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는 자사의 최초 경구용 성인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 PNH) 치료제 단독요법제 ‘팝할타’(Fabhalta 성분명 입타코판, Iptacopan, 개발코드명 LNP023)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팝할타’는 면역계의 보체(補體) 대체 경로에서 B인자를 근위적으로(proximally) 저해해, 궁극적으로 보체경로의 상위인 C3보체를 억제한다. 이로써 혈관 내‧외부에서 적혈구 파괴를 포괄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입타코판은 이번에 ‘과거에 C5 보체 억제제 투약에도 불구하고 야간혈색소뇨증과 그에 따른 빈혈이 있는 성인 환자의 단독요법제’로 허가받았다. 현재 PNH에 승인된 C5 보체 억제제로는 아스트라제네카에 합병된 알렉시온파마슈티컬스의 ‘솔리리스주’(Soliris 성분명 에쿨리주맙 eculizumab)와 ‘울토미리스주’(Ultomiris 성분명 라불리주맙-cwvz, ravulizumab-cwvz)가 있다.
이번 승인은 C5 보체 억제제 투약 경험이 있고 팝할타로 전환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APPLY-PNH’ 3상을 기반으로 한다. 아울러 보체 저해제 사용 전력이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APPOINT-PNH’ 3상에서 도출된 결과가 참조됐다.
APPLY-PNH 임상에서 수혈할 필요 없이 24주차에 헤모글로빈 수치가 치료 시작점 대비 2g/dL이상 증가한 환자의 비율이 82.3%, 12g/dL 이상에 도달한 비율은 67.7%로 C5 보체억제제에 반응하지 않은 환자에서 좋은 효과를 제시했다. 반면 표준요법(C5 억제제)을 받은 환자의 비율은 0이었다.
이들 두 가지 3상에서 수혈할 필요가 없는 환자는 C5억제제 투약 경험이 있고 팝할타를 투약받은 경우 95.2%였고, C5 억제제 투약자는 45.7%로 49.5%p의 격차를 보였다.
이들 두 가지 3상에서 수혈할 필요가 없는 환자군 가운데 혈색소가 2g/dL이상 증가한 비율은 보체 저해제 사용 전력이 있고 팝할타를 사용한 환자는 82.3%, 보체 저해제 사용 전력이 없고 팝할타를 사용한 환자는 2g/dL이상 증가한 환자의 비율이 77.5%에 달했다.
이들 두 가지 3상에서 수혈을 받지 않은 환자군 가운데 헤모글로빈 수치가 12g/dL 이상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난 비율은 67.7%, C5 보체 억제제 대조군에서는 0%로 집계됐다.
APPLY-PNH 임상에서 팝할타와 C5억제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 부작용은 두통(19% vs 3%), 코인두염 (16% vs 17%), 설사(15% vs 6%), 복통(15% vs 3%), 세균감염(11% vs 11%), 구토(10% vs 3%), 바이러스 감염 (10% vs 31%) 등이었다.
APPOINT-PNH 임상시험에 참여한 피험자들의 10% 이상에서 가장 빈도 높게 보고된 부작용으로는 두통(28%), 바이러스감염증(18%), 비인두염(15%), 발진(10%), 등이었다.
APPLY-PNH 임상시험의 중증 부작용은 팝할타 복용군의 3%(2명)에서 나타난 신우신염, 요로감염증, 코로나19 등이었다. APPOINT-PNH 임상시험의 중증 부작용은 5%(2명)에서 나타난 코로나19, 세균성폐렴 등이었다.
팝할타는 피막화(encapsulated) 세균(대장균, 녹농균, Klebsiella pneumoniae, Haemophilus influenzae 등)에 의해 중증 감염증이 수반될 수 있다. 따라서 피막화 세균들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접종을 포함한 위험성평가 및 완화전략(REMS) 지침이 적용된 가운데 사용돼야 한다.
PNH는 적혈구를 생성하는 골수에 존재하는 조혈모세포의 후천적 유전자 변이로 일어난다. 인구 100만명 당 10~20명꼴로 발병하며 30~40대에 주로 진단된다. 보체계 이상에 의해 적혈구가 조기 파괴돼 용혈(溶血), 골수부전, 혈전증 등을 동반한다.
현재 PNH의 표준치료제인 C5 보체 저해제들은 정맥 주입 투여하는 약물이어서 투여가 불편하고, 최대 88%에서 빈혈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고, 이 중 3분의 1 이상이 최소한 연 1회 이상 수혈을 필요로 한다. 정맥주입제의 특성상 용혈 등에 신속 대응하는 게 용이하지 않다. 반면 팝할타는 경구제여서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고 특히 수혈이 필요하지 않은 게 강점으로 꼽힌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두아르테에 소재한 비영리 임상시험기관 시티오브호프(City of Hope) 혈액질환‧조혈모세포 이식부의 비노드 풀라카트(Vinod Pullarkat) 교수는 “안전성 프로필이 입증된 효과적인 경구용 치료대안이 의사들의 진료 업무를 바꿔놓을 뿐만 아니라 PNH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상험에서 팝할타는 항 C5 보체 저해제와 비교해 적혈구 수혈을 받지 않는 환자들에게서 헤모글로빈 수치를 개선하는 데 우위를 보였고, 수혈 회피율도 높게 나타났으며, 수혈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가운데 헤모글로빈 수치를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끌어올려 보체 저해제 사용 전력이 없는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노바티스 미국법인의 빅터 불토(Victor Bultó) 대표는 “이번 FDA 승인은 PNH 환자와 가족, 의료인들을 위해 아주 특별한 순간”이라며 “이처럼 새롭고 효과적인 경구용 치료제가 확보된 것은 만성적이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PNH 환자들이 새로운 기대를 걸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팝할타는 1차요법제로 연구가 진행된 APPOINT-PNH 3상 연구결과가 긍정적이어서 이번 승인을 뒷받침했으나 APPLY-PNH 자료가 메인이어서서 이번엔 2차요법제로 승인을 받았다.
노바티스는 현재 입타코판에 대해 C3사구체병증(C3 glomerulopathy, C3G), 면역글로불린A 신병증(IgA nephropathy, IgAN),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atypical hemolytic uremic syndrome, aHUS) 등을 대상으로 3상을 진행 중이다. 면역복합체 막증식성 사구체신염(immune complex membranoproliferative glomerulonephritis, IC-MPGN)에 대해서도 임상 중이다.
입타코판은 현재 PNH 및 C3G에서 FDA 혁신치료제 지정, PNH 및 C3G에서 FDA와 유럽의약품청(EMA) 희귀의약품 지정, C3G EMA 우선심사 지정, IgAN EMA 희귀의약품 지정 등을 받았다. 다른 적응증 관련 승인심사가 진행 중인 상태여서 후속승인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안에 미국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미국 증권 분석가들은 팝할타가 연간 최대 36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