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정신‧신경계질환 신약개발 전문기업인 카루나테라퓨틱스(Karuna Therapeutics, 나스닥 KRTX)를 140억달러에 인수한다.
BMS는 카루나를 주당 현금 330달러, 총 지분가치 140억달러(예상 순인수액 127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최종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고 22일(현지시각) 발표했다. 330달러는 21일 종가 기준으로 53%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다.
카루나의 주요 자산인 ‘카엑스티’(KarXT 성분명 자노멜린 및 트로스피움, xanomeline-trospium)는 지난 11월 29일 성인 조현병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승인 신청이 접수됐다. 내년 9월 26일까지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카엑스티는 차별화된 효능을 가진 항정신병 약물이다. KarXT의 핵심 성분인 자노멜린(Xanomeline, 개발코드명 LY-246708, 별칭 Lumeron, Memcor)은 노보노디스크가 원 개발사다. 1990년 릴리가 지노멜린의 판권을 확보하면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임상개발을 주도해왔다. 부작용 이슈로 1998년 이후 개발이 중단됐다.
그러나 카루나는 이를 해결 가능하다고 보고 2012년 릴리로부터 선불 계약금 10만달러과 소정의 마일스톤을 보장하고 개발 및 상용화 권리를 사들였다. 카루나는 자노멜린의 부작용을 상쇄하기 위해 트로스피움을 복합하는 방안을 짰고 임상개발을 이어왔다.
지노멜린은 부교감신경계 무스카린 수용체 작용제로서, 중추신경계의 무스카린 수용체(M1, M4)를 우선적으로 자극하도록 설계됐다. M1 및 M4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뇌의 도파민 신경전달에 간접적으로 (억제적) 영향을 미친다.
반면 트로스피움은 콜린성 신경분포 기관에서 무스카린 수용체의 길항제로 작용한다. 트로스피움은 비 중추신경계 침투성, 비 선택적 무스카린 길항제로서 말초성 무스카린 작용제에 따른 의존성 부작용을 억제한다. 1974년 마다우스(Madaus)가 독일에서 상업화에 성공해 요실금, 빈뇨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과민성 방광치료제로 오랫동안 사용돼왔다. 카엑스티에서 트로스피움의 역할은 자노멜린의 부작용을 상쇄하는 것이다.
카루나의 이사회 의장이자 최고경영자인 빌 뮤리(Bill Meury)는 자노멜린의 개발에 관여했던 인물로 성분이 사장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릴리와 인연을 매개로 매우 저렴한 수준의 선불금으로 판권을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BMS의 인수에 따라 릴리 역시 상당한 마일스톤과 상업화 성공 시 로열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루나로서는 10만달러에 불과했던 ‘장롱 속 보석’을 잘 갈고 닦아 140억달러로 키워냈으니 자산 가치를 무려 14만배로 키운 셈이다.
카엑스티는 인지 개선 효과가 입증됐으며 현재 승인된 치료제의 일반적인 부작용인 체중 증가, 추체외로 증상, 프로락틴 수치 증가, 정좌불능, 진정 등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BMS는 이러한 차별화된 프로파일을 고려할 때 카엑스티가 연간 수십억달러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약 160만 명이 조현병 치료를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현재 사용 가능한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수용 불가한 부작용을 경험한다.
현재 카엑스티는 조현병에서 기존 표준치료와 병용하는 보조요법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정신병(Alzheimer's disease psychosis) 치료제로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전자의 2025년에, 후자의 2026년에 임상시험 데이터가 도출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카엑스티는 양극성장애 1형을 비롯한 추가적인 적응증에서도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BMS는 카루나의 다른 초기 단계 및 전임상 단계 파이프라인에서도 잠재력을 발견했다.
