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의 펩타이드 기반 혁신의약품 전문기업인 질랜드파마(Zealand Pharma, 나스닥 ZEAL)는 선천성 고인슐린혈증(congenital hyperinsulinism, CHI) 치료제로 개발 중인 다시글루카곤(dasiglucagon)의 신약승인신청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반려됐다고 2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다시글루카곤은 선천성 고인슐린혈증을 나타내는 생후 7일 이상의 소아 환자들에게서 저혈당증을 예방‧치료하기 위해 최대 3주 동안 투여하는 용도로 임상시험 파트 1 부분을 근거로 허가신청서가 제출된 바 있다.
특히 다시글루카곤은 허가신청이 이루어짐에 따라 30여년 만에 새로운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제가 선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아왔다.
간에서 축적된 당이 혈류 속으로 방출되도록 하는 기전을 가진 글루카곤 수용체 작용제의 일종인 다시글루카곤은 질랜드파마가 2021년 3월 22일 ‘제갈로그’(Zegalogue)라는 브랜드로 6세 이상의 중증 저혈당증 주사 치료제로 허가를 취득했다.
이번에 허가신청 건이 반려된 것은 제3자 위탁제조시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결함이 확인됨에 따라 결정된 것이다.
이날 질랜드파마는 이번 결함이 다시글루카곤의 유효성 및 안전성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질랜드파마의 다비드 켄달(David Kendall) 최고의학책임자는 “제기된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 FDA 및 제 3자 제조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새로운 치료대안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다시글루카곤이 하루빨리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질랜드파마는 제3자 제조시설에 대해 성공적인 재조사를 마칠 것을 전제로 내년 상반기 중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환자들에게 최대 3주 동안 투여하는 다시글루카곤의 허가신청서를 재차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FDA는 지난 8월 30일, 이번에 허가를 반려한 신청 건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다시글루카곤의 허가신청 건은 2개 부분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 중 파트 1은 최대 3주 동안 투여하는 내용이고, 파트 2는 3주 이상 사용하는 내용이다.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환자들에게 다시글루카곤을 3주 이상 사용하는 부분을 뒷받침하기 위해 FDA는 현재 축적되어 있는 지속적 혈당측정기(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CGM) 데이터세트를 대상으로 추가 분석을 하도록 질랜드에 요구한 상태이다. 질랜드는 내년 상반기 중에 파트 2의 추가분석 자료를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선천성 고인슐린혈증은 출생아 2만5000~5만명 당 1명꼴로 발생하며, 60% 정도가 생후 1개월 이내에 진단된다.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은 혈당이 상승할 경우에만 분비돼야 정상적인데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환자는 이런 조절 능력을 상실해 혈당에 관계없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기 때문에 저혈당에 빠지게 된다.
치료 약물로는 경구약인 디아족사이드(diazoxide, 1973년 FDA 승인), 피하주사제인 옥트레오타이드(octreotide, 1989년 FDA 승인), 정맥 또는 피하 주사제인 글루카곤(glucagon, 1920년대부터 연구돼 1970년대 들어서 기능 파악)등이 있다. 디아족사이드는 특정 유형의 선천성 고인슐린혈증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옥트레오타이드는 처음에는 효과를 보이다가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효과가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글루카곤은 간에서 당이 혈액으로 배출되도록 유도하며 응급상황에서 주사한다.
선천성 고인슐린혈증이나 인슐린저항성 등은 정맥주입 포도당 주입속도(IV glucose infusion rate, IV GIR)로 평가한다. 고인슐린혈증으로 인한 저혈당을 개선하기 위해 일정 농도의 혈당을 유지하려 할 때 정맥을 통해 어느 정도 빠른 속도로 포도당을 주입해야 하느냐를 의미한다. 고인슐린혈증에서는 이 지표가 높을수록 유해한 것이다.
다시글루카곤은 3상 파트 1 임상에서 48시간의 치료기간 중 최종 12시간 동안에 위약 대비 IV GIR을 55% 감소시켰다. 즉 다시글루카곤은 IV GIR이 4.3 mg/kg/min로 산출된 반면 위약은 9.4 mg/kg/min으로 높았다. 착수 시점의 IV GIR는 15.7 mg/kg/min 수준이었다.
참고로 고혈당증이나 지방증을 예방하려면 포도당의 정맥 유입 속도가 4 mg/kg/min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 신생아에서는 4~6 mg/kg/min이 되는 게 정상이다. 반면 미숙아나 조산아는 6~8 mg/kg/min로 더 높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