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MSD(미국 머크)의 폐동맥고혈압(PAH)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소타터셉트(Sotatercept)를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MSD는 이날 FDA가 소타터셉트에 대한 생물학적제제허가신청(BLA)을 접수하면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따라 소타터셉트는 내년 3월 26일까지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MSD는 2021년 9월 30일에 액셀러론파마(Acceleron Pharma)를 115억달러(주당 180달러)에 인수하면서 소타터셉트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획득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는 엑셀러론파마와 오랫동안 협력해왔고 한 때 인수도 고려했으나 현재는 소타터셉트에 관해 라이선싱 도입 계약을 맺고 있다.
폐동맥고혈압은 우심방에서 폐로 이어지는 동맥의 혈관벽이 좁아져 폐에서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폐로 보내는 혈액순환이 점점 감소하고 심장근육이 점점 쇠약해져 숨이 차고, 경정맥이 불거지며, 하지혈전색전증이 빈발하고, 하지부종과 원인 모를 만성피로감을 호소하게 된다. 특히 운동능력이 제한돼 멀리 걷지를 못하고 금세 흉통을 느끼고 현기증이나 혼미한 의식상태를 보인다.
소타터셉트 허가 신청은 기본요법에 소타터셉트를 추가했을 때 1차 평가지표인 6분 보행거리(6MWD)와 2차 평가지표 9개 중 8개를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한 3상 STELLAR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2차 평가지표에는 세계보건기구 기능등급(WHO functional class, WHO FC), 폐혈관 저항(pulmonary vascular resistance, PVR) 등이 포함됐다.
소타터셉트는 1차 평가지표인 24주차 6분 보행거리를 40.8m가량 증가시키면서 운동 능력을 유의하게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추적 관찰기간 중앙값 32.7주 동안 임상적 악화 또는 사망 위험을 위약 대비 84% 감소시켰다.
STELLAR는 WHO FC 기준 II 또는 III에 준하는 기본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폐동맥고혈압(WHO Group 1에 속함)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소타터셉트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한 중추적 임상 3상,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 다의료기관, 병행군 연구다.
소타터셉트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이전 연구에서 관찰된 것과 일치했다. 이번 이같은 연구결과는 2023년 3월초 미국심장학회/세계심장학회 학술대회(ACC.23/WCC)에서 발표됐고, 한달 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게재됐다.
머크리서치래버러토리의 요르그 코글린(Joerg Koglin) 글로벌 임상개발 수석부사장은 “지난 20년 동안 이뤄진 PAH 치료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환자의 결과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라며 “이번 우선심사 대상 지정은 새운 액티빈 신호 억제제를 환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여정에서 흥미로운 이정표”라고 말했다.
소타터셉트는 새로운 융합단백질(fusion protein)로서 액티빈(activin A, B) 및 성장분화인자(growth differentiation factor 8, 11: GDF8, GDF11)와 결합한다.
현재 폐동맥고혈압은 폐혈관 평활근 및 내피세포에서 골형성단백질(bone morphogenetic protein, BMP) 수용체 2형(BMPR-II)-Smad1/5/8 경로의 조절장애로 인해 증식촉진(proproliferative) 신호경로와 항증식(antiproliferative) 신호경로 사이에 불균형이 초래돼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에 따른 BMPR-II–Smad1/5/8 경로의 하향조절(억제)은 액티빈A, GDF8, GDF11 같은 액티빈 리간드의 생성을 증가시킨다. 이는 액티빈IIA형 수용체(activin receptor type IIA. ActRIIA)–Smad2/3 경로의 상향조절(촉진)을 초래한다. 그 결과 인산화된 Smad (pSmad)2/3 활성이 올라가면 내재적인 BMP 길항제인 gremlin-1, noggin 등이 발현이 촉진된다. Gremlin-1과 noggin은 BMP-Smad1/5/8 신호전달을 더욱 감소시킨다.
전반적인 결과는 항증식성 신호전달(BMPR-II - Smad1/5/8 신호경로)이 감소하여 증식성 액티빈-Smad2/3 신호경로로 균형추가 기울어 폐혈관 재형성이 일어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소타터셉트는 과도한 ActRIIA 리간드(액티빈2A형 수용체에 결합하려는 리간드)와 결합해 이를 격리시킴으로써 ActRIIA-Smad2/3 증식성 신호전달을 감소시켜 성장촉진 신호와 성장억제 신호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역할을 한다. 이 때 관여하는 ALK(activin receptor–like kinase) 표적은 항암 표적이기도 한 ALK(anaplastic lymphoma kinase)과는 다른 것이다.
소타터셉트는 혈관내피세포를 타깃해 폐동맥을 확장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BMPR-II(Bone Morphogenetic Protein Receptor II)의 저하된 신호전달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BMPR-II는 폐동맥의 과다한 재생을 억제함으로써 폐동맥 상황을 역전(호전)시키거나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
성장촉진 및 성장억제 신호전달경로에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소타터셉트가 전환성장인자-베타(轉換生長因子, Transforming growth factor-beta, TGF-β, 주로 성장 및 면역 억제 역할, 암에서는 초기에는 억제하다가 나중엔 암 성장 촉진) 슈퍼패밀리의 하나인 액티빈(세포의 증식과 분화 촉진) 리간드와 결합하면 세포촉진 경로(activin IIA 경로)와 손상된 세포성장억제 경로(Bone Morphogenetic Protein Receptor II, BMPR2)와의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다.
소타터셉트는 앞서 FDA로부터 혁신치료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고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우선심사 대상(PRIME, Priority Medicines),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현재 MSD는 STELLAR 외에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이 중간 수준이거나 높은 폐동맥고혈압 성인 환자와 좌심실계질환으로 인한 폐동맥고혈압(WHO Group 2) 환자를 대상으로 소타터셉트를 평가하는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소타터셉트는 승인될 경우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새로운 치료 기전을 제공하는 계열 내 최초의 신약이 될 것이기 때문에 연 매출 10억달러 이상을 달성하는 블록버스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폐동맥고혈압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은 시장에 없고 단지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제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는 크게 △산화질소 경로제(리오시구앗, PDE-5억제제 등) △엔도텔린 경로제(옵서미트, 트라클리어 등) △프로스타이사이클린 경로제(벨레트리 등)로 나뉜다. 각각의 분자생리학적 경로로 폐동맥을 확장시켜 폐동맥압을 낮추는 데 목표를 둔다. 현재는 엔도텔린 경로제가 주된 치료제로 쓰이고, 프로스타사이클린 경로제가 2차적으로 복합요법에 활용되며, 산화질소 경로제는 이들 치료제의 병용보조치료제로 개입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