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3일과 31일에 각각 허가받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예방 백신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아렉스비’(Arexvy)와 화이자의 ‘아브리스보’(Abrysvo) 간 대결의 첫 실적이 나왔다.
지난해 3, 4분기 누적 매출 기준으로 GSK의 아렉스비는 한화 기준 2.1조원, 화이자의 아브리스보는 1.2조원을 기록했다.
원래 데이터에 따르면 GSK는 3분기 7억900만 파운드, 4분기 5억2900만 파운드로 합계 12억3800만 파운드다. 4분기에 매출이 오히려 감소했다.
화이자는 3분기 3억7500만 달러, 4분기 5억1500만 달러로 합계 8억9000만달러다. 4분기에 매출이 늘었다. 화이자가 매출 열세를 만회하며 GSK와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양상이다. RSV 방어율은 GSK 제품이 다소 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RSV 백신의 매출은 거의 대부분 미국에서 발생했다. 양자 대결 구도 속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지난 1월 24일자 접종 상황을 보면 60세 이상 5명 중 1명꼴로 RSV백신을 맞았다.
양대 제품은 각각 연간 누적매출 10억달러를 넘기며(예상치 포함) 블록버스터임을 확증했다. 아렉스비와 아브리스보는 지난해 5월 초와 말에 60세 이상 고령군의 RSV 예방백신으로 승인을 받았다. 이후 아브리스보는 지난해 8월 21일. 산모 접종을 통해 영유아 수동면역을 형성(모성 예방접종)하는 적응증을 추가했다.
반면 GSK는 50세 이상으로 접종 연령대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작년 12월 일본에서 50~59세 연령대로 추가승인 신청을 수락받았다. 이에 비해 화이자는 소아 접종(2~17세의 RSV 감염 고위험 어린이), 18~59세의 만성질환자 또는 면역저하자(천식, COPD, 당뇨병 환자 등)를 접종 대상으로 넓히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임상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17일 아스트라제네카(AZ)와 사노피가 공동 개발한 장기지속형 신생아 및 영유아용 RSV 예방 항체 ‘베이포터스’(Beyfortus 성분명 니르세비맙, nirsevimab-alip)가 FDA 승인을 얻었다. 생후 최대 24개월 이내의 유소아에만 쓸 수 있는, RSV로 인한 하기도 감염증을 예방하는 항체로 경쟁 트랙이 다르다. 다만 유소아의 호흡기 건강에 예민한 부모의 심정을 고려할 때 열광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화이자의 모성 예방 백신인 아브리스보는 엄마가 대신 맞아서 신생아의 면역을 형성시켜준다는 면에서 보다 이른 단계에 주사할 수 있고, 수요가 더 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주’(Shingrix)의 글로벌 매출은 2023년도 연간 34억4600만파운드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시장에서 화이자나 모더나, 미국 머크(MSD), 길리어드사이언스에 비해 초라한 실적을 보였던 GSK가 대상포진 백신의 호조로 위안을 삼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서도 싱그릭스는 작년 정초에 등장, 지난해 총 385억원의 매출을 올려 단숨에 시장점유율을 44%로 끌어올렸다. 1분기 60억원, 2분기 111억원, 3분기 99억원, 4분기 111억원 등이다.
반면 한국MSD의 ‘조스타박스’, 국산 제품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는 각각 지난해 매출이 224억원, 262억원으로 전년 대비 0.5%, 33.3% 증가했다. 한창 성장세를 누리던 시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체기를 맞은 뒤 시장이 되살아날 만하니깐 싱그릭스가 그 열매를 빼앗아가는 형국이다.
총 2회 접종하는 싱그릭스 접종가는 50만~60만원대로 15만~20만원 수준인 기존 백신(1회 접종)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대다. 하지만 비싼 가격에도 싱그릭스의 월등한 효능으로 시장에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확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70세 이상 기준으로 대상포진 방어율은 싱그릭스가 89.8%로, 40% 초반대인 스카이조스터와 조스타박스를 압도하고 있다. 더욱이 GSK는 녹십자, 광동제약 등 2개 업체와 손잡고 싱그릭스의 국내 판매를 전개해 톡톡한 시장 장악 효과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