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오니스파마슈티컬스(Ionis Pharmaceuticals, 나스닥 IONS)와 바이오젠(나스닥 BIIB)이 공동 개발한 근위축성측삭경화증(筋萎縮性側索硬化症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일명 루게릭병) 치료제인 ‘큐알소디’(QALSODY 성분명 토퍼센 tofersen) 100mg/15mL 주사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5일(현지시각) 승인받았다. 다음 주부터 미국 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 약은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약물로 과산화물분해효소1(superoxide dismutase 1, SOD1) mRNA에 결합해 SOD1 단백질 생산을 감소시키도록 설계됐다.
이번에 유전자 변이 동반 성인 ALS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2상 VALOR 임상시험에서 환자들에서 관찰된 혈중 신경미세섬유 경쇄(neurofilament light chain, NfL, 神經微細纖維 輕鎖) 수치의 감소 정도를 근거로 가속승인을 받았다. 뉴런들이 손상되었을 때 방출되는 단백질이 NfL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FDA 산하 말초·중추신경계약물자문위원회는 신경손상 및 신경변성의 바이오마커인 혈중 NfL를 감소키킬 수 있는 능력이 가속승인에 충분한 근거를 제공한다는 데 9명 전원의 일치로 동의했다.
그러나 이것이 임상에서 실질적인 유효성을 나타내는지에 대한 입증 자료로서 부합하느냐는 질문에는 찬성 3표, 반대 5표, 기권 1표로 반대가 우세했다. 이에 따라 가속승인은 가능하지만 정식승인은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가속승인에 그침에 따라 토퍼센은 향후 확증시험에서 임상적 유익성을 입증해야 정식승인으로 승격되는 동시에 허가사항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 ALS 증상이 발현되기 전의 SOD1 유전자 변이 동반 성인 ALS 환자들을 대상으로 ‘큐알소디’의 3상 ‘ATLAS’이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어 확증시험으로 인정될 전망이다.
바이오젠의 크리스토퍼 비바커(Christopher A. Viehbacher) 회장은 “바이오젠이 지난 10년 이상 ALS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며 “신경미세섬유가 SOD1 유전자 변이 동반 ALS에서 임상적 유익성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도록 해 줄 대리 지표인자의 하나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합의에 처음 도달한 만큼 이번 승인은 ALS 연구에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큐알소디’의 효능은 ALS에 동반하는 쇠약 증상을 나타내고, SOD1 변이를 확진받은 23~78세 환자를 대상으로 28주간 진행된 1건의 피험자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 방식의 2상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평가됐다.
임상에서 108명은 큐알소디 100mg을 24주 동안, 72명은 위약을 같은 기간 투여받았다. 피험자들은 리루졸 또는 에다라본을 병용할 수 있도록 허용받았는데, 착수시점에서 62%의 피험자들이 리루졸을, 8%의 환자들이 에다라본을 복굥했다. ‘개정판 근위축성측삭경화증 기능등급지표’(Revised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Functional Rating Scale. ALSFRS-R)를 적용 평가한 결과 큐알소디군은 위약대조군에 비해 감소 정도가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전체 치료의향(ITT) 환자군에서 큐알소디 투여군은 혈중 NfL이 55% 감소한 반면 위약 대조군은 12% 증가했다. 이와 함께 간접적인 지표의 하나로 꼽히는 뇌척수액 과산화물 제거효소 1(CSF SOD1) 단백질 수치는 큐알소디 투여군에서 35% 감소해 위약 대조군의 2% 감소를 크게 웃돌았다.
2싱 VALOR 임상을 마치고 52주 라벨 공개 연장 ‘OLE’ 임상시험에 참여한 피험자를 대상으로 중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앞서 위약을 투여받았다가 큐알소디로 전환한 피험자들도 VALOR 임상에서 처음부터 큐알소디를 투여받았던 피험자 그룹과 마찬가지로 NfL의 감소가 관찰됐다.
