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노바티스가 독일의 혁신항암제 전문기업 모르포시스(MorphoSys AG)를 27억유로(약 29억달러)에 인수합병한다. 노바티스는 모르포시스 주식을 주당 68유로에, 지분의 최소 65%를 매입하는 조건으로 인수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5일(유럽 현지시각) 발표했다. 모르포시스가 이번 계약에 영향을 받지 않은 지난 1월 25일 종가에 89%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모르포시스 주주들은 4주 안에 자발적 공개 매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노바티스의 인수 제안은 양사 이사회가 전원일치로 승인함으로써 성사됐다. 인수 절차는 노바티스의 65% 이상 지분 매입과 공정거래법상 법적 승인을 거쳐 올 상반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인수 절차가 종결되기 전까지 모르포시스는 독립적인 형태로 경영이 이뤄지게 된다.
이번 계약으로 노바티스는 자사의 골수섬유종 치료제인 JAK1/2 억제제 ‘자카비정’(Jakafi 성분명 룩소리티닙, ruxolitinib)과 병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새롭고 양호한 안전성 프로필이 확보된 펠라브레십(pelabresib, 개발코드명 CPI-0610)을 확보하게 됐다.
펠라브레십은 브로모 영역(bromodomain)과 추가말단 영역(extra-terminal domain) 단백질의 기능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JAK/STAT 억제제다. 암에서 비정상적으로 발현된 유전자들의 발현을 감소시키는 기전을 통해 항암활성이 촉진되도록 설계된 저분자 물질의 일종이다.
펠라브레십과 자카비 병용요법은 야누스 인산화효소(JAK) 저해제를 사용해 치료를 진행한 전력이 없는 골수섬유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3상 ‘MANIFEST-2 시험’에서 비장 용적 감소와 관련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한 것으로 지난해 11월 21일 발표됐다.
지난해 12월 미국혈액학회(ASH)에서 확인된 이 병용요법에 대한 MANIFEST-2 3상(NCT04603495) 결과는 1차 평가지표인 비장용적의 35% 감소 비율(35% reduction in spleen volume, SVR35)은 중앙값 45.4주의 추적 조사를 통해 24주차에 병용군은 65.9%(214명), 자카비 단독군은 35.2%((216명)이었다.
이 병용요법은 24주차에 착수시점과 비교했을 때 총 증상점수( total symptom score, TSS)의 최소 50% 감소라는 핵심적인 2차 평가지표가 충족했다. 병용요법은 24주차에 기저시점 대비 15.99점의 TSS 감소를 보인 반면 자카비 단독군은 14.05점 감소했다. 중등도 위험군 환자 중 24주차에 펠라브레십 및 룩소리티닙 치료군은 환자의 55%가 TSS50에 도달한 반면, 위약과 룩소리티닙 치료군에서는 45%가 TSS50을 달성했다.
특히 골수섬유증의 4가지 임상적 특징인 비장종대(腫大), 질병 관련 여러 전신 증상, 빈혈, 골수섬유증(골수에서 섬유조직이 혈액생성세포를 대체, 비정상 적혈구 출현) 등이 모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상 ‘MANIFEST’ 임상시험의 초기단계에서 3번째 피험자 그룹은 최대 60주 동안 비장 용적과 총 증상점수가 지속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입증됐다.
펠라브레십과 자카비 복합요법은 올해 하반기 중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승인신청서가 제출될 예정이다. 펠라브레십은 본태성 혈소판증가증의 2차 치료제로도 2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노바티스는 아울러 각종 고형암 또는 림프종 치료제로 초기단계의 개발이 진행 중인 제스트 호모로그 1 증강제(enhancer of zeste homolog 1, EZH1) 및 제스트 호모로그 2 증강제(enhancer of zeste homolog 2, EZH2) 이중 저해제 후보물질 툴미메토스타트(tulmimetostat, CPI-0209)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외신들은 펠라브레십보다는 툴미메토스타트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EZH1 또는 EZH2는 히스톤 H3 리신 27의 mono-, di-, tri- 메틸화(H3K27me1/2/3)를 매개하는 PRC2의 촉매 서브유닛으로서 H3K27me2/me3(2개 또는 3개가 메틸레이션 된 것)은 이염색질체의 임의적인 특징(hallmark of facultative heterochromatin)이다.
다양한 암 적응증을 목표로 개발 중인 툴미메토스타트는 지난해 9월 12일, FDA로부터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을 통해 AT-rich interacting domain containing protein 1A(ARID1A) 변이를 가진 진행성, 재발성 또는 전이성 자궁내막암의 2차 치료제로서 패스트트랙을 지정했다. FDA는 모르포시스의 툴미메토스타트 관련 1/2상 임상시험 초기 데이터 및 전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를 승인했다.
6개 코호트에 걸쳐 2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모르포시스는 툴미메토스타트의 안전성, 최대허용 용량, 객관적반응률을 평가 중이다.
ARID1A 돌연변이 자궁내막암 코호트 외에도, ARID1A 돌연변이 요로상피암, ARID1A 돌연변이 난소암, 면역조직화학검사 또는 NGS 테스트를 통해 확인된 BAP1 결손이 있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중피종 또는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 말초T세포림프종( peripheral T-cell lymphoma) 등이다.
모르포시스는 툴미메토스타트는 증가된 효능, 더 긴 표적 도달 시간, 더 길어진 반감기로 덕분에 1세대 EZH2 억제제보다 우위에 있도록 설계됐다. 이런 조건들이 향상된 항종양 활성을 초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3년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술대회에서 모르포시스는 툴미메토스타트의 1/2상 중간 데이터를 발표했다. 데이터 마감 시점에 623명의 환자가 툴미메토스타트를 1회 이상 투여받았으며, 이들 환자 중 48명은 기저시점과 비교한 1회 이상의 종양평가가 가능했다.
그 결과 난소암, 자궁내막암, 중피종 코호트 모두 환자 10명 중 최소 1명 이상이 객관적반응률을 보여 2상 진행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됐다. 안전성은 기존 EZH2 억제제와 유사했다.
모르포시스는 또 미국 인사이트코퍼레이션(Incyte Corporation)과 공동 개발한 성인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彌慢性) 거대B세포림프종(diffuse large B-cell lymphoma, DLBCL) 치료제로 자사의 ‘몬주비’(Monjuvi 성분명 타파시타맙-cxix, tafasitamab-cxix)가 세엘진(Celgene)의 ‘레블리미드’(Revlimid, 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 lenalidomide)과 병용하는 요법으로 2020년 7월 31일 FDA 시판 허가를 받았다.
몬주비는 미국에서 모르포시스와 인사이트가 공동 판매 중인데 이번 노바티스의 인수합병과 동시에 모르포시스는 몬주비의 전체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인사이트에 2500만달러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모르포시스는 노바티스와 협력해 다양한 면역성질환 및 혈액질환 치료제로 개발이 진행 중인 이아날루맙(ianalumab)을 도출한 상태다.
노바티스의 슈리람 아라드헤(Shreeram Aradhye) 개발 담당 대표 겸 최고 의학책임자는 “자카비의 잠재적 차세대 복합요법제로 기대되고 있는 펠라브레십을 희귀 혈액질환의 일종인 골수섬유증 치료제로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에 고무돼 있다”며 “모르포시스 인수로 항암제 파이프라인이 강화되고 노바티스는 역량과 전문성이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