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기업 재즈파마슈티컬스(Jazz Pharmaceuticals, 나스닥 JAZZ)가 영국 하트퍼드셔주 스테버니지(Stevenage, 런던과 케임브리지의 중간) 소재 생명공학기업 오티포니테라퓨틱스(Autifony Therapeutics Limited)와 신경계질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손잡았다.
오티포니는 재즈와 신경계질환과 관련된 이온채널 표적 2개를 겨냥한 신약후보물질을 발굴 및 개발하기 위해 독점 글로벌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계약에 따라 오티포니는 표적 2개에 대한 신약 발굴과 전임상 개발을 맡는다. 재즈는 전임상 이후 모든 임상개발, 인허가, 생산, 상용화를 주도하기로 했다.
오티포니는 재즈로부터 미공개 선불금을 받을 예정이며 두 프로그램에 걸쳐 개발, 인허가, 상용화 마일스톤과 별도의 순매출액에 따른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선불금과 마일스톤 금액은 총 7억7050만 달러다.
2011년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서 분사한 오티포니는 희귀 중추신경계 질환 및 중증 뇌질환에 대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처음에는 노인성 난청에 초점을 맞췄고 정신분열증으로 확장했다. 선구적인 과학 전문성과 독점적인 이온채널 신약발굴 플랫폼을 활용해 이온채널의 특정 아형을 선택적으로 표적으로 삼는 저분자 조절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화이자의 벤처캐피탈과 SV Life Sciences 등으로 투자금을 유치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2020년에 오티포니의 유망 프로그램인 ‘Kv3.1 modulator’에 대한 옵션 행사를 포기했지만 오피토니는 여전히 이 신약후보를 ‘취약X증후군’(fragile X syndrome) 환자를 대상으로 분자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온채널은 신경, 근육의 활동을 포함해 많은 생리적 기능에 필수적이다. 세포막에 위치해 이온 이동을 위한 관문 경로 역할을 하는 막단백질이 존재하며 점점 더 많은 질환들이 이온채널 기능의 결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채널병증으로 알려진 이러한 질환들의 대부분은 이온채널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이 채널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치료하기 어려운 질환에 대한 정밀의학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오티포니테라퓨틱스의 찰스 라지(Charles Large) 최고경영자는 “재즈와의 협업에 기쁘다. 이를 통해 저분자 이온채널 신약발굴 및 개발 분야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전문성을 활용할 것”이라며 “재즈는 신경과학 개발 프로그램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현재 표준치료보다 개선된 새로운 치료제를 효과적으로 상용화하는데 있어 뛰어난 성과를 이룬 바 있어 우리의 프로그램들을 여러 적응증에서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혜택을 제공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재즈는 최근 수년간 외부서 신약 파이프라인을 도입하고 있다. 2022년 5월, 일본 스미토모(Sumitomo Pharma)로부터 경구용 orexin-2 수용체 작용제 계열 기면증 신약후보 ‘DSP-0187’(JZP441)을 도입했다. 아사아권 외 글로벌 권리를 5000만달러를 들여 확보했다.
재즈파마는 이미 탈력발작과 과도한 주간졸음을 개선하는 기면증 치료제인 ‘자이렘’(Xyrem 성분명 옥시베이트나트륨 단일성분)을 갖고 있다. 재즈파마슈티컬스는 SK바이오팜과 수면개선제 ‘수노시’(Sunosi 성분명 솔리암페톨 Solriamfetol)를 공동 개발해 2019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솔리암페톨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및 기면증과 관련된 주간졸음 치료에 사용된다. 하지만 무호흡증 환자의 기저 기도폐쇄증에 대한 치료제는 아니다. 아직 국내서는 허가받지 못했다.
재즈는 이처럼 자체 개발보다는 라이선스 도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게 기본 전략이며 언제든 신규 파이프라인에 ‘수표를 끊어줄’ 자세가 돼 있다. 재는 항암제 분야에도 관심을 넓히고 있다.
올해 1분기에 재즈는 신경질환 포트폴리오로 6억5400만달러, 항암제 분야에서 2억289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재즈는 2022년 10월 말 캐나다 밴쿠버의 자임웍스(Zymeworks Inc)로부터 HER2를 표적으로 하는 이중특이성 항체인 자니다타맙(zanidatamab, 개발코드명 JZP341)을 선불금 5000만달러 포함 최대 17억6000만달러에 도입키로 계약했다. 이 중 13억달러 이상의 바이오벅(연구개발 진척 시 지출할 돈)이 테이블에 있지만 3억2500만달러가 두 번째 옵션 행사 수수료로 지출될 수 있는 제법 규모가 큰,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계약이다.
올해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2023)에서 자니다타맙은 HER2 증폭(amplified) 담도암에서 41.3%의 확인된 객관적반응률을 보여주는 2상 결과를 보여주는 등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반면 이 암에 대한 1차 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PD-L1 억제제인 ‘임핀지주’(Imfinzi 성분명 더발루맙 Durvalumab)와 화학요법제 병용요법은 객관적반응률은 8.7~26.7%에 그치고 있다. 재즈파마는 자니다타맙의 적응증을 위암 및 식도암 선암종과 유방암으로도 넓힐 방침이다.
지난 7일에는 미국 MD앤더슨암센터와 자니다타맙 임상개발을 위한 5년간의 전략적 연구협력을 발표했다. 현재 자니다타맙은 화학요법제 및 중국 베이진의 PD-1 면역관문억제제인 ‘테빔브라주100밀리그램’(Tevimbra 성분명 티스렐리주맙, tislelizumab)와의 병용요법이 위암, 식도암, 위식도접합부암의 선암종에 대한 1차 치료제로서 3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HER2 양성 유방암 및 위암·위식도접합부 선암종에서는 2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인 아스트라제네카 및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주’(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fam-trastuzumab-deruxtecan-nxki)가 건재하다. 재즈는 자니다타맙이 엔허투와 대적하기보다는 ‘새로운 옵션’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경쟁에 대한 부담을 경계했다.
하지만 지난 10월말 블룸버그(Bloomberg)는 최근 재즈 경영진이 사업을 분할하고 특정 자산을 오프로드(매각)하는 것을 자문회사와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브루스 코자드(Bruce Cozadd) 재즈파마 CEO는 “실제로 단기간에 어떤 일이 일어난다면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을 수 없다”고 SNS에 밝혔지만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재즈파마는 2021년 2월, 영국 캠브리지 소재 GW파마슈티컬즈(GW Pharmaceuticals)를 72억달러에 사들이면서 대마초에서 추출한 칸나비디올 (cannabidiol, CBD) 성분의 경구용 액제인 ‘에피디올렉스(Epidiolex)’를 사들였다. 에피디올렉스는 희귀 뇌전증 등의 치료제다. 이 약은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20% 증가한 1억889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재즈는 자니다타맙,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한 JZP150, 본태성 떨림에 대한 수베칼타마이드(suvecaltamide, JZP385)를 포함해 2024년 말까지 세 가지 후보의 3상 판독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