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욱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박의현 이비인후과 교수팀이 전정신경염이 이 신경에 발현된 GQ1b강글리오사이드 자기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발생함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전정신경염은 급성어지럼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로, 평형기능을 담당하는 전정신경 및 미로의 염증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왔다.
이러한 염증의 원인으로 잠복 헤르페스바이러스의 재활성화나 미로의 말초혈행장애 등 다양한 기전들이 제시되어 왔으나,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미상으로 남아 있었다.
이에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이안과연구소의 두 교수가 이번에 새로운 기전을 밝혀냈다. 연구팀이 주목한 강글리오사이드 항원은 사람의 전정신경을 포함한 중추신경계와 다양한 뇌신경 전반에 걸쳐 분포돼 있고, 항강글리오사이드 항체는 신경세포막 사이에 존재하는 강글리오사이드 세포를 공격해 여러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강글리오사이드 항원과 어지럼과의 연관성이 임상적으로 규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2019~2023년에 급성어지럼증이 나타나 이 병원에 내원한 105명의 전정신경염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중 11%의 환자에서 항강글리오사이드 항체 양성으로 확인됐으며, 항체가 없는 환자들에 비해 양측 전정신경의 기능이 동시에 손상된 양상이 33%에서 관찰되었다. 치료와 함께 시간이 경과하면서 대부분의 환자들에서 항체는 음전됐으며 환자들의 전정신경기능이상도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을 관찰하였다.
연구팀은 “급성어지럼의 발생에 전신적인 자가면역이상이 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기존 미상으로 남아있던 여러 가지 어지럼증 질환들의 발생 기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여타 질환들의 이론적 배경 및 향후 면역치료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의 책임저자인 이선욱 교수는 “급성어지럼증은 환자에게 막대한 불편감을 초래하면서도 조기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환자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많은 자원을 고갈한다”며 “어지럼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적으로 자가면역과의 연관성을 확인한 만큼 이를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후속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Clinical features and neurotological findings in patients with acute unilateral peripheral vestibulopathy associated with antiganglioside antibody’의 제목으로 임상신경학 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지인 미국신경과학회지 ‘신경학'(Neurology, IF=9.9)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