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가 개발한 궤양성대장염(UC) 신약후보물질 ‘미리키주맙’(mirikizumab)의 신약 승인이 거절당했다. 릴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미리키주맙의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서(BLA)에 관한 보완 요구 공문을 수령했다고 1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릴리는 FDA가 제출된 미리키주맙 제조 프로세스와 관련된 문제를 언급했으며 임상 데이터 패키지, 안전성 또는 의약품 라벨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들은 FDA의 승인 전 검사 과정에서 미리키주맙 제조 공정에 우려할 만한 지적 사항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한 언론은 “FDA가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있는 릴리의 의약품 공장에서 오염된 의약품 배치를 관리하지 못해 'Form 483'을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Form 483이란 FDA의 실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로 제약사는 지적된 문제에 대한 조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브랜치버그 공장은 릴리의 생물학적제제를 생산하는 중요 제조공장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편두통 치료제 엠갈리티(Emgality)를 비롯해 항암제 얼비툭스(Erbitux), 사이람자(Cyramza) 등을 생산하고 있다. 다만 이번 미리키주맙 승인 거부와 브랜치버그 공장 간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릴리는 이와 관련, “승인 전 검사에서 나온 거절 사항을 확인하고 해결하기 위해 FDA와 협력 중”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미리키주맙은 인터루킨-23(IL-23)의 하위 단백질인 P19를 표적하는 ‘IgG4 단일클론항체'다. 미리키주맙과 같은 생물학적제제는 제조 문제로 종종 FDA 승인 거절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리키주맙은 최근 일본에서 중등도~중증의 활동성 궤양성대장염 성인 환자를 위한 계열 최초의 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또 유럽의약품청(EMA)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도 보편적인 치료제 또는 생물학적 치료제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거나 반응이 소실되거나 내약성이 없는 성인의 중등도~중증 활동성 궤양성 대장염에 대한 계열 최초의 치료제로서 미리키주맙의 승인을 권고한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상태다.
릴리의 패트릭 존슨(Patrik Jonsson) 미국지사 사장 겸 최고고객만족책임자는 “우리는 미리키주맙의 중추적 3상 데이터와 궤양성대장염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치료 잠재력에 확신을 갖고 있다”며 “FDA와 협력하고 있고 가능한 한 빨리 미국에서 미리키주맙을 출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업인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미리키주맙이 당초 2023년에 승인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승인 불발로 경쟁약보다 미국 시장 출시 시기가 뒤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데이터는 미리키주맙이 이르면 내년, 불운할 경우 2025년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릴리의 알츠하이머병 치매약 후보인 도나네맙(donanemab, 개발코드명 LY3002813)이 올해 1월 예상치 않게 FDA의 승인을 받지 못한 것과 맞물려 릴리의 수익 창출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애브비의 항 IL-23 항체 ‘스카이리치프리필드시린지주’(Skyrizi 성분명 리산키주맙, Risankizumab)’가 2024년에 궤양성대장염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카이리치는 크론병 적응증도 겨냥하고 있다.
또 얀센의 IL-23 길항제 ‘트렘피어프리필드시린지주’(Tremfya 성분명 구셀쿠맙 guselkumab)는 2025년에 궤양성대장염 적응증을 획득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리키주맙의 당면한 도전 상대 ‘스텔라라’ … 국내서는 이미 보험급여 확보
항인터루킨 요법제는 일반적으로 생물학적제제에 실패한 UC 환자의 2차 또는 3차 치료제로 처방된다. 얀센의 IL-12 및 IL-23 길항제 ‘스텔라라프리필드주’(Stelara 성분명 우스테키누맙 ustekinumab)은 현재 미국에서 궤양성대장염에 승인된 유일한 항인터루킨 치료제이지만 IL-12와 IL-23을 모두 표적으로 하는 작용 기전 상 선택적 IL억제제에 비해 면역억제 위험이 과도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미리키주맙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왔다. 글로벌데이터의 환자 기반 예측 모델에 따르면 스텔라라는 2031년 미국 매출이 5억2550만달러, 미리키주맙은 2031년 3억182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국내에서 스텔라라는 신속한 시장 대응으로 궤양성대장염 1차 치료제로 지난해 성인 중등도~중증 궤양성대장염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확보했다.
미리키주맙, 3상 임상에서 1년 이상 임상적 관해 유지 비율 50%
후발 주자인 미리키주맙은 3상 임상인 LUCENT-1 임상에서 12주차에서 임상적 관해에 도달한 환자의 비율이 24%에 달했다. 반면 위약군은 13%에 그쳤다.
3상 LUCENT-2 임상에서는 추적 1년 시점에서 투여 환자 절반가량(49.9%)가 임상적관해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약군은 25.1%에 불과했다.
더욱이 미리키주맙 투여군은 임상적 관해를 유지한 환자의 98%가 1년 이상 스테로이드 없이 관해 상태를 지속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40%가량의 환자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긴급복통(bowel urgency)에서 벗어나거나(resolution), 준 해소(near resolution) 상태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두 연구를 확장한 장기추적 임상 LUCENT-3, 소아 환자 대상인 SHINE-1 연구가 진행 중이다. 크론병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연구도 병행되고 있다.
이밖에 인터루킨-36 수용체(IL-36R)의 활성화를 차단하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스페비고’(Spevigo 성분명 스페솔리맙. spesolimab)이 궤양성대장염 후보로 대기하고 있다. 스페비고는 2022년 9월 1일 성인 전신성 농포성 건선(generalized pustular psoriasis, GPP)에 의한 발적(flares) 치료제로 FDA 승인을 획득했다.
또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스핑고신 1-인산염(sphingosine 1-phosphate, S1P) 수용체 조절제인 ‘제포시아캡슐’(Zeposia, 성분명 오자니모드 ozanimod)이 2021년 5월 27일 궤양성대장염 2차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화이자 및 아레나파마(Arena Pharma)의 S1P 조절제 라이벌인 에트라시모드( etrasimod)는 승인을 위한 자료가 FDA에 제출된 상태다. 2022년 12월 21일에 FDA에 접수돼 현재 심사 중이다.
애브비의 JAK억제제인 ‘린버크서방정’(Rinvoq 성분명 우파다시티닙 Upadacitinib)은 2022년 3월 16일에 궤양성대장염으로 FDA 승인을 획득했다. 아울러 BMS의 TYK2 저해제인 ‘소틱투정’(Sotyktu 성분명 듀크라바시티닙 deucravacitinib)이 2022년 9월 9일 FDA 건선 적응증을 획득했고 궤양성대장염에 도전 중이다. 하지만 UC 관련 2상에서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궤양성대장염은 애브비의 TNF 억제제인 ‘휴미라주’의 특허만료에 따른 여파로 바이오시밀러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대혼전을 벌일 양상이다. 항인터루킨제, S1P 조절제, JAK 억제제, TYK2 저해제 등이 뒤섞이면서 향후 2~3년간 춘추전국시대가 예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