초기부터 큐알소디를 투여받았던 피험자군은 임상적 기능, 호흡 강도. 근력 등의 감퇴속도가 감소하는 추이를 보였다. 그러나 약물을 큐알소디로 전환한 환자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큐알소디는 또 통계적으로 유의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사망 또는 지속적 인공호흡 위험성이 감소하는 추이를 보였다. 큐알소디를 승인하는 데 참조된 시험결과들은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게재됐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소재한 워싱턴대 의대 ALS연구소 소장으로 큐알소디 관련 임상시험을 총괄했던 티모시 밀러(Timothy M. Miller) 박사는 “SOD1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 ALS 환자들에서 큐알소디가 증상의 진행속도를 둔화시키는 데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관찰했다”면서 “이번 FDA 승인은 희귀한 유형의 ALS를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힘과 임상적 기능, 호흡기능 등의 감퇴속도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준다”고 말했다.
QALSODY와 관련된 경고 및 주의 사항은 척수염 그리고/또는 신경근염(radiculitis), 유두부종 및 두 개내압 상승, 무균성 수막염 등을 포함한 심각한 신경학적 사건이었다. 따라서 이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정밀검사 및 표준치료를 받아야 하다. 의사는 약물 투여를 중단시켜야 한다.
QALSODY 투여군의 10% 이상과 위약군보다 더 많이 발생한 가장 흔한 부작용은 통증, 피로, 관절통, 뇌척수(CSF) 백혈구 증가, 근육통 등이었다.
큐알소디는 ALS의 유전적인 원인을 표적하는 치료제로는 처음으로 허가를 취득했다. 현재 미국에서 루게릭병 치료제로 허가받은 것은 사노피 젠자임의 ‘리루텍정’(Rilutek 성분명 릴루졸 Riluzole),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Mitsubishi Tanabe Pharma Corporation)이 개발한 ‘라디컷주’(Radicut 성분명 에다라본 Edaravone, 미국 브랜드명은 라디카바 Radicava), 아미릭스파마슈티컬스(Amylyx Pharmaceuticals)가 개발한 ‘렐리브리오’(Relyvrio 성분명: 페닐부티르산 나트륨+타우루소디올, sodium phenylbutyrate + taurursodiol) 등 3가지다. 대체로 증상을 완화하거나 질병 진행속도를 늦춰 수명을 수개월 연장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바이오젠은 2018년에 아이오니스에 3500만달러를 지불하고 큐알소디의 개발 및 상용화 권리를 인수했다. 큐알소디는 지난해 9월 29일 렐리브리오가 승인된 지 7개월 만에 승인됐다.
렐리브리오는 2상을 근거로 유효성 논란이 많았지만 적용 대상이 광범위한 덕분에 정식 승인됐다. 신체 기능을 보존하고 ALS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렐리브리오는 적용 범위가 넓어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반해 큐알소디는 SOD1 유전자변이가 있는 환자로 한정돼 수익성이 높지 않을 전망이다. 바이오젠의 추산에 따르면 SOD1 변이-ALS는 ALS의 작은 하위 집합으로 미국에서 500명 미만의 환자와 전 세계 16만8000명의 ALS 환자 중 약 2%에 영향을 미친다. 제한된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SVB Securities 애널리스트들은 큐알소디의 연간 최대 매출을 약 3억달러로 추정했다.
더구나 바이오젠은 유효성 논란 끝에 허가받은 치매 약물인 ‘애듀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 aducanumab)이 미국 공공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치매 후속약물인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 lecanemab-irmb)가 올해 1월 6일 가속승인을 받았고, 오는 7월 6일 정식승인으로 올라가는 FDA 심사결과가 나올 예정이어서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또 세이지테라퓨틱스(Sage Therapeutics, 나스닥 SAGE)와 제휴해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MDD)와 산후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 PPD) 적응증을 목표로 개발해온 주라놀론(zuranolone, 개발코드명 SAGE-217/BIIB125)이 우선심사 대상으로 진행돼 오는 8월 5일까지 FDA 승인여부가 나올 예정이다. 승인되면 블록버스터 수준의 매출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