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AZ)는 만성신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2b상 ‘ZENITH-CKD’ 임상시험에서 고선택적 엔도텔린A 수용체(endothelin a receptor, ETAR) 길항제 계열의 지보텐탄(zibotentan) 및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2(SGLT2) 저해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인 ‘포시가정’(Farxiga, 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dapagliflozin) 병용요법이 요중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ACR)을 다파글리플로진 단독요법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감소시켰다고 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AZ는 2010~2011년에 지보텐탄을 전립선암 치료제로 평가한 3상 임상시험에 실패했으나 10여년이 지나 만성신장병 치료제로 부활시키는 실마리를 풀었다.
다파글리플로진은 SGLT2 억제제 계열의 치료제로 2021년 4월 30일, 진행성 위험을 갖고 있는 만성신장병 환자의 추정 사구체여과율(estimated glomerular filtration rate, eGFR)의 지속적인 감소 위험, 말기 신부전(ESKD) 도달 위험,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및 입원 위험성 등을 감소시키는 용도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바 있다.
447명의 만기신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ZENITH-CKD 임상에서 지보텐탄/다파글리플로진 병용요법군은 치료 12주차에서 고용량 병용요법(지보텐탄 1.5mg/다파글리플로진 10mg, 179명)의 경우 요중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rine albumin-to-creatinine ratio, UACR)이 기저치 대비 52.0% 감소했다. 저용량 병용요법(0.25mg/10mg, 91명)은 47.7% 감소했다.
이를 다파글리플로진 단독요법과 비교하면 고용량 병용요법은 UACR이 33.7%, 저용량 병용요법은 27% 더 많이 감소했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지난 1~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신장학회(ASN) 신장 주간에서 발표됐고 국제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에 게재됐다.
지보텐탄은 신장 혈류를 개선하고 알부민뇨와 혈관 경직을 감소시킬 수 있는 신약후보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전 연구에 따르면 엔도텔린 A 수용체 길항제는 높은 체액저류(fluid retention) 비율을 초래한다.
이번 임상에서 고용량 지보텐탄 병용군은 18.4%(179명 중 33명)에서 체액저류 현상이 나타났다. 저용량 제보텐탄 병용군은 8.8%(91명 중 8명), 포시가 단독요법군은 7.9%(177명 중 14명)에서 체액저류를 보였다. 저용량에서는 단독요법과 큰 차이가 없는 체액저류 현상을 보인 것이다.
반면 다파글리플로진을 포함한 SGLT2 억제제는 체액저류 환자에서 세포외 공간(extracellular volume, 즉 혈관내·흉강·복강 등의 용적)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반면 체액저류가 없는 사람에서는 이런 현상을 보이지 않는다.
체액저류란 신체의 순환계(혈관내), 흉강·복강 등 신체의 빈 공간에 수분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현상인데 다파글리플로진은 체액(주로 수분)을 혈관외 공간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체액저류 위험을 감소(체액량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병원(University Medical Center Groningen)의 히도 히어스핑크(Hiddo Heerspink) 교수는 “알부민뇨(단백뇨) 수치가 높아지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장 기능 상실 위험이 높아지는데, 수치가 감소하면 신부전 진행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며 “ZENITH-CKD 임상시험의 고무적인 데이터는 SGLT2 억제제와 ETA 수용체 길항제의 유익한 측면을 활용해 잔류 알부민뇨로 인해 위험이 있는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치료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부 샤론 바(Sharon Barr) 부사장은 “잔류 단백뇨는 현재 치료 옵션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환자에서 지속되며 신부전 위험 상승과 관련이 있다”며 “이번 데이터는 지보텐탄/다파글리플로진을 만성신장병 환자의 잔류 단백뇨에 대한 계열 내 최초의 치료제로 평가하는 3상 임상시험의 진행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4분기 안에 지보텐탄을 평가하는 3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아울러 아스트라제네카는 칼륨결합제 계열 고칼륨혈증 치료제 ‘로켈마’(Lokelma 성분명 소듐지르코늄 사이클로규산염, sodium zirconium cyclosilicate)가 만성신장병 또는 만성심부전 환자에서 보여준 ‘ZORA’ 리얼월드 임상결과를 2일 ASN 2023에서 공개했다.
로켈마를 복용한 덕분에 이들 환자가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 저해제(RAASi, 즉 ACEi 또는 ARB 계열 등)를 계속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게 골자다.
분석 결과 로켈마 복용군은 고칼륨혈증 발작이 일어난 후 6개월차에 평가했을 때 치료지침에서 권고하는 RAASi 치료제의 사용을 유지한 비율이 칼륨결합체 비(非) 사용군에 비해 2.5배 높았다.
추가 분석 결과를 보면 고칼륨혈증 발작이 일어난 후 6개월 이내에 말기 신장병(ESKD)으로 진행되었거나, 만성 신장병 5기를 진단받았거나, 투석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의 비율이 RAASi 치료제의 사용을 중단한 그룹에서 73%나 높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RAASi 사용량을 하향적정한(down-titrated 감량투여한) 환자군은 이 비율이 RAASi 치료제 사용을 유지한 그룹에 비해 60% 높았다.
앞서 도출된 시험자료를 보면 만성 신장병 환자 또는 심부전 환자들 가운데 심부전 관련 RAASi 사용량을 줄인 그룹에서 심신계(心腎系) 증상 및 사망 위험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는 RAASi 장기 사용시 고칼륨혈증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의대 안자이 라스토기(Anjay Rastogi) 신장내과 과장은 “연구 결과 칼륨결합제를 사용해 고칼륨혈증을 능동적으로 관리하면서 치료지침에서 권고하는 최적 용량의 RAASi 치료제 사용을 유지할 경우 만성 신장병 환자 또는 심부전 환자들에 대한 치료결과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임상현장에서 고칼륨혈증 발작이 일어난 심신계 환자의 사건에 대해 면밀한 체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RAASi 치료제를 감량하거나 사용을 중단할 경우 병세가 악화될 뿐만 아니라 사망률이 상승할 것이므로 로켈마 같은 약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로켈마는 칼륨 수치 저하와 심부전 개선의 상호관계가 연관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6년 5월에 이어 2017년 3월에 두 번이나 허가신청을 반려받은 끝에, 2018년 5월 20일 가까스로 FDA 승인을 얻었다. 로켈마는 칼륨 제거 효과가 뛰어나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고칼륨혈증 환자들을 위한 응급치료제로 사용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