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코로나19 유행기에 마약성진통제의 일종인 ‘펜타닐’(Fentanyl) 오남용이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약물 오남용 사망 사건은 예년 대비 56% 이상 증가했고, 2020년 펜타닐 약물 오남용 사망자 수는 2013년의 18배 이상이었다.
이에 미국 정부는 마약성 약물 오남용을 근절하기 위해 15억달러 규모의 정책을 발표하는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2년 11월 15일 ‘펜타닐 중독’을 완화시켜주는 과다복용 역전제인 날록손(Naloxone)의 비처방약 전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펜타닐은 강력한 합성 오피오이드 약물로 진통제 및 마취제로 사용된다. 펜타닐 복용을 통해 분비되는 엔도르핀의 양은 모르핀보다 약 100배, 헤로인보다 약 50배 더 강력하다.
1959년에 처음 개발됐고 FDA는 1968년 중증 통증을 완화하는 마약성 진통제로 처음 허가했다. 당시 펜타닐은 정맥마취제로 도입되었다.
펜타닐의 불법 유통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의약품 절도, 가짜 처방, 의료종사자에 의한 불법 배포 등을 통한 거이었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는 음성적으로 생산된 의약품의 증가, 제약사들의 마케팅, 행정기관의 단속 강화로 불법 유통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미국에서 2011년과 2012년에는 메타돈을 포함한 합성 마약성진통제의 과다복용에 의한 사망이 매년 약 2600건이 보고됐으나 2013년부터 2021년까지는 메타돈을 제외한 합성 마약성진통제의 과다복용에 의한 사망은 총 25만8000명으로 증가했다. 2021년만 따지면 그 수가 6만8000명에 달했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는 펜타닐 제품은 일명 롤리팝(막대사탕)으로 불리는 경구제 ‘액틱’(Actiq), 발포성 설하제인 ‘펜토라’(Pentora). 설하정인 ‘앱스트랄’(Abstral), 설하 분무제(스프레이)인 ‘섭시스’(Subsys), 비강 스프레이인 ‘라잔다’(Lazanda), 경피용 패치제인 ‘듀라제식’(Duragesic) 등이 있다. 불법으로 유통되는 펜타닐은 대부분 분말 또는 위조 정제 형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펜타닐은 여타의 마약성 진통제와 마찬가지로, 근육 이완, 행복감, 통증 완화, 진정, 졸림, 어지러움, 메스꺼움, 구토, 동공 수축 등의 효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과다복용하게 되면 혼수 상태에 빠지거나 심하면 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마약중독 해독제 '날록손', 일반약 허가 전환 전망 … 편의점에서 구매 가능
날록손은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결합돼 오피오이드의 효과를 역전시키고 차단하는 오피오이드 길항제이다. 펜타닐 등 마약성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호흡 부전 증상을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다. FDA는 1971년 마약성 약물 과다복용 역전제로 날록손을 승인한 바 있다.
이 약물은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 가능한 전문의약품으로, 약물 과다복용을 즉시 역전시키기 위해 주로 구급대원에 의해 투여됐다. FDA는 날록손을 편의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가장 먼저 비처방(일반약) 사용 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약물은 미국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Emergent BioSolutions)의 비강분무제 ‘나르칸’(Narcan, 성분명: 날록손·Naloxone)이다. 이 회사는 15일(현지시각)에 FDA 산하 비처방 의약품 자문위원회, 마취 및 진통 의약품 자문위원회 위원 19명 전원일치로 모두 ‘나르칸’의 비처방 사용 허가를 19명 전원일치로 권고했다고 밝혔다. 자문위는 이머전트가 제출한 나르칸의 비처방 사용의 필요성 및 7년간의 시판 후 안전성 데이터 등을 근거로 비처방약 전환을 수용했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이슈에 자문위원들이 만장일치로 투표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결정과 관련 마리아 코일(Maria C. Coyle) 자문위 의장 및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약대(Ohio State University College of Pharmacy) 교수는 “급증하는 마약 오남용 사례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나르칸’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레슬리 워커 하딩(Leslie R. Walker-Harding)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아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이머전트 측이 제출한 문서에는 15세 미만 소아에 대한 연구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아 복용과 관련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날록손의 일반적인 부작용은 급성 아편유사제 금단 증상으로서 동요, 메스꺼움, 구토, 설사, ‘거위 살’(goose flesh, 흥분과 공포로 인해 살이 돋고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 눈물, 콧물, 하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경험자들은 이런 증상들로 인해 짜증을 내고 불안감을 보인다. 하지만 폭력적이거나 호전적으로 변하는 경우는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