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계열사인 제넨테크는 림프종 치료제 ‘폴라이비주’(Polivy, 성분명 폴라투주맙 베도틴, polatuzumab vedotin—piiq)가 리툭시맙(rituximab),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독소루비신. 프레드니손(R-CHP) 등과 병용하는 요법제로서 이전에 치료를 진행한 전력이 없는 성인 미만성(彌慢性)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의 1차 치료제로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19일(현지시각) 발표했다.
DLBCL 1차 치료제로서 폴라이비+R-CHP 병용요법은 이미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캐나다, 한국(2022년 11월 30일 승인)을 포함한 70개 이상의 국가에서 허가받은 바 있다.
이번 적응증 추가와 동시에 FDA는 최소한 2회에 걸쳐 치료를 진행한 전력이 있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폴라이비와 벤다무스틴(bendamustine)과 ‘리툭산’(Rituxan, 성분명 rituximab)을 병용하는 요법은 기존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에서 정식 승인으로 승격됐다. 이 가속승인은 미국에서 2019년 6월 10일 처음 받은 허가사항이다. 국내서는 2020년 10월 27일 첫 허가로서 이 적응증이 정식 승인됐다.
미국에서 DLBCL 1차 치료제로서 구체적인 사용대상은 앞서 치료를 진행한 전력이 없는 환자, 상세불명의 또는 고도 B세포 림프종(HGBL) 환자, 국제 예후지수(IPI)가 2점 이상으로 나타난 환자 등이다.
DLBCL은 공격적인 난치성 림프종의 하나로 미국에서 가장 빈도 높게 나타나는 비호지킨 림프종이다. 올해 미국에서만 3만1000여명이 DLBCL 진단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근 20년 동안 이 질환에 대한 연구개발 노력은 극히 제한적인 발전만 이뤄졌다.
다수의 환자들이 1차 약제에 반응을 나타내지만, 10명당 4명 꼴로 반응을 나타내지 않거나 종양이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툭산’,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독소루비신, 빈크리스틴 및 프레드니손(R-CHOP)으로 구성된 기존 표준요법제 1차 치료제를 투여받은 환자는 대부분 치료 개시 후 2년 이내에 종양이 재발하고, 이들 중 다수가 후속 치료제를 필요로 하지만 취약한 결과에 직면한다는 게 로슈 측의 설명이다.
이번 FDA의 폴라이비에 대한 1차 치료제 적응증 숭인은 글로벌 피험자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 방식으로 진행된 글로벌 3상 ‘POLARIX’ 임상시험에서 도출된 자료를 근거로 이뤄졌다.
중앙값 28.2개월 동안 추적조사 결과 종양이 진행 또는 재발했거나 환자가 사망에 이른 비율은 폴라이비+R-CHP 병용요법이 기존 R-CHOP 표준요법에 비해 27% 낮았다. 치료 2년차의 무진행생존기간 달성률은 폴라이비+ R-CHP 병용요법이 76.7%인 반면 R-CHOP 표준요법은 70.2%였다. 무진행생존기간이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은 최근 20년 만에 처음으로 나온 결과다.
안전성 프로파일은 이전의 임상시험에서 관찰된 내용과 대동소이했다. 3급 또는 4급 부작용은 폴라이비 병용요법은 57.7%, R-CHOP 표준요법은 57.5%에서 나타났다. 중증 부작용은 각각 34.0% 및 30.6%, 5급 부작용은 각각 3.0% 및 2.3%, 투여량 감소로 이어진 부작용은 각각 9.2% 및 13.0%에서 발생했다.
가장 흔하게 나타난 부작용(환자의 30% 이상에서 발생)은 말초신경병증(52.9%), 메스꺼움(41.6%), 호중구감소증(38.4%), 설사(30.8%), 변비, 탈모증, 점막염 등이었다. 가장 빈도 높은 3~4급 부작용은 림프구감소증과 호중구감소증이었다.
FDA 실무진은 허가에 ‘회의적’ … ODAC은 허가 권고, NCCN도 1차 치료제 처방 권고
이번 승인에 앞서 FDA 산하 항암제 자문위원회(ODAC)는 찬성 11표, 반대 2표로 1차 치료제로서의 폴라이비 기반 병용요법을 지지했다. 무진행 생존기간 개선 효과가 양호(modest)하고 치료적 유익성이 승인을 권고할 만큼 충분하다는 견해였다.
그러나 FDA 심사 실무진이 ODAC 표결 직전에 공개한 브리핑 문서에 따르면 POLARIX 임상시험에서 폴라이비 병용군이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율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충족했지만 27%라는 개선 수치는 “modest”라는 평가에 대해 회의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심사관들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FDA는 또 폴라이비가 전체생존기간(OS) 및 완전반응(CR)에 대한 이점이 부족하고 무질병생존, 무사고생존. 반응유지기간에 대해 미미한(modest) 효과를 낸다고 표명했다. modest라는 단어를 놓고 보는 시각이 심사관과 자문위원 간에 달랐다.
특히 폴리비 요법은 중앙값 39.7개월의 추적관찰 기간에는 표준요법제에 비해 사망위험이 6% 감소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게다가 POLARIX의 일부 초기 시점에서 OS 데이터는 오히려 표준치료제에 우위가 있었다.
FDA는 브리핑 문서에서 “낮은 사건 발생률로 인해 점 추정(point estimate, 표본수가 작아 미지의 분포에 대해 근사값을 매기는 분석방식)에 따른 분석방법 상 불확실성이 있지만, DLBCL의 1차 요법제로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고려할 때 OS의 개선은 부족하고, 위험성 대비 유익성에 불확실성을 더한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새로 승인된 폴라이비 기반 병용요법은 최근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임상실무 가이드라인에 DLBCL 1차 치료제로 추가됐다.
먼저 승인된 폴라이비+벤다무스틴+리툭산 병용요법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80여개국에서 1회 이상(처음 승인 당시에는 2회 이상) 치료를 진행한 전력이 있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로 승인받아 사용 중이다.
로슈의 레비 개러웨이(Levi Garraway) 최고의학책임자(CMO) 겸 글로벌 제품 개발 책임자는 DLBCL 환자가 새로운 치료제로 치료받을 기회가 20년 만에 생겼다”며 “이번 승인은 공격적인 림프종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다수의 환자에게 절실한 치료 대안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치료효과를 개선해줄 것”이라고 말했했다.
폴라이비는 CD79b를 표적으로 하는 최초의 항체-약물 결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로, B세포에서 발현되는 CD79b에 결합해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
제넨테크는 미충족 의료수요 분야에서 폴라이비의 추가적인 유익성을 제공할 임상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 중 ‘폴라이비’와 자사의 CD20☓CD3 T세포 관여(engaging) 이중 특이성 항체인 ‘룬스미오’(Lunsumio, 성분명 모수네투주맙, mosunetuzumab-axgb) 또는 ‘콜럼비’(Columvi, 성분명 글로피타맙 glofitamab, 2023년 3월 25일 캐나다 승인, 2023년 2월 1일 미국 우선심사 대상 지정)과의 병용요법 임상시험을 진행 또는 검토 중이다. 그 중 3상 ‘SUNMO’ 임상시험은 재발성/불응성 DLBCL 환자를 대상으로 룬수미오와 폴라이비를 병용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또 같은 환자를 대상으로 폴라이비와 리툭산+젬시타빈+옥살리플라틴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3상 ‘POLARGO’ 임상시험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