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비만을 경험한 성인에서 왜 알츠하이머병(AD)이 더 자주 발병하는지를 설명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텍사스주립대 건강과학센터(UT Health San Antonio)는 성인 5619명을 대상으로 74개의 알츠하이머병 관련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이 중 21개가 비만과 알츠하이머병의 유전학적 관련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작성한 논문은 ‘Obesity impacts the expression of Alzheimer's disease–related genes: The Framingham Heart Study’이란 제목으로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 IF=4.0~6.4, 미국알츠하이머병학회지) 저널 지난 2월 22일자에 실렸다.
이 센터의 조교수이자 교신저자인 클라우디아 사티자발(Claudia Satizabal)은 “이번 연구는 비만이 근본적인 신경퇴행 과정을 조절하는 유전자 발현을 조장함으로써 효과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위험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비만에서 나타나는 인한 신경퇴화가 만성적인 저등급 전신적 염증 및 증가된 산화스트레스 환경을 조성, 뇌에도 영향을 미쳐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비만에서 나타나는 신경 퇴화와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나는 신경퇴화와 유사해 비만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인다는 가설도 제기돼 있다.
연구자들은 비만이 제2형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등의 위혐요인으로서 뇌내 혈관 병리를 증가시켜 치매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주목했지만 비만과 AD 사이의 ‘정확한 생물학적 실체(기전)’은 이해되지 않았다. 비만이 알츠하이머병 관련 유전자의 차별적인 발현과 연관되어 있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Framingham 연구를 통해 74개의 AD 관련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 중 21개가 비만 조건에서 과소 또는 과다 발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1개 중 13개는 체질량지수(BMI, 일반비만)와 관련이 있었고, 8개는 허리-엉덩이 둘레 비율(WHR, 복부비만)과 관련이 있었다.
연구팀은 “심혈관 위험인자를 보정한 후에도 14개 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과의 연관성이 유의하게 남아 있어 비만이 혈관 경로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AD 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사티자발은 “몇몇 유전자는 중년기의 비만과 노년기의 비만, 남성 또는 여성의 비만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며 “성별로 계층화된 분석을 통해 BMI와 AD 관련 유전자 발현 사이의 확인된 연관성 18개 중 4개가 여성에게만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심혈관 위험요인을 추가로 보정한 결과 13개의 연관 유전자 중 5개는 오직 여성에게서만 나타났다”며 “이는 중년의 비만이 여성의 알츠하이머병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 이전 역학 연구와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흥미롭게도 치매에 걸린 사람들은 질병이 발병하기 약 5~10년 전에 체중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건강에 해로운 체중 감소일 수 있다. 사티자발은 “우리는 비만을 해결하고 비만이 우리가 연구한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년기인 40대와 50대에 건강한 체중 감량을 시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MI는 비만의 전형적인 지표이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복부 비만(뱃살)을 측정하는 허리-엉덩이 비율이 개인의 대사조절 장애에 대한 더 민감한 지표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은 대사증후군의 한 구성 요소이며 심혈관질환과 뇌졸중 등을 초래하는 주요 위험인자 중 하나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소크라티스 카리시스(Sokratis Charisis) 신경과학 박사는 “이번 분석에서 비만과 관련된 21개의 치매 관련 유전자는 신경 염증, 프로그램화된 세포사멸, 뉴런에서의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의 침착 등 여러 알츠하이머병 과정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심혈관위험 요인을 감안하면 비만은 10개 유전자의 상향 조절된 발현과 관련이 있었다. CLU, CD2AP, FCER1G, KLC3 등의 영향령의 크기와 유의성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연관성을 나타냈으며 모든 비만 지표(BMI 및 WHR)에 걸쳐 존재했다.
흥미롭게도 연구팀은 “AD 병인의 잠재적 역할에 관한 가장 큰 증거를 가진 게 CLU 유전자”라며 “후기(중년 이후) 발병 AD와 관련된 세 번째 위험 요소로, AD 발병 위험의 약 9%를 설명한다”고 밝혔다. 또 CD2AP 유전자는 AD의 상위 10가지 유전적 소인 인자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반대로 심혈관 위험인자를 보정하면 비만은 PVRIG, ZNF646, ZNF768, ABCA7의 4개 유전자의 하향조절과 관련이 있었다. ABCA7은 뉴런, 성상교세포, 소교세포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을 암호화한다. 특히 ABCA7이 AD 발병을 예방한다는 강력한 유전적 증거가 있다고 저자들은 논문에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어 “놀랍게도 유럽 가계 집단을 대상으로 한 이전 연구에 따르면 ABCA7 유전자좌(locus)의 AD 관련 변이는 후기 발병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약 20% 높이는 반면, ABCA7 기능 상실 돌연변이는 조기(중년 이전) 발병 AD를 100~400%까지 증가시킨다”고 소개했다. 아프리카 혈통 집단에 존재하는 ABCA7 기능 상실 돌연변이도 AD 위험을 약 80%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Framingham Heart Study는 대부분 백인 인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사티자발은 “우리는 AD 관련 유전자와 비만 사이의 연관성이 비만 유병률이 더 높은 히스패닉의 경우 훨씬 더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평가하지 않았다”며 “치매와 관련된 더 많은 유전적 지표를 찾으려면 다양한 인구 집단의 샘플링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Framingham Heart Study)를 발전시켜 San Antonio Heart Mind Study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전에 이 센터의 당뇨병 연구에 등록한 사람들(정상 체중과 비만 포함)의 뇌와 심장 기능을 연구할 계획이다.
연구소는 일반 대중의 혈액샘플을 제공받아 비공개를 유지하는 바이오뱅크를 운영 중이다. 자원해서 인지기능 평가에 참여하고 자기공명영상(MRI)을 찍고 관련 설문지를 작성함에 따라 치매 예방 및 치료법 개발 연구가 심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