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튼(WILMINGTON) 소재 제약기업인 인사이트(Incyte Corporation 나스닥 INCY)는 JAK1/JAK2 저해제 ‘자카비정’(Jakafi 또는 Jakavi, 성분명 룩소리티닙 ruxolitinib)의 서방형 정제 허가 신청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거절당했다고 2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룩소리티닙 서방정은 1일 1회 복용하는 제형으로, 기존 하루 2회 복용하는 자카비정보다 복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됐다. 관련 적응증은 자카비와 거의 같은 특정 유형의 골수섬유증(myelofibrosis, MF), 진성 적혈구증가증 (polycythemia vera, PV), 이식편대숙주질환병(graft-versus-host disease, GVHD) 치료제로 허가신청서가 제출됐다.
이날 인사이트코퍼레이션은 FDA가 현재 제출된 신청서 수준으로는 승인을 결정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다. 허가신청서에 동봉된 임상시험 자료에는 곡선하 면적(AUC) 지표를 생물학적동등성 목표가 충족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허가를 결정하려면 추가적인 요건의 충족을 필요로 한다고 FDA가 통보했다고 인사이트 측은 전했다.
이에 따라 인사이트는 FDA와 만나 적절한 차기단계 대응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인사이트코퍼레이션의 에르베 호페노(Hervé Hoppenot) CEO는 “FDA가 룩소리티닙 서방정에 대해 대응종결서신(CRL)을 보내 거절한 것은 실망스럽다”면서도 “골수증식 종양 및 이식편대숙주병 환자들을 위한 치료가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FDA와 긴밀하게 협력해 최적의 차기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허가신청서는 룩소리티닙 서방정과 자카피정의 생물학적동등성과 용량비례동등성을 입증하기 위해 설계된 2건의 임상시험에서 도출된 자료를 근거로 제출됐다.
이중 용량비례 동등성 시험은 63명의 건강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룩소리티닙 서방정 50mg 1일 1회 복용 최고용량과 자카피정 25mg을 1일 2회 복용 최고용량, 이어지는 서방정의 1일 1회 유지요법 등의 생물학적 동등성을 평가하기 위해 라벨 공개, 피험자 무작위 배정, 두 기간, 쌍방향 교차시험으로 설계됐다.
이 시험에서 룩소리티닙 서방정 50mg 1일 1회 복용은 곡선하 면역 매개변수를 근거로 할 때 자카피정 25mg 1일 2회 복용과 생물학적동등성이 입증됐다는 게 인사이트의 설명이다.
이번 서방정 승인 거부는 1일 1회 제형이 혈액 또는 신체의 특정 영역에서 약물의 최고농도(Cmax)가 평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증권투자기관인 윌리엄 블레어(William Blair)의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했다.
인사이트는 골수증식종양(Myeloproliferative neoplasm, MPN, 즉 MF와 PV 등을 일컬음) 환자의 치료제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LIMBER(Leadership In MPNs BEyond Ruxolitinib) 임상개발 이니셔티브의 하나로 다른 치료제와의 병용요법, 제형 개선 등을 연구해왔다.
그 일환으로 2021년 6월 유럽혈액학회(EHA) 가상회의에서 룩소리티닙의 1일 1회(QD) 서방형(XR) 제형에 대한 생체이용률 및 생물학적동등성 데이터가 발표됐다. 이를 바탕으로 FDA에 서방형 제제의 신약승인신청을 위해 신청서가 제출됐고,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따라 2023년 3월 23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2021년에 애널리스트들은 AUC만으로는 서방형 제제의 효능 입증이 불충분하고, Cmax를 충족해야 할 것이라 지적했지만 인사이트는 FDA가 AUC를 중요한 평가지표로 간주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서방형 제재의 승인 실패에 대해 인사이트와 윌리엄 블레어의 애널리스트들은 상업적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자카비와 다른 제제와의 병용요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파이프라인 및 적응증 확장에 지장을 끼칠 것으로 일각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특히 2028년말에 자카비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자카비와 다른 약물과의 고정용량 복합제는 제네릭의 추격을 막을 수 있는 방어수단이 되기 때문에 서방정 승인 거부의 후유증이 적잖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인사이트는 긍정적인 2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골수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룩소리티닙과 PI3Kδ 억제제 파사클리십(parsaclisib, 개발코드명 INCB050465)을 병용하는 3상 LIMBER-313 임상시험(NCT04551066)을 진행 중이다.
앞서 인사이트는 지난 3월 6일,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골수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2차 치료제로서 룩소리티닙과 파사클리십을 병용 투여하는 3상 LIMBER-304 임상시험(NCT04551053)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치료 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한 독립적 검토위원회의 임상 중단 권고에 따른 것이다.
인사이트는 LIMBER-313 임상시험의 중단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다만 비장 부피의 감소 여부를 살피는 1차 평가지표가 올해 말 분석결과가 나올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파사클리십은 2021년 11월 특정 림프종에 대한 가속승인 신청이 접수됐으나 , 두 달 후인 2022년 1월말 신청을 자발적으로 철회한 바 있다. 가속승인 이후 FDA가 요구한 기한 내에 정식승인을 위한 확증임상을 완료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2022년초에는 FDA가 가속승인을 억제하고, PI3K억제제 관련 사망위험 증가 등 이슈 등이 맞물리면서 여러 신약후보물질들의 상업화에 차질이 빚어졌었다. 따라서 LIMBER-304 임상으로 중단으로 파사클리십의 상업화 일정은 좀 더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인사이트코퍼레이션은 골수섬유화증 환자를 대상으로 INCB57643(BET 억제제) 및 INCB00928(ALK2 억제제)과 같은 자사의 신약후보 파이프라인과 룩소리티닙을 병용하는 2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이들 두 파이프라인은 아직 임상 시작 단계이므로 대비할 시간이 있지만 룩소리티닙 고정용량(단일용량) 서방형 제제의 개발과 동등성 입증이 지연된다면 덩달아 임상시험이 지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카비는 노바티스와의 공동 마케팅을 통해 2022년에 전년 대비 13% 증가한 24억1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투자자에게 작은 위안이 됐다.
이제는 자카비의 외용제 버전인 아토피피부염 및 백반증 치료제 ‘옵젤루라 크림’(Opzelura 성분명 룩소리티닙 ruxolitinib)이 얼마마 많은 시장을 창출하느냐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윌리엄 블레어의 애널리스트들은 LIMBER 프로젝트의 차질로 옵젤루라의 시장 안착에는 혹독한 입증 요구가 가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카비가 주춤하는 사이 라이벌들이 전진하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한 선택적 JAK1, 2 억제제로서 1일 1회 경구 투여하는 모멜로티닙(momelotinib)은 오는 6월 16일을 기한으로 FDA의 골수섬유증 적응증 승인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GSK는 자체적으로 BET 억제제를 보유하고 있어 모멜로티닙이 승인받을 경우 두 약을 병용하는 추가 임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ristol Myers Squibb, BMS)의 1일 1회 경구 투여 JAK억제제인 ‘인레빅캡슐’(Inrebic, 성분명 페드라티닙 fedratinib)은 2019년 FDA 승인을 받아 골수섬유증 시장에 진입했다. 이 회사는 BET 억제제 트로타브레십(trotabresib)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