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는 암젠의 KRAS G12C 변이 비소세포폐암 표적 치료제인 ‘루마크라스정’(Lumakras, 성분명 소토라십, sotorasib)의 가속승인을 정식승인으로 전환하는 검토 표결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내놨다.
자문위는 5일(현지시각) 루마크라스의 3상 ‘CodeBreak 200’ 임상시험에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다며 반대 10표, 찬성 2표로 데이터 인정을 거부했다.
루마크라스는 작년에 발표된 데이터에서 표준 화학요법보다 암 진행을 지연시키는 데 약간의 이점이 있었지만 환자의 조기 치료 중단과 영상검사 결과의 불일치 등으로 인해 데이터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2021년 5월 28일, KRAS 돌연변이 유전자를 표적으로 최초의 폐암 치료제로 승인된 바 있다. 당시 가속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확증 임상을 통해 이를 정식승인으로 올려야 할 상황이다. FDA는 올해 12월까지 정식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많은 자문위원들은 반대표를 던진 이유를 설명하면서 루마크라스의 효과에 대한 광범위한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코드브레이크 200의 데이터 신뢰성 문제에 국한하여 판단했다고 밝혔다. 루마크라스의 품목 허가 취소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 FDA 관계자는 폐 종양 축소 능력에 근거한 루마크라스의 가속승인을 취소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DA와 자문위원들은 코드브레이크 200의 진행 방식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예를 들어 임상시험에서 화학요법제 치료군에 등록한 환자 중 상당수가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중도 탈락했는데 이는 환자가 어느 그룹에 배정됐는지 알고 있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 종양 영상 스캔에 대한 외부의 독립적인 검토 결과와 연구자들에 의한 검토 결과가 상당한 차이가 있어 임상시험에 편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암젠은 표결 후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루마크라스에 대한 임상평가를 계속 진행하고 정식승인 경로를 FDA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젠이 내놓은 코드브레이크 200 임상 중간 분석결과에 따르면 루마크라스는 기존 항암화학요법인 도세탁셀 대비 사망 위험을 34% 줄였지만, 무진행생존기간(PFS)을 1.1개월 연장시킨 것에 그쳤다. 환자의 전체생존기간(OS)은 오히려 도세탁셀에 뒤처졌다.
루마크라스는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요법에서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8월 공개된 루마크라스+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연구 결과에서도 병용요법군의 루마크라스 관련 중증 이상반응 발생률은 50%에 달했다.
연구진은 면역항암제 투여 30일 이내에는 루마크라스 치료를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고 권고한 바 있다.
루마크라스가 난관에 봉착함에 따라 같은 계열의 경쟁약인 미라티테라퓨틱스(Mirati Therapeutics, 나스닥 MRTX)의 ‘크라자티’(KRAZATI, 성분명 아다그라십 adagrasib, 코드명 MRTX849)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CodeBreak100 연구에서 루마크라스의 객관적반응률(ORR)은 37.1%였지만, 크라자티는 2상 ‘KRYSTAL-1’ 임상시험에서 43%을 기록했다.
관건은 크라자티가 3상에서도 지금의 ORR을 유지할 수 있는지,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요법에서 독성을 잘 관리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미라티는 현재 ‘KRYSTAL-12’ 3상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PFS, OS 등에 관한 중간분석 결과는 2024년 상반기에 발표될 예정이다.
크라자티는 2022년 12월 FDA 가속승인을 이끌어 낸 상태지만 EU 허가는 답보 상태다.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크라자티에 대해 종합적인 데이터가 아직 확보되지 않았으며 약의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