지난달 BMS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크리스토퍼 보너(Christopher Boerner) 박사는 “신경과학 분야에서 엄청난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카루나는 이 분야에서 BMS의 입지를 강화하고 포트폴리오 확장 및 다각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카엑스티가 2020년대 후반부터 다음 10년 동안 BMS의 성장을 부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거래는 전략적으로 일관되고 과학적으로 건전하며 재정적으로 매력적이고 상당한 미충족 의료수요가 있는 분야를 해결할 잠재력이 있는 자산을 추구하려는 우리의 사업 개발 우선 순위와 딱 들어맞는다”며 “유능한 카루나 팀의 BMS에 합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BMS의 최고의학책임자인 사미트 히라와트(Samit Hirawat) 박사는 “제1형 양극성 장애 및 알츠하이머병에 따른 동요 또는 초조(Alzheimer's disease agitation)에 대해 카엑스티를 사용할 수 있는 추가적인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목표는 이런 환자의 투여 및 순응도를 돕기 위해 지속성 주사제를 개발하는 것”이라며 “카엑스티는 부작용 발생률이 낮기 때문에 기존 치료법과 병용할 수도 있다”고 치켜세웠다. 아울러 “FDA가 KarXT의 적응증 승인심사와 관련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자문위원회 회의를 소집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히라와트는 “카루나 과학자들은 자노멜린과 트로스피움을 매우 훌륭하게 결합시켜 자노멜린이나 M1 및 M4 수용체 작용제에서 볼 수 있는 중추신경계 작용을 보존할 수 있었다”며 “두 성분의 조합은 수년 전 자노멜린을 단독으로 테스트했을 때 제기된 안전성 문제 없이 치료 효과가 나타나게 한다”고 설명했다.
카루나의 빌 뮤리는 “카루나의 포트폴리오는 수년간 볼 수 없었던 치료 발전을 제공한다”며 “우리의 카엑스티 및 다른 파이프라인 자산은 전 세계에서 의약품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BMS의 오랜 전문성과 신경과학 유산을 토대로 조현병, ‘알츠하이머병에 따른 정신병’ 환자에게 잘 제공될 수 있을 것이며, 이번 발표는 카루나 팀의 재능, 노력, 혁신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BMS의 카루나 인수 절차는 카루나 주주 승인 및 규제당국 승인을 거쳐 내년 상반기 안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투자기관인 윌리엄블레어(William Blair)의 애널리스트인 매트 핍스(Matt Phipps) 박사는 “이번 인수를 놓고 카엑스티에 대해 과도한 비용을 지불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약은 현재까지의 임상시험에서 강력한 효능을 보였으며 2024년 하반기에 규제 승인을 받을 것으로 확신하며, 중요한 신제품 포트폴리오에 추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22일 낙관했다.
윌리엄블레어는 과거에 카엑스티의 최고 매출 잠재력을 70억달러로 예측했다. 이 중 절반은 현재 승인된 치료법이 없는 ‘알츠하이머병에 따른 정신병’ 적응증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BMS의 최고영업책임자인 아담 렌코우스키(Adam Lenkowsky)는 “조현증을 진단 및 치료하는 미국 내 정신과 의사가 3만3000병에 달한다”며 “카엑스티가 허가를 받으면 해당 환자에서 신속하게 약물이 카엑스티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즈호증권의 애널리스트인 그레이그 수바나베즈(Graig Suvannavejh) 박사는 “우리는 계속해서 카루나를 선호했으며, 카엑스티의 위험(부작용)이 제거된 특성을 고려할 때 카루타를 고품격 명사로 간주한다”며 “2상 및 3상 데이터에 따르면 카엑스티가 동급 최고의 의약품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현병 치료를 위한 기존의 비정형 항정신병약물과 비교할 때 효능은 물론 동급 최고의 안전성/내약성을 자랑한다”고 말헀다.
보너 CEO는 이날 계속적으로 장기간 매출을 올릴 자산이나 사업을 발굴 또는 개발할 것이고, 특히 정신신경의학 분야에 관심을 가질 것이며, 제품 인수든 인수합병이든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예로 지난 11일 BMS는 중국계 항체약물결합체(ADC) 전문기업 시스트이뮨(SystImmune)이 보유한 잠재적 계열 최초의 EGFR × HER3 이중특이성 ADC인 ‘BL-B01D1’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최대 84억달러(선불금 8억달러, 단기 성과금 5억달러, 추가 마일스톤 71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한편 정신신경의학 분야 신약 관련 거래로는 애브비가 지난 12월 6일, 세레벨테라퓨틱스(Cerevel therapeutics, 나스닥 CERE,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 소재)를 87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세레벨은 카엑스와 동일한 계열의 무스카린 M4수용체 양성 알로스테릭 조절제(PAM)의 일종인 엠라클리딘(emraclidine)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2상 완료 상태여서 카엑스티보다는 진척이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