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는 매사추세츠주 월섬(Waltham)의 항체-약물 결합체(ADCs) 항암제 개발 전문기업 이뮤노젠(ImmunoGen 나스닥 IMGN)을 101억달러에 인수한다고 3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뮤노젠은 지난해 11월 14일, ‘엘라히어’(Elahere: 미르베툭시맙 소라브탄신, mirvetuximab soravtansine-gynx, 개발코드명 IMGN853)가 이전에 1~3회에 걸쳐 전신요법제를 사용해 치료를 진행한 성인 엽산 수용체 알파(FRα) 양성, 백금착제 항암제 저항성, 상피세포 난소암 또는 난관암(나팔관암) 또는 원발성복막암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속승인을 받았다.
엘라히어는 미르베툭시맙이 FRα를 표적하는 항체이고, 소라브탄신(약칭 DM4)은 암세포의 미세소관(microtubule)을 제제하고 세포 주기를 정체시키는 메이탄시노이드(maytansinoid) 계열 세포독성항암물질(페이로드)다. FRα 억제 기전으로나, 백금착제 항암제 저항성으로나 계열 최초로 허가받은 ADC로 평가받았다.
백금착제 항암제 저항성 난소암에서 유의미한 생존 기간 개선 유익성을 입증한 첫 번째 표적요법제다. 애브비는 엘라히어를 통해 연간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회사인 바클레이(Barclays)에 따르면 엘라히어는 2024년에 약 5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2020년대 말에 최대 매출이 약 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달성하려면 2020년대 말까지 초기 치료제 라인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FRα 발현율이 높고 ‘백금 민감성’ 난소암에서 엘라히어 단독요법 또는 베바시주맙(bevacizumab)과의 병용요법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애브비는 1차 치료제 유지요법제로서 베바시주맙 또는 PARP 억제제에 엘라히어를 추가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각각의 3상 연구는 2024년과 2025년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엘라히어의 확증 3상 임상시험 MIRASOL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돼 유럽연합에서의 신약승인신청과 미국 내 정식승인 획득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뮤노젠은 엘라히어를 난소암의 초기 치료로 확대하고, 다른 암종으로 적응증을 넓혀가기 위해 향후 5~10년 동안 임상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로 애브비는 고형암 영역에서 상업적‧임상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뮤노젠의 유망한 차세대 ADC를 확보하게 돼 기존 자사 프로그램들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애브비가 자사의 c-Met 표적ADC 후보인 ‘텔리소투주맙-베도틴’(telisotuzumab-vedotin, Teliso-V)이 EGFR 야생형 진행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에서 35%의 반응률을 보였다는 내용을 11월 29일에 발표한 직후 이뮤노젠 인수를 알려 이같은 의지를 확인시켜줬다. 애브비는 이른 시일 내에 가속승인을 FDA에 신청할 계획이다.
애브비는 Teliso-V 외에도 내부 ADC 파이프라인으로 c-Met 표적 후속 ADC인 ABBV-400, 항 SEZ6를 표적하는 ABBV-011 및 ABBV-706, B7-H3, CD19, LRRC15 등을 표적하는 ADC 등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 개발 단계에 그치고 있다.
애브비는 일본의 ADC 강자인 다이이찌산쿄에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어 지난 10월 19일에 MSD가 최대 220억달러 규모에 제휴한 것을 지켜보고 다이이찌와의 거래 모색을 멈추고 대신 내부 ADC 파이프라인 개발을 우선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ABBV-400 임상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뮤노젠의 유망한 ADC 후속 파이프라인에는 난소암에 대한 차세대 항-FRα ADC이자 자궁내막암, 삼중음성유방암, 비소세포페암 등 다른 고형암 적응증에도 개발될 가능성이 있는 임상 1상 자산인 IMGN-151이 포함돼 있다.
또 미국에서 재발성/불응성 모구 형질세포양 수지상세포 종양(blastic plasmacytoid dendritic cell neoplasm, BPDCN) 치료를 위한 혁신치료제로 지정된 임상 2상 단계의 BPDCN 표적 항-CD123 ADC인 ‘피베키맙 수니린’(Pivekimab sunirine)이 있다.
