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만성 B형간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3중 작용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antisense oligonucleotide, ASO) 치료제인 베피로비르센(bepirovirsen, 개발코드명 GSK3228836, 옛 ISIS 505358 또는 IONIS-HBVRX)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고 12일(현지시각) 발표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중증이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증상의 일종인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의 미충족 의료수요에 대응하는 데 베피로비르센이 나타낼 수 있는 잠재력을 근거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요청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만성 B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베피로비르센의 유효성, 안전성, 반응지속기간 등을 평가한 2b상 ‘B-Clear’ 및 ‘B-Sure’ 임상시험에서 도출된 자료가 심사자료로 제출됐다. 확증시험으로 설계된 3상 ‘B-Well’ 임상이 지난해부터 진행되고 있다.
만성 B형간염은 전세계 환자 수가 총 3억명에 육박하는 데다 현재 사용 중인 치료제들은 기능적 완치율이 2~8%를 밑돌고 있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능적 완치’(functional cure)란 B형간염 바이러스 DNA와 바이러스 단백질이 혈중에서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낮은 수치를 나타내고, 약물치료 없이 면역계에 의해 조절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기존 뉴클레오시드/뉴클레오티드 유사체(NA) 등 기존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들은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을 뿐, B형간염 표면항원(HBsAg) 수치를 직접적으로 낮추지는 못하고 있다. HBsAg 수치는 기능적 완치를 입증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베피로비르센은 B형간염 바이러스가 감염된 간세포에서 간염 바이러스를 복제하는 데 활용되는 RNA를 특이적으로 인식하도록 설계된 ASO다. 바이러스의 RNA가 만드는 항원 단백질은 면역 회피를 통해 면역계의 간염 바이러스 제거를 무력화한다. ASO는 RNA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워, 간내 자체 효소가 RNA를 불활성 형태로 소화시킴으로써 소멸되도록 유도한다. 베피로비르센은 바이러스 RNA 감소를 통해 체내(혈액)에서 B형간염바이러스 DNA 및 HBsAg 생성을 감소시킴을 수치로 확인시켜줬다. 아울러 혈액 중 바이러스를 끈질기게 제거하는 표지물질인 TLR8(Toll-like receptor 8)을 자극함으로써 면역반응을 고양시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아이오니스파마슈티컬스가 발굴해 2019년 8월 GSK에 라이선스아웃됐다.
베피로비르센은 3상에서 경구용 뉴클레오사이드 및 뉴클레오타이드 유사체들과 병용했을 때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기능적 완치반응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입증된 유일한 단일제이다. ‘B-Clear’ 임상에서 B형 간염 표면항원 수치가 낮게 나타난 환자들은 베피로비르센의 사용을 통해 가장 유의미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확인됐다.
베피로비르센은 또 다수의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향후 기능적 완치에 도달하기 위한 순차요법(sequential therapy)의 근간요법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