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스위스 바젤,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근거를 둔 중국계 글로벌 바이오기업인 베이진(Beigene 百濟生物, 百濟神州北京生物科技有限公司, 나스닥 BGNE)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월섬(Waltham) 소재 엔셈테라퓨틱스(Ensem Therapeutics)의 CDK2(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아제 2) 억제제 계열 항암제 신약후보인 ‘ETX-197’에 대한 전세계 권리를 획득했다고 21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베이진은 계약에 따라 엔셈에게 일정한 계약금을 지불할 예정이며 향후 특정 개발, 인허가, 상용화 마일스톤으로 최대 13억3000만달러와 로열티를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전임상 단계의 이 신물질의 연구개발 등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바이오 벅’(biobuck) 거래로서는 벤처투자가 위축된 최근 들어 제법 큰 규모다.
이 신약후보는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준비 단계로, 계열 내 최고를 지향하는 경구용 저분자 약물이다. 작년에 67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 A 라운드를 유치하며 출범한 엔셈이 독자적인 ‘Kinetic Ensemble’ 플랫폼을 활용해 발굴했다. 엔셈은 컴퓨터 및 인공지능(AI) 딥러닝 방법론과 첨단 실험기술을 통합해 명백하지 않은 결합 포켓을 식별하고 부가가치가 높고 약물 발굴이 어려운 표적에 초점을 맞춘 구조 기반 약물 설계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ETX-197은 사이클린E(cyclin E) 증폭이 있는 암 환자와 CDK2 활성 조절 장애로 인해 표준치료에 내성이 생긴 환자를 치료할 가능성이 있다. 키나제의 일종인 CDK2는 유방암, 난소암, 자궁암, 위암, 식도암과 관련이 있다. 특히 화이자의 ‘입랜스캡슐’(Ibrance 성분명 팔보시클립, palbociclib), 노바티스의 ‘키스칼리정’(Kisqali, 성분명 리보시클립, Ribociclib), 릴리의 ‘버제니오정’(Verzenio 성분명 아베마시클립, Abemaciclib) 등 CDK4/6 억제제에 대한 약제 내성은 세포 주기 조절이 개입돼 있는 것으로 최근 연구 결과 밝혀지고 있는데 CDK2를 억제하면 독성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고형종양에서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CDK2 억제제 개발 경쟁에서 전임상 단계인 ETX-197은 많이 뒤처져 있다. 화이자는 올해 5월 25일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회의(ASCO 2023)에서 전이성 유방암의 1차 치료제로서 입랜스의 임상현장데이터(RWD)와 함께 진행성 또는 전이성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에 대한 CDK4 선택적 억제제 ‘PF-07220060’, CDK2 선택적 억제제 ‘PF-07104091’, KAT6 억제제 ‘PF-07248144’에 대한 첫 번째 1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PF-07104091는 소세포폐암(SCLC), 난소암, 유방암 등 다양한 유형의 암종에서 단독요법 또는 여러 치료제(팔보시클립, 레트로조롤, 풀베스트란트 등)와의 병용요법으로 2020년 9월부터 3년간 임상연구가 이뤄졌다.
인사이트(Incyte)의 ‘INCB123667’와 블루프린트(Blueprint)의 ‘BLU-222’ 등도 역시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 바이엘은 현재 회사가 폐쇄된 세딜라테라퓨틱스(Cedilla Therapeutics)로부터 CDK2 억제제를 도입했음을 지난 6월 공개한 바 있다.
베이진의 연구개발부 글로벌 책임자 라이 왕(Lai Wang) 박사는 “우리는 암 환자의 치료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제휴는 혁신적인 치료 옵션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큰 유방암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 초점에 잘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엔셈의 CDK2 억제제는 일부 유방암 환자에서 현재의 CDK4/6 억제제 내성을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우리의 임상 1상 단계 CDK4 억제제를 보완하고 유방암 및 기타 고형암에 대한 우리의 초기 개발 파이프라인을 강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엔셈의 최고경영자 셩팡 진(Shengfang Jin) 박사는 “이 차별화된 CDK2 억제제 개발을 위해 베이진과 협력하게 돼 기쁘다. 전 세계 환자에게 혁신적인 암 치료제를 제공하는 데 풍부한 전문성을 갖춘 베이진이 우리의 첫 IND 준비 자산을 발전시키는 데 적합한 파트너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파트너십은 우리의 신약 발굴 및 개발 팀의 역량과 Kinetic Ensemble 플랫폼을 활용해 계열 내 최고 또는 계열 내 최초의 약물을 신속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며 “의료 수요가 있는 환자를 돕기 위해 해 추가적인 파이프라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한 베이진의 중요한 작업을 지원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