계약에 따라 애브비는 이뮤노젠 보통주 100%를 주당 현금 31.26달러, 총 101억달러에 매입키로 했다. 인수 절차는 이뮤노젠 주주들의 승인,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내년 중반 경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바이오제약 기업 간 대형 인수합병에 공격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인수 절차의 걸림돌로 작용하지만 애브비는 독과점을 촉발할 중복되는 아이템이 없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101억달러 규모는 올해 이뤄진 바이오제약사 간 인수합병 계약 중 3번째다. 화이자가 지난 3월 시젠 인수에 430억달러를, 미국 머크(MSD)가 한달 뒤 프로메테우스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하는 데 108억달러를 들인 것에 이어서다. 화이자가 ADC를 강화하기 위해 시젠을 인수한 것과 마찬가지로 애브비로 같은 목적으로 이뮤노젠 인수를 결행했다.
애브비는 혈액암에 치중된 항암 포트폴리오를 고형암으로 확장하는 게 숙원 사업이었다. 이를 위해 2016년에 58억달러를 투입해 스템센트릭스(Stemcentrx)를 인수했다. 그러나 거래의 핵심인 DLL3 표적 ADC인 ‘Rova-T’가 소세포폐암 임상시험에서 여러 차례 실패해 2019년에 모든 임상개발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Rova-T는 ADC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실패 중 하나였다. 이런 좌절로 인해 고형암으로 무게 중심을 전환하려는 애브비의 계획은 차질을 입었다.
게다가 애브비는 얀센과 공동 판매하는 브루톤티로신키나제(Bruton’s tyrosine kinase, BTK) 억제제 ‘임브루비카캡슐’(Imbruvica, 성분명 이브루티닙 Ibrutinib)가 차세대 BTK 억제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칼퀀스캡슐’(Calquence, 성분명 아칼라브루티닙 Acalabrutinib)과 중국 베이진의 ‘브루킨사캡슐’(Brukinsa, 성분명 자누브루티닙 Zanubrutinib) 등 후발 경쟁약물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
더욱이 애브비는 지난 4월, 최소한 한차례 치료를 받은 적인 있는 외투세포(外套細胞) 림프종(MCL) 환자를 치료하는 용도(2013년 11월 13일 승인), 전신요법제를 필요로 하고 최소한 한차례 항-CD20기반 치료제를 사용해 치료한 전력이 있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변연부(邊緣部) 림프종(MZL) 환자들을 치료하는 용도(2017년 1월 19일 승인) 등 2개의 임브루비카 적응증을 3상 확증시험서 유효성 입증 미비를 이유로 자진철회한 바 있다. 한편으로는 2002년 FDA 허가를 받아 20년간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애브비의 명불허전 블록버스터인 ‘휴미라주’(Humira 성분명 아달리무맙 Adalimumab)의 바이오시밀러들이 올해부터 집중 출시되고 있다.
애브비의 리처드 곤잘레스(Richard A. Gonzalez) 회장은 “이번 인수는 장기적인 성장전략을 이행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방증하며, 고형암과 혈액암 전반에 걸쳐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더욱 다양화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뮤노젠의 마크 에니예디(Mark Enyedy) 대표는 “애브비가 글로벌 마켓에서 구축하고 있는 영업 인프라와 심도 깊은 임상‧규제 전문성 등을 감안할 때 난소암 치료제로 최초이자 유일하게 허가를 취득한 ADC인 엘라히어의 시장 확대와 적응증 추가를 가속화하고 그 잠재력을 100% 실현해 줄 수 있는 최적의 제약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뮤노젠이 보유해 왔던 파이프라인과 플랫폼, 전문적인 노하우 등이 애브비의 항암제 포트폴리오에 추가된다면 통합 후에 ADC 혁신을 진전시킬 것”이라며 “이번 합의가 차세대 ADC를 개발해 선보이고, 암 환자들이 더 좋은 날들을 누릴 수 있도록 지난 40년간 노력해온 이뮤노젠의 결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