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필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조문영 임상강사, 이성학 병리과 교수팀은 원은 모를 급성 간부전으로 간이식 치료까지 논의됐던 환자에서 개회충증을 진단하여 극적으로 치료한 사례를 소화기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위장병학’(Gastroenterology, IF=29.4)에 게재했다.
성 교수팀에 따르면 평소 기저질환이 없었던 51세 여성 환자가 갑자기 39도의 고열이 지속되고 오른쪽 복부 통증이 계속돼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백혈구, 호산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심각한 간농양이 확인돼 입원했다. 간농양은 면역기능이 떨어졌거나 세균이 간으로 침투해 발생하는 것으로, 간에 종괴 같은 고름이 잡히는 질환이다.
일반적인 치료에 반응이 없는 심각한 간농양으로 환자는 급격하게 간 기능이 손상되는 간부전이 진행했고, 간이식 수술까지 고려할 상황에 이르게 돼 서울성모병원을 찾게 됐다.
성 교수팀은 간 조직검사를 통해 개회충 유충을 발견했다. 개회충증으로 인한 간농양 및 간동맥 가성동맥류 출혈을 진단할 수 있었고, 개회충 감염을 치료하는 항원충제(구충제) 복용과 염증반응을 개선시키기 위한 스테로이드로 치료를 진행했다. 급격한 간부전 악화와 출혈로 간이식까지 논의하던 환자는 약물치료와 보존적 시술만으로 극적으로 호전되어 퇴원하게 되었다.
개 회충에 쓰이는 약물로는 이버멕틴, 밀베마이신 옥심, 피란텔, 페반텔, 프라지콴텔, 펜벤다졸 등의 성분이 있다.
국내 보건의료와 위생 수준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기생충으로 인한 간농양이 드물지만 익히지 않은 생고기, 생간, 오염된 흙이 묻은 야채를 섭취할 경우 개회충 등 기생충이 체내로 침투해 간, 폐, 눈, 뇌에 염증반응을 일으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개회충증으로 인한 간농양과 합병증 사례 보고가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처럼 개회충을 명확하게 찾아내고, 심각한 수준의 염증과 출혈을 극적으로 호전시킨 증례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 환자는 현재까지 큰 후유증 없이 일상생활을 하며 건강히 지내고 있다.
성필수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기생충 감염 및 잠복을 확인하기 위해 피검사인 항체검사를 실시한 결과, 개회충감염 표지자가 50%까지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해외 여행력이 있거나 생식을 하는 경우 발열, 복통, 간기능 이상을 보인다면 개회충증 기생충 감염을 고려해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위장병학' 온라인판 6월호에 게재됐고, 의학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어 인쇄판 10월호에 재차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