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면역관문억제제는 수술 전 또는 수술 후 초기(전이되지 않은, 절제 가능한)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에만 허용됐다. 즉 수술 전 신보조요법(neoadjuvant) 또는 수술 후 보조요법 가운데 하나에서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수술 전 및 수술 후에 동시에 투여할 수 있는 경로가 새로 승인됐다.
미국 머크(MSD)는 PD-1 억제제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수술로 절제 가능한(종양이 4cm 이상이거나 결절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수술 전 및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추가 승인받았다고 1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번 승인으로 미국에서 키트루다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과 초기 단계 비소세포폐암에 걸쳐 6개의 적응증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승인은 절제 가능한 2기, 3A기, 3B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서 키트루다+화학요법 병용요법,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서 키트루다 단독요법을 평가한 3상 KEYNOTE-671 데이터를 근거로 이뤄졌다.
임상에서 키트루다는 수술 전 위약+화학요법 및 수술 후 위약 투여와 비교했을 때 이중 1차 평가지표인 무사건 생존기간(EFS)과 전체 생존기간(OS)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했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만 받은 환자들의 경우 52.4개월에 그친 반면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분석시점까지 도출되지 않았다. 주요 2차 평가지표인 병리학적 완전반응(pCR), 주요 병리학적반응(mPR)도 개선한 것으로 입증됐다.
첫 중간분석에서 나온 EFS 결과는 올해 6월초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3)에서 발표됐고 동시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게재됐다. 자세한 OS 결과는 이달 말 열릴 유럽종양학회(ESMO 2023)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 6월 키트루다는 Keynote-671 임상에서 42% 개선이라는 EFS 수치를 과시했다. 즉 대조군 대비 환자의 종양 재발,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42%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임상연구자들은 2년 시점에 이미 키트루다와 대조군 간의 생존율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전체생존기간 연장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번에 적중했다.
KEYNOTE-671 연구 책임자인 스탠퍼드대 의대 헤더 웨이클리(Heather Wakelee) 교수는 “초기 단계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결과를 개선하는 치료 옵션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키트루다의 이번 적응증 추가 승인은 전체 생존기간과 무사건 생존기간을 위약 및 화학요법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하는 면역관문억제제 기반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종양이 4cm 이상이거나 림프절 침범이 있는 절제 가능한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MSD연구소 글로벌 임상개발부 후기 항암제 부문 총괄 마조리 그린(Marjorie Green) 수석 부사장은“키트루다는 PD-L1 발현 여부에 관계없이 초기 및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 방식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이번 승인은 특정 초기 단계 비소세포폐암 환자와 의료진에게 중요한 새 치료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폐암 커뮤니티에게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발표에 앞서 MSD는 유럽 의약품청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는 지난 9월 15일, 키트루다를 ‘완전 절제 및 백금 기반 화학요법 이후 재발 위험이 높은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의 보조요법을 위한 단독요법’으로 허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 승인은 임상 3상 시험 KEYNOTE-091의 결과를 기반으로 한다. 추적기간 중앙값 46.7개월 시점에 키트루다는 보조 화학요법을 받은 환자의 무질병 생존기간을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시킨 것으로 입증됐고 질병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24%가량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이 적응증이 2023년 1월 27일 승인됐다.
면역관문억제제 간 비소세포폐암 적응증 경쟁에서 2022년 3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은 PD-1 억제제 계열 면역관문억제제인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가 가장 먼저 수술 전에만 사용할 수 있는 신보조요법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이 승인은 화학요법에 옵디보를 추가하면 1b~3a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무사건 생존율을 38%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CheckMate-816 임상시험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다만 아직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옵디보는 초기 비소세포폐암의 수술 후 보조요법제로는 적응증을 갖지 못했다. 지난 9월 22일, 2기에서 3b기까지의 절제 가능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술 전 및 수술 후 동시 투여 3상 ‘CheckMate-77T’ 임상시험의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 자세한 데이터는 ESMO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초기 비소세포폐암의 수술 후 보조요법제, 또는 수술 전 및 수술 후 동시 투여 가능 보조요법제 적응증을 추가 획득할 것으로 기대된다.
로슈의 PD-L1 억제제 ‘티쎈트릭주’(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 atezolizumab)는 2021년 10월 15일, 면역관문억제제로는 처음으로 수술 후 또는 백금착제 항암제 사용 후 초기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보조요법제)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키트루다는 올해 1월 27일에 초기 비소세포폐암의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 적응증의 승인 시점은 티쎈트릭보다 늦었지만 티쎈트릭(2기, 3A기)보다 광범위한 라벨(1B기, 2기, 3A기)을 획득함으로써 열세를 만회했다. 그리고 이번에 수술 전 및 수술 후 동시에 쓸 수 있는 적응증을 선점함으로써 경쟁에서 앞서 나가게 됐다.
아스트라제네카의 PD-L1 억제제인 ‘임핀지주’(Imfinzi 성분명 더발루맙 Durvalumab)의 경우 아직 초기 절제가능한 비소세포폐암에서는 확보된 적응증이 없다. 다만 올해 4월 긍정적인 3상 ‘AEGEAN’ 임상시험의 중간 분석 결과가 나와 경쟁의 고삐를 당길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