포들에 대한 비 특이적 표적화와 관련된 안전성 우려사안들은 완화시킬 수 있는 다기능성, 조건부 활성화(multi-functional, conditionally-active) 항체 기반 생물학적 제제를 설계하는 플랫폼이다.
계약에 따라 텐타릭스는 2개 프로그램과 관련, 총 6400만달러의 선택권 행사료를 애브비로부터 받기로 했다. 애브비는 후보물질을 지명한 후 해당 프로그램들에 대한 전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 때 개별 프로그램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지급금을 추가로 건네기로 했다.
애브비의 조나손 세지윅(Jonathon Sedgwick) 부회장 겸 글로벌 발굴연구 담당 대표는 “항암제와 면역성질환 치료제는 애브비의 핵심적인 양대 전략적 성장 분야”라며 “충족되지 못한 환자들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한 변혁적(transformative) 치료제들을 선보이게 할 신기술들을 탐색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전략적 제휴에 힘입어 조건부 활성화 다중 특이적 분자물질들로 구성된 양대 전략적 성장 분야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텐타릭스바이오테라퓨틱스의 돈 산텔(Don Santel) 임시 대표는 “애브비와 협력하게 돼 기쁘다”며 “첨단 조건부 활성화 치료제 개발 프로그램들이 이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위한 임상 단계에 진입하는 과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제휴에 힘입어 우리의 내‧외부 파이프라인 프로그램들의 포트폴리오를 늘릴 수 있고, 암이나 염증성질환들의 발병을 촉진할 복잡한 면역 상호작용들을 이해하고 표적화하기 위해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방법의 강력함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애브비는 알보텍(Alvotech)과 테바(Teva) 파트너십이 개발한 '휴미라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 adalimumab)의 바이오시밀러인 ‘심란디’(Simlandi, 성분명 adalimumab-ryvk)를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함에 따라 더욱 타격을 입게 됐다. 이는 휴미라의 미국 내 10번째 바이오시밀러다.
심란디는 미국에서 승인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중 최초의 고농도, 무구연산염, 상호교환 가능한 제품이다. 휴미라와 마찬가지로 심란디도 류마티스관절염, 소아 특발성 관절염, 건선성관절염,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강직성척추염, 판상건선, 포도막염, 화농한선염 등의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심란디의 승인 과정은 험난했다. 2023년 4월, FDA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시설의 제조 문제를 언급하면서 대응종결서신(CRL)을 발송해 승인을 거절했다. 두 달 후에는 FDA가 ‘상호 호환성’ 지정을 거절하는 CRL을 두 번째로 발송했다.
한국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23년 7월 2일,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펜주40mg/0.4ml)’(Yuflyma)를 세계 최대 제약시장인 미국에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들어갔다. 올해 1월 17일에는 유플라이마 고농도 제품(80mg/0.8ml)을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앞서 올해 1월 10일에는 유플라이마의 상호호환성(interchangeability, 교체처방가능) 확보를 위한 변경허가 신청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고농도 제품, 무 구연산 제품, 많은 적응증, 상호호환성 획득이 경쟁의 기본 조건이어서 유플라이마와 심란디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암젠(Amgen)의 암제비타(Amjevita) △오가논(Organon)/삼성바이오에피스(Samsung Bioepis)의 하드리마(Hadlima) △산도스(Sandoz)의 하이리모즈(Hyrimoz) △코헤러스 바이오사이언스(Coherus Biosciences)의 유심리(Yusimry)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의 실테조(Cyltezo) △셀트리온(Celltrion)의 유플라이마(Yuflyma) △화이자(Pfizer)의 아브릴라다(Abrilada) △비아트리스(Viatris)/후지필름 교와기린(Fujifilm Kyowa Kirin)의 훌리오(Hulio) △프레제니우스 카비(Fresenius Kabi)의 이다시오(Idacio) △알보텍의 심란디 등 10종이다. 이 중 상호호환성을 획득한 제품은 현재까지 실테조와 아브릴라다뿐이다.
많은 바이오시밀러의 등장에도 미국 시장에서 휴미라가 바이오시밀러들에 내 준 시장은 2%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아달리무맙 미국 시장 점유율을 보면, 하드리마 0.8%, 암제비타 0.7%, 하이리모즈 0.3%, 유심리 0.3%, 실테조 0.1%, 훌리오 0.1% 수준이다. 나머지는 0.1%보다 낮다. 2023년 1월 가장 먼저 출시된 암제비타와 영업망이 탄탄한 하드리마가 선두권에 들었고, 작년 7월 출시된 하드리마는 다른 바이오시밀러에 비해 빠르게 성장하는 경향을 보였다.
바이오시밀러사들은 다양한 가격 옵션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도매가격(WAC) 기준 하드리마와 유심리는 휴미라보다 85~86%, 이다시오와 유플라이마는 5~6%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나머지 제품은 낮은 WAC과 높은 WAC을 모두 포함한 이중 가격 옵션을 제공한다. 그러나 다양한 가격정책에도 불구하고 애브비의 입지를 흔들지는 못하고 있다.
휴미라는 지난해 144억400만달러의 글로벌 매출을 올려 전세계 의약품 순위 2위를 차지했다. 2022년 212억3700만달러 매출로 정점을 찍고 이젠 바이오시밀러 난입으로 하향세에 접어들었지만 미국 시장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7%(2022년 기준)에 달하기 때문에 미국 시장을 지키는 한 대폭의 매출 감소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휴미라는 2003년 출시부터 2022년까지 누적 매출액 2190억달러를 기록해 누적매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9년간 전세계 의약품 중 연속 매출 1위를 기록했으며, 2021년과 2022년에는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인 ‘코미나티’(Comirnaty)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이라는 돌발변수만 없었다면 2022년까지 1위를 고수했을 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