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 버클리하이츠(Berkeley Heights)의 코메딕스(CorMedix Inc. 나스닥 CRMD)가 개발한 카테터 고정액 ‘디펜카스’(DefenCath, 성분명 타우로리딘 및 헤파린, taurolidine and heparin)가 신부전으로 만성(일상적)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의 중심정맥관(central venous catheter, CVC)을 통한 카테터 관련 혈류감염(catheter-related bloodstream infections, CRBSIs) 발생을 줄이기 위한 카테터 고정액(catheter lock solution, CLS)으로 15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이번 승인은 제한된 환자군에서 항생제 및 항진균제 사용 경로(Limited Population Pathway for Antibacterial and Antifungal Drugs, LPAD)라는 FDA의 특별 승인 경로를 통해 이뤄졌다. 디펜카스는 이 경로로 승인된 3번째 의약품이다. 앞서 디펜카스는 패스트트랙, 감염질환 지정의약품(Qualified Infectious Disease Product, QIDP)으로 지정받았다.
디펜카스는 2013년 7월 유럽연합(EU)에서 '뉴트롤린'(Neutrolin)이란 상품명으로 출시됐다. 일부 국가에서는 암 환자를 위한 적응증(중심정맥관을 통한 항암제 투여 시 혈류감염 방지)을 갖고 있으나 이번 FDA 승인은 신부전 환자의 혈액투석 시 혈류감염 감소 목적으로 국한된다. 코메딕스는 2024년 초, 미국 시장에 디펜카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중심정맥관으로 심장으로 들어가는 대정맥에 연결시키는 카테터로 투석, 항암제 투여, 영양제 공급, 투약 등을 위해 사용되는 경로다. 투석 환자의 80%가량이 이를 통해 투석을 한다. 중심정맥관을 이용한 투석 환자의 최대 3분의 1이 CRBSIs를 겪는다. CRBSIs의 절반 이상이 중심정맥관 삽입 이후 3개월 이내에 발생한다. 해마다 미국에선 최대 25만명이 CRBSIs를 겪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4분의 1가량이 죽음을 맞이한다. CRBSIs는 더 많은 병원 입원, 입원 기간의 연장, 심혈관질환 사건과 같은 장기간 합병증을 초래한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초래되지만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항생제 내성이다.
코메딕스의 CEO인 조셉 토디스코(Joseph Todisco)는 “이번 디펜카스 승인은 중심정맥 카테터를 통해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을 줄이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을 의미한다”며 “디펜카스는 기저 신부전으로 인해 이미 취약한 환자군의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옵션을 의료진에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번 승인은 3상 ‘LOCK-IT-100’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다의료기관(70개 병원), 이중맹검, 활성대조군 방식의 임상 연구에는 총 806명(최종 참가자는 795명)의 신부전 혈액투석 환자가 무작위로 디펜카스 또는 헤파린(1mL당 1000단위)을 투여받았다.
디펜카스 투여군은 대조군에 비해 카테터 관련 혈류 감염 위험을 최대 71%(위험비 0.29)까지 줄였다. 부작용은 양 그룹이 비슷했다. 안전성에는 별 문제가 없었고 유효성이 확인돼 임상은 데이터안전성모니터링위원회(DSMB)의 권고로 조기에 종료됐다.
정맥과 동맥에 심각한 응고를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이상반응인 헤파린 유발 혈소판감소증(Heparin-induced thrombocytopenia)은 전체 피험자의 0.3%에서 보고됐다. 또 피험자의 0.5%에서 약물과민반응이 나타났다. 이러한 이상반응 중 하나라도 발생하면 병용을 중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임상시험 참가자 중 2% 이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이상반응에는 혈액투석 카테터 고장, 출혈, 오심, 구토, 현기증, 근골격계 흉통, 혈소판감소증 등이 포함됐다.
디펜카스는 항응고제인 헤파린과 비항생제로서 광범위한 항균, 항진균 스펙트럼을 갖는 타우로리딘으로 구성돼 있다. 이 약은 투석 세션 사이에 카테터 내강을 점유하도록 설계됐다. 3mL 용액에는 40.5mg의 타우로리딘과 3000 USP 단위 헤파린이 포함돼 있다. 5mL 용액에는 각각 67.5mg 및 5000 USP 단위가 들어 있다. 무균, 무보존제, 수성용액으로서 일회용 및 단일 환자용으로 제작된 바이알로 제공된다. 어디까지나 카테터 고정액으로 사용해야지, 항균 목적으로 주사하거나 카테터 세척 용도로 쓰면 안 된다.
미국 신장환 협회 회장이자 재향군인건강이니셔티브(Veterans Health Initiative) 회장인 에드워트 히키 3세(Edward V. Hickey III)는 “신부전 환자들은 중심정맥 카테터를 통한 합병증으로 인력 손실, 심한 일상장애 및 사망 등의 부담을 안고 있었다”며 “지금까지 혈액투석을 받아온 환자들은 기존 표준치료와 관련된 높은 감염 위험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FDA 승인은 CRBSIs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갖게 된 환자와 의사에게 의미 있는 순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