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인 얀센은 동종 계열 최고의 신생아 Fc수용체(neonatal crystallizable fragment receptor, FcRn) 항체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니포칼리맙(nipocalimab, M281)이 희귀질환인 중증 태아신생아용혈성질환(hemolytic disease of the fetus and newborn, HDFN) 위험이 있는 임신부를 위한 치료제의 2상 임상시험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얀센은 이날 개념증명, 라벨 공개 방식의 UNITY 2상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톱라인 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태아신생아용혈성질환은 태아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빈혈을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희귀질환이다. 임신한 산모와 태아의 혈액형이 양립할 수 없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혈액형이 O형인 임부가 A형 또는 B형인 태아를 가졌을 때 임부의 IgG가 태반을 건너가 태아의 적혈구 항원과 결합하면 비장에 있는 마크로파지(macrophage)에 의해 적혈구를 파괴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매년 10만 건의 신규 임신 사례 중 3~80건에서 신생아 용혈성 질환이 발견된다.
증상으로는 태아 수종이 있다. 태아의 용혈이 심해지면 빈혈 증상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저산소증이 발생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심박출량이 증가해 심부전에 빠질 수 있다. 가장 치명적인 증상은 핵황달(kernicterus)이다. 적혈구가 파괴되면 빌리루빈이 생성되는데, 빌리루빈이 너무 많이 혈중에 떠다니게 되면 뇌와 척수의 방어막인 혈뇌장벽을 통과하여 핵황달이 발생하게 된다. 핵황달이 심할 경우 태아는 사망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반복적으로 수혈을 하게 된다. 주로 자궁을 통해 수혈하지만, 태아의 복강 안으로 농축 적혈구를 주사하는 복강 내 수혈법, 제대(탯줄) 혈관에 직접 수혈하는 혈관 내 수혈법이 있다.
중증 HDFN 위험이 높은 임부 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결과 니포칼리맙을 투여 받은 임신부의 대다수는 임신 기간 동안 자궁 내 수혈(intrauterine transfusion, IUT)이 필요하지 않았고, 피험자 모두 임신 32주차 이후에 정상 출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니포칼리맙은 약 20주 치료기간(매주 1회 정맥주사) 동안 태아신생아용혈성질환 치료제로서 후속 개발을 뒷받침하는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임부는 출산 후 24주, 태야는 96주까지 모니터링 받았는데 안전성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얀센 연구개발부 자가항체 포트폴리오 개발 책임자 카티 아부자(Katie Abouzahr)는 “이러한 초기 결과는 중증 HDFN 위험이 높은 임신부에게 잠재적인 의약품을 제공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로, 이 치료제가 잠재적으로 파괴적인 질병의 영향을 받은 가족에게 미치는 의미에 대해 고무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만간 의학 학술대회에서 UNITY 임상시험의 전체 2상 결과를 공유하고, 중추적인 3상 임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포칼리맙은 존슨앤드존슨이 2020년 8월 18일에 모멘타파마슈티컬스(Momenta Pharmaceuticals)를 약 65억달러에 인수하면서 획득한 항 신생아Fc수용체(FcRn) 항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9년 7월에 니포칼리맙을 태아신생아용혈성질환에 대한 패스트트랙 심사 대상으로 지정했고 2020년 6월에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2019년 10월에 니포칼리맙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현재 니포칼리맙은 모체 자가항체로 인해 매개되는 모체 태아질환(태아신생아용혈성질환), 희귀 자가항체 질환(전신 중증근무력증, 만성 염증성 탈수초 다발신경병, 온난 자가면역 용혈성 빈혈, 특발성 염증성 근육병증 등), 일반적인 류마티스질환(류마티스관절염, 쉐그렌증후군, 전신성홍반성루푸스)의 세 가지 자가항체 유발성 질환에 모두 연구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니포칼리맙을 블록버스터 의약품 대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기대주로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인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 Pharma)는 니포칼리맙이 승인을 받을 경우, 글로벌 연간 매출이 2028년까지 14억6300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글로벌 기업들이 FcRN 항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FcRN 항체를 통해 치료할 수 있는 자가면역질환이 1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초기엔 주로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개발을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직접 진출 또는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빅파마까지 개발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면역글로불린G(IgG)는 침입한 병원체에 결합하여 병원체를 고정시키고 응집시킨다. 보체계 활성화를 유도하며 이를 통해 생산된 면역단백질이 병원체를 제거하게 한다. 임산부의 태반을 통과하여 임신 중인 태아에게 전달하여 수동면역을 발생시키는 유일한 항체다. 혈청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항체로, 전체 면역글로불린의 약 75%를 차지한다.
하지만 IgG는 과발현될 경우, 중추신경계 연관 감염 혹은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한다. IgG 매개 자가면역질환의 종류는 100개 이상이며, 이중 상당수의 질환은 루푸스 및 류마티스 관절염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FcRn은 탯줄에 존재하며 산모 혈중의 IgG와 결합한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FcRn이 IgG와 혈중 알부민의 순환(생성과 소멸)을 조절하지만, 과도하게 발현되면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킨다.
항FcRn제제(FcRn inhibitor)는 자가면역질환의 근본 원인이 되는 자가면역 유발 면역글로불린G(IgG)를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즉 FcRn 수용체에 혈청 IgG 대신 결합해 FcRn과 IgG가 결합해 촉발되는 다양한 자가항체 유래질환을 저지할 수 있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대표적인 FcRn 항체 개발업체로는 △네덜란드 아르젠엑스(Argenx) △벨기에 UCB △모멘타파마슈티컬스(Momenta Pharmaceuticals, 현 얀센 계열사) △미국 알렉시온파마슈티컬스(Alexion Pharmaceuticals, 현 아스트라제네카 계열사) 등이다.
이 중 아르젠엑스는 2021년 12월 ‘바이브가트’(Vyvgart, 성분명: 에프가르티지모드·efgartigimod)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을 받으면서, FcRn 항체 약물을 가장 먼저 선보였다. 허가된 적응증은 항아세틸콜린 수용체(AChR) 항체 양성인 전신 중증 근무력증(gMG) 치료이다. 이후 일본 후생노동성과 유럽 집행위원회(EC)도 동일한 적응증으로 ‘바이브가트’를 품목 허가한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알렉시온(Alexion)을 2020년 12월 12일에 390억달러에 인수, Anti-FcRn 제제인 ‘ALXN-1830’을 얻고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 중이다. 현재 온난 항체 자가면역 용혈성 빈혈(Warm antibody autoimmune hemolytic anemia, wAIHA)을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 중이다.
벨기에 중심의 다국적제약사 UCB는 전신성 중증 근무력증(generalized myasthenia gravis, gMG) 치료제 로자놀릭시주맙(rozanolixizumab 개발코드명 UCB7665)의 신약승인신청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접수돼 ‘우선심사’ 대상으로 2023년 1월 6일에 지정받았다.