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글로벌 제약사 암젠이 아일랜드 제약기업 호라이즌테라퓨틱스(Horizon Therapeutics) 인수를 막기 위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1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연방거래위원회는 암젠이 호라이즌을 인수할 경우 암젠이 자사의 블록버스터 드럭 포트폴리오를 이용해 호라이즌테라퓨틱스의 2개 중증질환 치료제들이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암젠이 막강한 기존 블록버스터의 리베이트(미국에서는 판매액에 따른 합법적인 사례)를 활용해 호라이즌의 파이프라인 판촉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암젠이 언급한 2개 중증질환 치료제는 만성 불응성 통풍 치료제 ‘크리스텍사’(Krystexxa 성분명 페글로티카제 pegloticase)와 갑상선안병증 치료제 ‘테페자’(Tepezza 성분명 테프로투무맙, teprotumumab-trbw)를 일컫는다.
구체적으로 FTC는 암젠이 기존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대한 리베이트를 보험사와 PBM(Pharmacy Benefit Manager, 의약품의 보험급여 등재 및 가격산정을 중개 알선하는 업체)에 뿌려 호라이즌테라퓨틱스의 테페자와 크리스텍사를 우선적으로 취급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FTC의 견해다.
연방거래위원회 경쟁국(BoC)의 홀리 베도바(Holly Vedova) 국장은 “제약업계에서 난무하는 통합(인수합병)이 막강한 기업들에게 약가를 과도하게 인상하고, 가격이 저렴한 제네릭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차단하면서 생명을 살리는 시장(헬스케어)의 혁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FTC의 제약기업간 통합에 일차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제시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즉 거대 제약사가 소비자를 희생시키고 공정경쟁을 해치고 독점적 지위를 누리려는 M&A 시도에 대해 FTC가 가차없이 제지에 나설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해 12월 12일에 공표된 암젠의 278억달러 규모 호라이즌테라퓨틱스 인수는 작년에 성사된 최대의 빅딜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오크스에 본사를 둔 암젠은 27개 허가 취득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248억달러의 매출실적을 기록했다. 성공한 원조 바이오벤처기업의 효시로 최근 수년간 창업 초기의 모험정신이 퇴색하면서 신성장동력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호라이즌 인수에 나서게 됐다.
호라이즌테라퓨틱스는 원래 미국 기업이지만 조세 혜택을 위해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희귀질환, 자각면역질환, 중증 염증성질환 치료제 개발에 주력해 지난해 36억달러 안팎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총 11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FTC의 발표가 나오자 암젠은 즉각 깊은 유감(disappointed)을 표명했다. 하지만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큰 유익성을 제공해 줄 인수를 마무리짓기 위해 변함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정대로 오는 12월 중순경까지 인수절차가 마무리짓기 위해 법원과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젠은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시티뱅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과 총 285억달러 규모의 브리지 신용대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암젠은 호라이즌과의 결합이 합법적인 경쟁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없음이 압도적으로(overwhelmingly) 입증됐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 양사의 치료제는 다양한 질환에 걸쳐 있으며 공정경쟁의 관점에서 중복되는 부분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암젠은 또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리베이트를 동원해 여러 의약품을 동시에 판촉할 수 있다는 ‘다발이론’(bundling theory)을 통해 경쟁을 저해하는 M&A 선례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즉 리베이트(의약품 구매기관에 판매 후 적정 사례금을 되돌려주는 것) 제공을 대가로 여러 의약품을 묶음 판매할(bundle) 것이라는 FTC의 주장은 순전히 추측일 뿐이고, 호라이즌의 파이프라인이 중증 또는 희귀질환 치료제임을 감안할 때 FTC의 제소는 실제적인 경쟁역학(competitive dynamics) 구도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FTC가 제기한 것처럼 호라이즌테라퓨틱스 의약품들을 묶음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FTC는 의료보험회사, 제약사, PBM, 의료기관 등이 이익의 카르텔을 형성해 고가 의약품의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저비용 또는 고품질 의약품과의 경쟁을 억제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FTC는 현재 PBM의 문제시된 사업 관행을 조사하는 시장조사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