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이 방사성의약품으로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혁신적인 암 치료법 ‘테라노스틱스’를 구현하는 전문센터인 테라노스틱스센터를 국내 처음으로 개소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고 12일 밝혔다.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는 치료(Therapy)와 진단(Diagnostics) 영어 합성어로, 환자에게 방사성의약품을 주입해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이다. 특정 암세포를 표적하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을 주사해 영상검사로 암을 정밀하게 진단하는 동시에, 이와 결합된 맞춤 항암제가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켜 치료 효과 대비 부작용이 적다.
그동안 방사성의약품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게 갑상선암 치료다. 치료가 매우 어렵다고 알려진 전이성 신경내분비종양을 치료하는 방사성의약품이 2018년 1월 2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얻었다.
스위스 기반의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는 2018년 10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파예트의 방사성 의약품 전문기업 엔도사이트(Endocyte)를 21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신경내분비종양(neuroendocrine tumour, NET) 치료 방사성 의약품인 ‘루타테라주’(Lutathera, 177Lu-oxodotreotide, 177Lu DOTA-TATE)를 확보했다.
아울러 노바티스가 당시에 확보한 자산인 ‘플루빅토’(Pluvicto: 루테튬 Lu 177 비피보타이드 테트락세탄, lutetium Lu 177 vipivotide tetraxetan, 177Lu-PSMA-617)는 2022년 3월 23일, 종양이 체내의 다른 부위로 전이된 전립선 특이적 막항원(prostate-specific membrane antigen, PSMA) 양성 성인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치료제로 FDA 승인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루타테라는 2020년 7월 9일,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양성의 위‧장‧췌장계 성인 신경내분비종양(Gastroenteropancreatic neuroendocrine tumors, GEP-NET)의 치료제로 승인됐다. 현재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이 사용 승인된 상태다.
루타테라는 GEP-NET 치료에서 전 세계 최초로 승인된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RLT, radioligand therapy)다. 종양 세포 표면의 소마토스타틴 수용체(SSTR, somatostatin receptor)에 결합해 방사선 조사를 통해 표적 종양세포를 사멸시키는 펩타이드 수용체 방사성핵종 치료제다.
2022년 3월 1일, 건강보험 급여가 개시됐다. 루타테라의 유효성 및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한 3상 임상연구인 NETTER-1과 제1/2상 임상연구 ERASMUS 등에 기반해 급여가 이뤄졌다.
NETTER-1 임상연구에서 1차 평가지표는 무진행 생존기간(PFS, progression-free survival)이었는데, 1차 분석 시점에 대조군(고용량 지속성 옥트레오타이드 투여군)은 8.4개월인 반면 루타테라 치료군은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아, 대조군 대비 질병의 진행 및 사망 위험을 82%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 종양이 있는 환자군 전반은 물론 종양 크기에 관계없이 무진행 생존기간(PFS)를 유의미하게 연장해 다양한 유형의 환자들에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주요 2차 평가지표인 객관적반응률(ORR, objective response rate), 전체 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 삶의 질(QoL, quality of life) 등에서도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루타테라 치료군의 ORR은 18%로 대조군의 3% 대비 약 6배 가량(p<0.001) 증가했다. OS 중앙값 역시 루타테라 치료군에서 48.0개월(95% CI: 37.4~55.2), 대조군에서 36.3개월(95% CI: 25.9-51.7)로 약 12개월가량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관련 삶의 질(QoL) 역시 루타테라군은 대조군 대비 최대 84주까지 개선했다. 절대 개선율에서 설사 48%, 피로 50%, 통증 69% 등의 주요 증상들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타테라는 임상연구 및 장기추적 관찰에서 양호한 내약성과 안전성 프로파일이 확인됐다. 가장 빈번하게 보고된 이상반응인 오심(58.9%)과 구토(45.5%)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다.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신경내분비종양은 희귀암종에 속하며 증상이 시작된 이후 진단까지 평균 5~7년이 소요되며, 환자 1명 당 약 6명의 의료진을 거친 후 정확한 병명을 진단 받는 경우가 많다”며 “신경내분비종양이 진행되면 치료옵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루타테라는 현 시점에서 국제적인 표준치료제로서 받아들여지는 필수적인 치료 요법 중 하나이지만 급여가 되기 전에는 약 1년 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긴급도입의약품으로서 급여 및 공급됐기 때문에 환자들이 루타테라를 투여 받는데 제약을 받았다”며 “노바티스의 정식 공급 및 급여화가 이뤄지면서 더 많은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이 기존 치료제 대비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상당히 개선된 루타테라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립선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인 ‘플루빅토’는 아직 국내에서 사용 승인되지 않았는데,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테라노스틱스센터는 적응증 확대를 위한 글로벌 임상 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류진숙 서울아산병원 테라노스틱스센터 소장(핵의학과 교수)은 “우리 병원은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한 팀을 이룬 다학제 접근을 통해 각 환자 상황에 맞는 최적의 치료 방법을 제공하고 테라노스틱스 임상 적용을 선도하기 위해 테라노스틱스센터를 개소했다”며 “난치성 암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암 치료 테라노스틱스에 대한 신약 임상연구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센터는 지난 6일 ‘테라노스틱스, 맞춤형 암 치료의 새로운 길’을 주제로 개소 기념 건강강좌를 개최했다. 센터 소개, 신경내분비종양과 전립선암 치료에서 테라노스틱스 적용 현황 등을 담은 강좌 내용은 서울아산병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재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