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제약기업 세르비에는 보라시데닙(vorasidenib, 개발코드명 AG-881)의 신약승인신청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 접수됐다고 21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아울러 유럽 의약품청(EMA)도 보라시데닙의 허가신청 건을 접수하면서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보라시데닙은 경구용 선택적 고도 뇌침투성 이소구연산염 탈수소효소 1/2(H(isocitrate dehydrogenase 1/2, IDH 1/2) 변이 이중 저해제의 일종으로, IDH 변이 산재성(diffuse, 또는 미만성) 뇌교종(glioma)을 목표 적응증으로 한다. 승인될 경우 보라시데닙은 IDH 변이 뇌교종 환자들을 위한 계열 최초의 표적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세르비에는 IDH 변이 종양과 관련, 6번째로 발매를 승인받게 된다. 세르비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 소재 아지오스파마슈티컬스(AGios Pharmaceuticals)를 2020년 12월 21일 아지오스에 선불금 18억달러, 인허가 마일스톤과 로열티로 2억달러를 지급하면서 IDH1 변이 저해 표적치료제 ‘팁소보’(Tibsovo 성분명 이보시데닙 ivosidenib), IDH 돌연변이 있는 저등급 신경아교종(느리게 성장하는 뇌종양의 일종) 신약후보 보라시데닙,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아지오스가 공동 판매했던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인 ‘아이디하이파’(Idhifa 성분명 에나시데닙 enasidenib) 등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획득했다.
FDA는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따라 오는 8월 20일까지, EU 집행위원회의 경우 올 하반기 중으로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번 승인신청은 3상 ‘INDIGO’ 임상시험에서 도출된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맹검독립중앙평가위원회(BICR)가 산출한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1차 평가지표)은 27.7개월로 집계돼 위약 대조군의 11.1개월에 비해 통계적, 임상적으로 유의미했다.
핵심 2차 평가지표인 2차 중간분석에서 차기 치료적 개입까지 소요된 기간(time to next intervention, TTNI)은 보라시데닙 복용군의 경우 분석시점까지 도출되지 않았다. 반면 위약 대조군은 중앙값 17.8개월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보라시데닙 복용군은 종양 용적이 6개월마다 평균 2.5%씩 감소한 반면 위약군은 평균 13.9% 증가해 확연한 격차를 내보였다.
INDIGO 임상에서 보라시데닙은 양호한 내약성을 내보였으며, 안전성 프로필은 1상 결과와 일치했다. INDIGO 임상 결과는 지난해 6월 2~6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렸던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연례 학술회의에서 발표되었고,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도 게재됐다.
보라데시닙이 IDH 변이 뇌교종에서 종양성장률(TGR)에 미친 영향, 건강 관련 삶의 질, 발작 통제, 신경인지 및 사전 분자 중개분석 등을 포함해서 추가로 확보된 2차적 시험목표들에 관한 내용은 지난해 11월 15~19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밴쿠버에서 열린 신경종양학회(Society for Neuro-Oncology , SNO) 연례 학술회의에서 발표됐다.
세르비에의 수잔 판디아(Susan Pandya) 암대사(cancer metabolism) 글로벌 항암제‧면역항암제 개발 대표는 “뇌교종 치료제 영역에서 지난 4반세기 가까운 기간 동안 혁신이 줄곧 정체되어 왔고, 이로 인해 환자들은 수술 이후 독성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치료를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고도 혈액-뇌장벽(BBB) 침투 약물로 개발된 보라시데닙이 IDH 1/2 변이 뇌교종 환자들에게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효능과 함께 일관되게 관리 가능한 안전성 프로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같은 회사의 글로벌 연구개발 부사장 겸 최고과학책임자 클로드 베르트랑(Claude Bertrand)은 “세르비에는 돌연변이 IDH 억제 분야의 선도기업으로서 IDH 돌연변이가 특징인 다양한 암 유형에 대한 최첨단 치료 옵션의 개발을 계속해서 주도해왔다”며 “INDIGO 연구에서 관찰된 강력한 유효성은 보라시데닙이 IDH1/2 돌연변이가 있는 IDH 변이 미만성 신경교종 환자를 위한 벤치마크 치료제로 부상할 잠재력이 충분함을 강조해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성인형 산재성 뇌교종은 전체 원발성 악성 뇌 종양의 81% 정도를 차지한다. 이 중 20% 정도에서 IDH 변이가 잠복하는데, 2급과 3급 성인형 산재성 뇌교종의 거의 100%를 차지한다. 이보다 훨씬 적은 비율로 4급 산재성 뇌교종이 종양에서도 IDH 변이가 나타난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은 전체 뇌교종 환자들에게 IDH 변이 유무를 검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IDH 변이가 진단, 예후, 치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보라데시닙은 앞서 지난해 2월 FDA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데 이어 같은 해 8월 ‘혁신치료제’로 지정됐다. 아울러 이번에 ‘프로젝트 오르비스’ 프로그램이 적용돼 브라질, 캐나다, 호주, 이스라엘, 스위스에서도 허가신청서가 제출됐다. 유럽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에서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할 경우 세르비에는 영국에도 허가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