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로슈가 가열되고 있는 GLP-1/GIP 작용제 비만치료제 신약개발 경쟁 대열에 끼어들었다. 로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소재한 민간 제약기업 카못테라퓨틱스(Carmot Therapeutics)를 인수키로 했다고 4일(미국 현지시각) 발표했다.
카못은 당뇨병 또는 비만 치료용 피하주사제 및 경구용 인크레틴(incretin) 제제를 전임상 또는 임상 단계에서 개발하고 있다. 인크레틴이란 식사 후 분비되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반면 식욕은 억제해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내(腸內) 호르몬을 말한다. GLP-1/GIP 작용제는 인크레틴의 역할을 모방한 제제들이다.
이 같은 인크레틴 기반 포트폴리오는 심혈관계질환, 망막질환, 신경퇴행성질환 등을 포함해 인크레틴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른 적응증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카못은 지난달 기업공개(IPO)를 신청했으나 이번에 로슈에 인수됨으로써 냉혹한 IPO의 길을 포기하고, 아늑한 빅파마로의 편입을 선택했다. 카못은 2008년에 설립됐으며 그동안 3억8480만달러의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로슈는 이번 카못 인수로 이들 자산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게 됐다. 나아가 심혈관계질환 및 대사계질환 전반에 걸쳐 기존 연구‧개발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카못테라퓨틱스의 혁신적인 ‘케모타이프 이볼루션’(Chemotype Evolution) 발굴 플랫폼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계약에 따라 로슈는 카못테라퓨틱스 모든 주식을 총 27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아울러 현 카못테라퓨틱스 주주들은 추후 도출될 성과에 따라 최대 4억달러를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로슈는 카못 임직원의 고용을 승계키로 했다. 계약 잔여 절차는 내년 1분기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카못테라퓨틱스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포도당 의존형 인슐린 친화성 폴리펩타이드(GIP) 수용체 작용제 계열에서 잠재적인 계열 최고가 될 수 있는 선도 신약후보물질인 ‘CT-388’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2상을 진행 중이다. 2024년 하반기에 2상 데이터가 공개될 예정이다.
CT-388은 2형 당뇨병을 동반하거나 그렇지 않은 비만 환자를 치료하는 용도다. 주 1회 피하주사제의 경우 단독요법제 또는 병용요법제로 체중감소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기타 다른 적응증으로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다.
‘CT-868’은 과다체중 또는 비만을 동반한 1형 당뇨병 환자 치료용 1일 1회 피하주사용 이중 GLP-1/GIP 수용체 작용제로 현재 2상이 진행되고 있다. 2025년에 2상 결과가 도출될 예정이다.
‘CT-996’은 2형 당뇨병을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는 비만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로 1상을 진행 중이다. 1일 1회 경구용 저분자 GLP-1 수용체 작용제다. 지난 10월에 1일 1회 투여의 적절성을 입증할 약동학 데이터가 나왔다. 2024년 상반기에 1상 데이터를 내놓고, 하반기에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1b상 톱라인 데이터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선도자산인 CT-388을 비롯해 임상자료가 확보된 카못테라퓨틱스의 자산들은 차별화된 효능으로 동종계열 최선의 잠재적 체중감소 및 감소된 체중 유지 치료제가 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로슈의 토마스 쉬네커(Thomas Schinecker) 회장은 “GLP-1작용제, 또는 GLP-1/GIP 작용제 등 인크레틴 제제에는 근육 손실이란 문제점이 있다”며 “로슈가 개발 중인 근육강화제제인 RO7204239과 인크레틴 제제를 병용함으로써 비만 치료제로의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슈는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환자의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항 미오스타틴 항체(anti-myostatin antibody)인 RO7204239의 잠재력을 연구하고 있으나 최근 이 신약후보의 근육발달 지원 능력을 바탕으로 심장학, 비만으로 개발 용도를 넓히려 모색하고 있다.
로슈의 레비 개러웨이(Levi Garraway) 최고의학책임자 겸 글로벌 제품개발 대표는 “선도자산인 CT-388이 1b상에서 입증한 괄목할 만한 체중감소 임상자료에 대단히 고무됐다”며 “차별화된 프로필의 비만 및 관련질환 치료제가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카못테라퓨틱스가 보유한 광범위한 포트폴리오와 다양한 투여경로가 비만이나 기타 다른 적응증들을 치료할 병용요법제의 개발 기회까지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이자, 비만 신약후보 ‘다누글리프론’ 1일 2회 복용법, 부작용으로 2상 중단
피험자 구역(73%), 구토(47%), 설사(25%) 호소 … 1일 1회 용법으로 개발 전환
한편 화이자는 지난 1일. 비만 치료제로 개발을 진행 중인 경구용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GLP-1-RA) 후보물질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 PF-06882961)과 관련, 2b상 임상(NCT04707313) 결과를 공개하면서 부작용으로 임상시험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중감랑 효과는 상당했으나 부작용이 의외로 커서 임상을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2b상은 2형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는 성인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다누글리프론을 1일 2회 복용케 하면서 용량별로 착수시점 대비 체중 감소량이 유의하게 감소되는지 평가하기 위한 임상시험이었다.
32주차에 평가했을 때 다누글리프론 1일 2회 복용군은 체중이 평균 6.9~1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약 대조군은 1.4% 증가했다.
26주차에 평가한 결과 다누글리프론 1일 2회 복용군은 체중이 평균 4.8~9.4% 감소했으나 위약 대조군은 0.17% 증가했다.
양 그룹간 격차를 비교하면 다누글리프론이 위약 대비 32주차에 8~13%p, 26주차에 5~9.5%p의 평균 체중 감소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부작용이 문제였다. 피험자의 73%가 구역, 47%가 구토, 25%가 설사를 겪었다. 특히 전체 시험대상 용량에서 복용을 중단한 비율이 50%를 넘어섰다. 다만 다누글리프론 복용군에서 위약 대조군 대비 간효소(간염증) 수치의 상승 위험성 증가와 관련된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았다.
화이자는 이에 다누글리프론을 1일 1회 복용하는 용법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내년 중반께 1일 1회 복용법에 대한 2상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화이자는 지난 6월, 1일 1회 복용법에 대해 피험자들의 간효소 수치 증가를 이유로 개발을 포기한 바 있다.
한편 ‘미국의사협회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앞서 게재된 다누글리프론의 2형 당뇨병 환자 대상 2상 임상시험(NCT03985293) 결과를 보면 16주차에 용량의존적으로 당화혈색소 수치를 최대 1.16%p, 공복시 혈당 수치를 33.24mg/dL, 체중을 최대 4.17kg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2a상 임상시험(NCT04617275)에서 다누글리프론은 메트포르민을 사용해 치료를 진행한 전력이 있는 2형 당뇨병 환자들과 당뇨병을 수반하지 않는 성인 비만환자들에게서 당화혈색소, 공복혈당, 체중 등을 감소시켜 준 것으로 입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